[백년간뉴스] 독서의 생활화, 지하철이 일등공신?

2015. 11. 6. 09: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하루 평균 534만 명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는 서울 지하철. 서울 시민 2명 중의 한 명 꼴로 매일 같이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우리 곁의 가까운 벗으로 일상을 함께하고 있는 지하철은 어떻게 탄생하고, 또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요? 


일제 강점기에 한차례 좌절, 1971년 박정희 정부 시절 1호선 건설 착수


지하철 도입이 처음으로 논의된 것은 일제 강점기인 1939년으로 꽤 오래전 일입니다. 당시 경춘철도주식회사가 현재의 서울 지하철 1호선과 동일한 구간의 지하철을 건설하여 경춘선과 연계하는 것을 계획한 적이 있다고 하는군요. 아래는 당시 동아일보에 보도된 건설 계획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자금 부족으로 실행되지는 못했습니다. 


1939년 6월 1일 동아일보 2면 – 서울에도地下鐵道(지하철도)


다시금 지하철 건설이 추진된 것은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흐른 박정희 정부 시절인데요. 1968년 원활한 도로교통을 위해 서울 전차가 폐지되면서 교통난을 해결할 수단으로 다시금 지하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됩니다. 또다시 당시 김학렬 경제부통리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를 겪기도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결단으로 가까스로 공사가 시작됩니다.


박정희 대통령 서울지하철 기공식 참석 모습(1971년) / 출처_국가기록원


건설 당시 박 대통령은 기공식에서 "지하철 건설은 문화, 경제, 사회의 모든 집약적인 수도 서울의 자랑할만한 긍지일 뿐만 아니라, 경제발전상의 중진국으로 올라서는 길"이라며 지하철 건설에 대한 자부심과 앞으로 달라질 모습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수도권과 서울을 관통하는 1호선 건설은 서울과 수도권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일대 교통혁신이었고, 수도 서울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하는 초석이 되었습니다.


매일경제 1면 – 서울地下鐵(지하철)1호線(선)착공


1974년 개통된 1호선을 시작으로 2, 3, 4, 5호선이 차례로 건설이 이루어져 1985년까지 5호선이 개통됐고, 부산(1985년)을 시작으로 대구(1998년), 광주(2004년), 대전(2007년)등 주요 도시로 확장하면서 지하철은 명실상부한 '국민의 발'로 불리우게 됩니다.


지하철이 바꾼 풍경, 책 읽는 사람들


지하철 개통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변화는 독서의 생활화였습니다. 그 모습이 당시 사람들에게도 신기했는지 많은 신문이 이를 기사화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독서하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개통 2주년에 접어드는 서울의 지하철은 어느 때고 책 읽는 사람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같은 광경은 만원버스에 시달리던 서울시민들에게서는 찾기 힘들던 새로운 광경이다." 라면서 지하철로 바뀐 도시 풍경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름의 이유도 분석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 가운데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기본적으로 지하철이 진동이 적고 조명이 밝아 독서에 불편을 주지 않는데다가 지하철 이용자들이 비교적 장거리 승객들이라 지하철 안에서 독서를 결심하기에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는데 있다."


1976년 3월 30일 동아일보 3면 – 늘어나는「地下鐵讀書人口(지하철독서인구)


지하철이 가져온 독서문화의 발달을 주목한 기사는 90년대까지 꾸준히 등장합니다. 1983년 동아일보 기사는 출퇴근길 지하철 독서인구가 늘어나면서 '포킷(포켓) 문고'라는 새롭게 등장한 출판 트렌드를 조명하고, 1990년 기사는 연 20%씩 증가하는 도서 판매를 주목합니다.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는 최근의 출판시장과 어느새 스마트폰 보는 사람들로 가득한 요즘의 지하철 풍경을 생각하면 격세지감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지요.


1983년 12월 3일 동아일보 10면 - 地下鐵(지하철)시대 포킷文庫(문고) 큰 인기 / 1990년 08월 18일 매일경제 9면 - 지하철 讀書(독서)인구 늘고 있다



지하철의 색다른 이용법, 지하철 여행


책 읽기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책 읽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출퇴근길 책 읽는 풍경은 스마트폰에 빼앗겼지만 새롭게 지하철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요. 바로 ‘지하철 여행’입니다. 이는 계속 새로운 노선이 신설되고 기존 노선이 연장되면서 탑승환경이 개선되고 춘천이나 온양 온천 같은 원거리 여행도 가능해졌다는 점, 그리고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하철 여행의 장점은 언제든지 교통카드만 있으면 떠날 수 있다는 것일 텐데요.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여행지 정보는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부산지하철 등 개별 지하철 공사와 www.visitseoul.net 등의 각종 여행정보 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_서울도시철도공사 홈페이지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게 번거롭거나 어려울 때는 지하철 주변을 전문으로 다룬 여행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넥서스에서 나온 [지하철로 떠나는 서울&근교 여행]은 지하철로 갈 수 있는 여행지 82곳의 주변 볼거리, 맛집, 산책 코스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과 연인과 지하철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물론 가벼운 에세이나 시집 한 권과 함께라면 더욱 풍성한 지하철 여행이 되겠죠^^ 그럼 출발~! 



자료 참고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

국가기록원 http://theme.archives.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