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_토닥토닥 101가지 이야기

2015.11.03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기획연재



“당신은 가족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순간 ‘멍’해졌습니다. ‘가족이라서’, ‘같이 살기 때문에’ 저는 늘 가족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엄마, 아빠로서의 그들을 기억할 뿐 가족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고 있지도, 생각해본 적도 없었던 거 같았습니다. 아마 이 질문에 말문이 막히는 건 저뿐만이 아닐 거예요. 가족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하고 실망하며 가족끼리 상처를 주고받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그런 사람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듯 서점가에는 가족에 관한 심리학책이 넘쳐납니다. 가족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그런 책을 한 권쯤은 사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저 또한 몇 권의 책을 사본 적이 있었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예시들은 제 상황과 미묘하게 달라서 속 시원한 해결책이란 느낌을 받을 수 없었죠. 그러다 『가족이라는 병』이라는 책을 만났습니다. 사실 집어든 건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어떤 충격,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집어 들고 말았죠. 따뜻해야만 하는 ‘가족’을 ‘병’이라고 말하다니... 문제를 토로할 때마다 ‘그래도 가족 아니니’라는 충고를 받았던 저에게 제목은 어떤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담입니다. 저자는 심리학자도 아니고 가족을 연구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저 가족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받았던 저자가 나이를 먹고 가족을 모두 잃고 나서 자신이 가족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생각하는 책이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이 속에는 심리학자나 연구자들이 쉽게 말할 수 없는, 경험에서 나온 ‘뼈저린 말’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 말들은 때로 비수가 되어 꽂히기도 하고 청량한 탄산음료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독한 술과 같은 말들도 곳곳에 숨어 있어 읽는 내내 오만 가지 감정이 저를 뒤흔들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 저자는 개인사뿐만 아니라 실제 여러 사람이 겪고 있는 가족 내 문제점들을 사례로 들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겪는 사람이든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아 저 사람, 나랑 똑같아’라고 생각하는 순간 받는 위로는 꽤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하죠. 


저자가 이야기하는 치료법은 간단합니다. ‘가족이라는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일단 ‘단란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죠. ‘에이 이게 뭐야...’ 싶겠지만 어쩌면 우리는 ‘망가진 가족’을 ‘정상적인 가족’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그동안 상처를 주고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놀랍게도 저자의 말처럼, 가족에 대한 기준을 바꾸는 순간, 몇 가지 문제는 곧바로 사라지는 걸 저는 경험했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치료의 시작인 것이죠. 

우리는 가족을 선택하고 태어나지 않습니다. 그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가족이라는 틀에서 모두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라는 역할을 ‘연기’하는 것일 뿐이죠. 그러니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우리는 우연히 한 가족 안에서 살아가는 것일 뿐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타인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친한 친구에게는 말 한마디 할 때도 기분과 의중을 살피면서 가족에게는 ‘가족이니까’라는 말로 무조건인 이해를 바라곤 하죠. ‘가족이니까’라는 말에는 상대가 살아온 삶과 지금의 기분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의미가 숨어 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부터 가족을 타인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느껴왔던 감정을 모두 걷어내 버리고 소개팅에 나온 사람처럼 가족을 바라보는 것이죠. 취미는 무엇인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자주 가는 장소와 친한 친구는 어떤 사람인지... 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그동안 알고 있던 가족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간’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바라보는 순간, 우리가 품어온 ‘가족이라는 병’ 중의 몇 가지는 즉시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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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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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주 아키코 지음, 살림, 이미지출처_교보문고


지난 호 나는 지금 행복한가? 책 <달라이라마의 행복> 받으실 분~ 

주연, 4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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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2015.11.04 18:48 신고

    그러게요 가족도 사람인데... 너무 함부로 하거나, 기대와 요구만 해서 생기는 문제들도 있는 거 같아요.

    특히 환상을 버려야 한단 말 공감해요. '환상=정상'처럼 착각하고 왜 내가족만 이럴까 생각하면 본인만 괴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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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mk2015.12.01 17:05 신고

    미디어가 문제입니다.
    물론,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이 모두가 바라는 이상향이지만, 그 기준을 너무 이상적으로 제시한다는것이죠. 때로는 너무 디테일하게, 마치 정답인듯 살아가는 모습에서 현실에선 허탈하고 상실감 그리고 가족에대한 기대치가 무너지는것 같습니다.
    가족안에서 충분히 다른의미로도 행복할 수 있는데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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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2.18 01:40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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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2.18 01:43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