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통제는 왜 자꾸 늘어만 가는가

2016.01.12 14: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번 달 10일 인터넷 상 명예 훼손 게시 글에 대해 제3자가 신고 할 수도 있으며, 관련 기관이 직권 심의가 가능하도록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명예 훼손을 당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터넷 통제’를 위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인터넷 통제가 점점 늘어나는 이유와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 생각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자유를 주장하는 쪽은 대부분 인터넷에 관련된 통제는 권력의 산물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정권을 반대하는 입장에 있는 시민단체와 개인도 이 주장에 동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관련 법은 권력이 시민단체와 개인을 통제하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는 주장보다는 사회 구조적인 관점에서 찾아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와 개인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한다면 시민단체와 개인의 자유에 대해 우호적인 진보 세력이 집권을 할 때 인터넷 관련 법들이 사라지거나 최소한 줄어들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대표적인 인터넷 통제 방법 수단으로 문제시 되어 시민 단체의 반발을 불러 온 ‘인터넷 실명제’의 경우 진보 진영이었던 노무현 정부 때 탄생했습니다. 인터넷은 이미 다양한 이해 집단과 다양한 계층들이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며 복합적으로 작용해 돌아가는 유기체로 인터넷 관련 통제 역시 사회적 관계 구조로부터 탄생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만약, 지금처럼 고도로 발달된 인터넷 세상에서 통제의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협동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깨져 인터넷은 더 이상 존재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한겨레)


초기 인터넷 세상은 인터넷 이상주의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정신적 연대‘를 통해 지킬 수 있었습니다. 초기 인터넷 사용자들은 느슨하게 모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인터넷에 접속 할 수 있는 곳이 대학교 실험실, IT 대기업의 연구실 등 매우 한정된 장소에서 자격을 갖춘 일부 사람들만 이용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별도의 제도화된 통제 방법이 필요 없었습니다. 이용자 각자가 온라인에서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며, 네티켓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에만 통용되는 독특한 규칙들을 동료로부터 배우면 되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이를 쉽게 알 수 있었으며 동료로부터 자연스럽게 무시를 당하거나 집단을 망신 시키는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것을 감수해야 했기에 함부로 행동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 세상을 이루는 구성원끼리의 ‘정신적 연대 (sense of kinship solidarity)’를 통한 안전한 인터넷 세상을 더 이상 기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인터넷 터줏대감이었던 대학교 실험실, IT 대기업의 연구실 사람들과 새롭게 인터넷 세상에 들어 온 ‘가정 주부’, ‘중고등 학생’, ‘상인’ 등은 동시대에 비슷한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지만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로 공동체 의식을 기대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위적인 규범’이 생겨나게 된 것이죠. 


‘정신적 연대 (sense of kinship solidarity)’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사회에서는 한 명이 규범을 어길 경우 서로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마치 자신이 부정을 저지른 것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는 전체에게 위협적인 행동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그러나 동질감을 공유하지 않는 집단과 개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매우 실용적인 제도화된 통제 방법이 등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름다운 인터넷 세상의 자율적 규범도 이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조정과 관리에 의존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악의적인 목적으로 일부러 잘못된 정보나 네티켓에 벗어나는 정보를 올렸을 경우뿐만 아니라 실수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을 경우까지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일부러 타인을 공격하기 위해 비방성 정보를 올리는 경우뿐만 아니라 실수로 잘못된 정보를 인터넷에 올려 타인이 이 정보를 믿고 행동하다가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경우도 해당 될 수 있습니다. 



인터넷 관련 법은 이러한 상호의존적인 사슬이 끊어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이제 인터넷의 통제는 도덕이나 네티켓이 아닌 실용적인 목적으로 필수적인 요소로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통제가 실용적인 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초기 아름다운 ‘정신적 연대’는 더 이상 무의미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보조적 역할로 꼭 필요합니다. 법과 같이 제도화된 통제 톱니바퀴를 통해 인터넷 세상이 깨지지 않게 돌아 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정신적 연대’가 없는 톱니바퀴는 녹슨 톱니 바퀴처럼 삐걱거릴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동일 집단으로 동일한 경험과 사고를 공유하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적 연대 (sense of kinship solidarity)’를 자신의 이익을 추가하면서도 공동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기적 연대 (organic solidarity)’로 발전 시켜야 합니다. 이것은 인터넷이 단일 집단의 구성원에서 다양한 집단의 구성원으로 변함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느슨한 모형의 새로운 연대입니다. 유기적 연대는 정신적 연대와 다르게 제도적 통제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다만, 오프라인 상의 통제가 개인이나 단체가 잘못된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억압적 통제 (repressive control)’ 이라면 인터넷은 ‘반환적 통제 (restitutive control)’가 되어야 합니다. 인터넷에 다양한 집단이 들어와 더 이상의 정신적 연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해도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서로가 가진 정보를 나누며 돕지 않으면 발전 할 수 없는 구조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가 깨지는 것을 회복하며 유기적 조화를 이루기 위한 통제가 바람직한 통제의 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