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와 신문활용교육

2016. 5. 19.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정형근정원여자중학교 교사



2014년 드디어 신문활용교육이 중학교의 정규 교육과정에 편입되었다.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입시나 시험의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과 진로에 대해 체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도입한 자유학기제의 실시와 더불어 신문, 내 꿈을 펼쳐라가 선택과목으로 채택되어 전국의 학교에서 교육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신문이나 뉴스가 국어나 사회 수업 시간에 본문의 이해를 돕거나 심화된 활동을 위한 자료로 사용된 적은 있지만, 신문활용수업 자체가 수업의 목적이 된 경우는 없었다.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개발한 신문, 내 꿈을 펼쳐라는 워크북뿐만 아니라 미니북까지 개발되어 전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2014년 본교에서 처음으로 선택프로그램을 개설했을 때 바리스타’, ‘집밥 이선생’, ‘행복 수업’, ‘음악이 흐르는 수요일’, ‘미적 체험으로 완성하는 나’, ‘몸 튼튼 마음 튼튼등은 학생들의 관심을 끌만한 과목들이었다. 나는 신문, 내 꿈을 펼쳐라로 선택 수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것보다는 직접 만들었던 워크북을 가지고 수업을 하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끌기 위해 신문과의 잡담(job)’이라는 명칭으로 과목을 개설했다. 1차 수강 신청의 결과는 참혹 그 자체였다.

행복 수업, 게임 수업, 토의 토론 등 인문사회 과목 중의 하나로 개설된 신문과의 잡담1차 수강 신청 결과는 200명 가까운 학생 중에 단 2명만이 신문의 문을 두드렸다. 교육과정을 담당한 부서에서도 당황했다. 재미가 있어 보이는 다른 과목과는 달리 학생들에게는 신문과의 잡담은 공부하는 과목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홍보를 하면서 학생들이 자유학기제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학생들은 시험을 보지 않고 직업현장체험을 다니는 것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는 이런 생각의 허점을 파고 들어갔다. 이런 상황일수록 평소에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놓아야 2,3학년에 올라가서 학습하는데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고 신문활용교육이 교과수업의 연장이 아니라 교과에서 벗어나 사회와 주변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가 수업에 들어가는 반의 아이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런 홍보가 효과가 있었던 탓일까? 2차 수강신청 때 무려 34명의 학생이 신청을 했다. 이렇게 나의 첫 신문활용수업은 시작되었다.


우리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보다 많은 과목의 수강을 통해 다양한 경험하기를 원해 2시간짜리(90) 8차시를 1기로 하고, 한 학기에 8차시를 2번 운영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수업에서는 가급적 이론적인 부분은 빼고 학생들의 활동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신문 광고를 활용하여 공익광고 만들기, 신문에 실린 만화를 스토리텔링하기,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신문의 기사 비교하기, 사진으로 보는 신문의 관점 파악하기, 주장하는 글을 비판적으로 읽기 뿐만 아니라 학급, 학교, 진로 등을 주제로 모둠신문 만들기를 하였다. 학생들은 모둠신문을 만들면서 문제를 공유하고 서로 즐겁게 활동하면서 우정을 쌓아갔다. 수업이 끝날 때 즈음에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신문 수업을 하게 되어 감사하다는 감사장(?)까지 받게 되었다.

솔직히 감사장까지 받을 만큼 훌륭한 수업을 한 기억은 없다. 다만 학생들이 신문에 대해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하고, 또 자신들의 생각과 끼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격려를 해주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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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하고 아쉬웠던 비판적 사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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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화려해 보이는 다른 선택과목에 비해 후한 평가를 받았다고 할 만하다. 학생들에게 신문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고, 신문을 읽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했으며, 신문을 활용하여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 등을 알게 해 준 것은 성과로 삼을 만하다. 하지만 뭔가 핵심이 빠진 느낌이 든다. 사고력 신장, 그 중에서도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소통되며, 소비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력의 신장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나 또한 내가 만든 자료에 매몰되어 이런 한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었다는 점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번에 신문활용교육을 통해서도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다. 하지만 신문을 활용하여 비판적 사고력까지 기르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점은 학생들이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갖추지 못해 자신들이 읽고 있는 신문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다양한 상황적 맥락에서 쓰인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보니 글쓴이가 말하려고 하는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내용이 파악되지 않고 글쓴이의 의도를 알아채지 못하며, 글이 쓰인 맥락을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다루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새로운 교육방향으로 삼은 미디어리터러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신문뿐 아니라 뉴스 그리고 심지어는 SNS의 자료 또한 교육의 자료가 될 수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다보면 자연스레 비판적 사고력은 길러질 것이다. 학생들이 흥미 있어 하는 생생한 자료를 분석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