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댓글은 뉴스를 어떻게 바꿨나?
2011. 8. 24. 09:2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미국의 뉴스 전문 사이트인 ‘허핑턴포스트’. 최초에 블로그 포맷으로 시작한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월 미국의 대형 언론기업 AOL에 3억 1500만 달러에 인수되어 그 가치를 증명했는데요.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5월 순방문자 3천 560만명을 기록해 3천 360만 명인 뉴욕타임스(NYT)를 누르고 미국에서 순방문자가 가장 많은 뉴스 사이트로 등극했다고 합니다.
이는 정통 언론사들을 모두 제치고 블로그 사이트가 1위를 차지한 것이라 ‘언론계의 지각변동’이라 일컬어질 만큼 큰 충격을 주었는데요. 이렇게 허핑턴포스트가 창간 6년 만에 세계적인 뉴스 사이트로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소셜 댓글’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뉴스를 수용하지 않고 소비하는 사람들
“자기 표현은 새로운 오락이다. 사람들은 정보를 소비할 뿐만 아니라 자신도 정보활동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충동을 이해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미래와 연결된다”
허핑턴포스트의 편집장 아리아나 허핑턴은 이 한마디로 허핑턴포스트의 성공비결을 요약했는데요. 지금까지는 오직 언론사만이 뉴스를 생산할 수 있었고, 독자들은 이를 일방적으로 수용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는 정보 생산자와 수요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뉴스를 확산하고 재생산한다는 말인데요. 즉 뉴스가 수용의 대상이 아닌 소비의 대상이 되어 사람들은 이를 마치 오락처럼 주고 받으며 즐긴다는 것이지요.
허핑턴포스트는 사람들이 기사를 읽을 뿐만 아니라 사이트에 머물면서 기사에 대해 다른 독자들과 이야기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이 뉴스 사이트에 더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소셜 뉴스 전략을 펼쳤는데요. 뉴스를 본 독자들은 친구들에게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기사를 추천하거나 댓글을 남겼고, 이렇게 ‘공유하기 쉬운 시스템’ 즉 소셜 댓글을 활성화시킨 것이 큰 효과를 거뒀습니다.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허핑턴포스트 메인화면. 이미지출처: 허핑턴 포스트 홈페이지>
허핑턴포스트는 페이스북 외에도 트위터, 구글, 야후 등의 계정을 사용해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으로 SNS와의 연결을 확대해 나갔는데요. 결국 이를 통해 허핑턴포스트의 뉴스는 SNS를 통해 점점 많은 사람에게 흘러들어 갔습니다.
이런 소셜화의 바람은 국내 언론사에도 불어닥쳤는데요. 2010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소셜 댓글을 달 수 있는 사이트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불과 1년도 안되어 2010년 말에는 웬만한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대부분 소셜 댓글이 달리게 되었습니다.
소셜 댓글, 인터넷 실명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소셜 댓글은 뉴스의 확산과 공유라는 장점 이외에도 또 하나의 순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악성 댓글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를 개발한 시지온 김범진 대표는 “소셜 댓글을 통해 사이트에 남긴 댓글은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온라인 인맥에게도 공개된다. 댓글을 통해 지인들과 공유하기 때문에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욕설 등의 악성 댓글을 남기는 행동을 자제하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범진 대표가 ‘라이브리’를 기획하게 된 데는 2007년 최진실씨 자살사건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에도 특정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OOO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같은 사이트가 운영되는 것도 충격이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넷에 남긴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나온 결과물이 소셜 댓글 서비스였다고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개인 정보 유출 문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악성 댓글 때문에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고, 실제로 2004년 도입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억누른다는 점 등을 들어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았는데요. 이런 점에서 소셜 댓글은 ‘지인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악플을 자제하고 선플을 유도하는 목적’으로 인터넷 실명제의 대체제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확산보다는 소통에 중점 두어야…
언론사를 비롯해 기업이나 기관의 홈페이지, 그리고 개인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소셜 댓글은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소셜 댓글란이 없더라도 적어도 ‘SNS 공유하기’ 버튼을 통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연결되게 해 두었는데요.
다만 앞서 예를 둔 허핑턴포스트의 경우 소셜 댓글을 통해 독자와의 광범위한 소통을 이루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뉴스의 ‘송출’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즉 SNS의 본질인 소통의 힘을 활용하기보다는 SNS에서 형성되는 여론을 점검하고, 자사의 기사를 SNS에 공급하는 일차원적인 성격이 더 강한데요.
한국기자협회 이대호 기자는 기자들의 소셜 미디어에 대한 태도가 ‘SNS는 곧 사라질 유행이다’와 ‘앞으로는 SNS에 적응 못하는 언론사와 기자는 도태될 것이다’라는 두 가지 의견으로 상반되어 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언론이 정보를 독점하고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던 시대는 SNS와 함께 끝났다고 말하며, SNS에서 형성되는 정보력과 검증능력, 전파력이 언론을 능가하는데 무엇 때문에 언론에 의존하겠냐며 SNS를 통한 뉴스룸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스마트폰의 도입과 함께 요 몇 년 간 세상은 급격히 변했습니다. 언론을 둘러싼 환경도 결국 이 소셜미디어 혁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데요. 그 중심에 소셜 댓글이 있습니다. 소통과 확산, 공유가 화두가 되는 시점에서 뉴스 역시 많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뉴스의 생산과 소비가 함께 이루어지는 시대, 기자들의 고민이 깊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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