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롤모델이었던 아버지와 신문의 공통점
2011. 9. 6. 09:2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어릴 적에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대개는 어머니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저는 유독 아버지를 좋아한다고 대답하는 조금은 독특한 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도 언제나 대답은 아버지였죠.
왜 그런고 하니 어릴 적 제게 가장 큰 롤모델이 되었던 사람이 바로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시간 중에 집에서 볼 수 있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는 언제나 책과 신문이 함께 했죠.
아침에 눈을 뜨고 가장 먼저 제가 하게 되는 일은 문 앞에 배달되어 온 신문을 아버지께 가져다 드리는 것이었고, 신문을 정독하시며 그날의 이슈가 되는 이야기들을 자연스레 이야기해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듯 멋있는 아버지가 읽는 신문은 어려운 한자어와 진지한 세상 이야기로 가득차 있어서 언제나 배워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숙제와 같은 것이기도 했습니다.
변화되어가는 세상, 작아진 위상
그러나, 세월이 지나 이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 또 하루의 일과를 보내야 하는 직장인이 되고 보니 세상엔 어릴 적에 보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쏟아지는 자료들 속에 어떤 것이 각자에게 맞는 올바른 정보가 되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지난 시절엔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사건들의 내막도 이젠 인터넷이나 여러 새로운 매체를 통해 제각각의 해석을 달고 편집이나 제한 없이 접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어릴 적에 선망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세월이 지나 한없이 작아져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영향력이 훨씬 작아진 신문의 현실을 보게 되기도 합니다.
인터넷 포털에 올라와 있는 그날의 단신기사나 흥미위주 기사들을 골라 읽으면서 종이신문을 사서 읽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예전과 같은 대표성을 많이 상실해가고 있는 것은 이젠 막을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신문을 통해 세상사를 모두 꿰뚫고 살 수 있다고 주장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으니까요.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
그러나 변화되어가는 세상 속에 아버지의 자리가 점점 작아지는 것을 느낀다 해도 아버지의 사랑과 굳은 심지가 가족을 지탱해주듯 신문도 우리에겐 다른 매체가 채워주지 못하는 효용성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컴퓨터, 인터넷 등과 같은 첨단장비와 매체는 한창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10대부터 20대에게 빠른 정보를 가져다 주지만 정작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다수 중 • 장년층들에게는 가볍고 불친절한 정보 전달자이기도 합니다.
다른 많은 일들이 그렇듯 정보를 얻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한 것입니다. 신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독자들에게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사건의 전말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문체로 전달한다는 점이죠.
이 부분이 바로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매체가 가지는 한계이자 신문 등과 같은 고전적인 매체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우리 독자가 특정한 사건에 대해 제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문제점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확장되어가는 가장 큰 열쇠이기도 하기 때문이죠.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이들만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막혀있는 매체는 그 효용성이 제한되고 대표성을 가질 수 없습니다.
최근의 이러한 경향에 있어서 흔들림 없는 아버지와 같이 그 중심을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 것이 바로 신문과 같은 고전적인 매체의 임무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지속적으로 게재하고 판형을 바꾸며 다양한 섹션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따라하기에 급급한다면 기존의 장점마저도 퇴색되어버리는 것이기에 더욱 진중해야 합니다.
중년의 아버지가 어린 자녀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그들의 패션과 말투를 따라 한다면, 그것이 신선한 시도로 볼 수는 없듯이 신문과 같은 고전적인 매체도 인터넷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특수한 소통체계를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가족을 위해 하루 하루를 보내고 내일을 준비하는 최선의 시도를 하되 그 근본은 뚜렷하게 유지되는 아버지의 입지처럼 세상의 종말이 오기 전까지는 매일 아침 어김없이 하루의 세상사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게 해야 하는 시계알람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신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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