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뉴스만 보기를 원한다면

2016. 8. 19. 11:00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정형근, 정원여자중학교 교사


[요약] 뉴스 이용이 개인화되며 생겨난 개인 맞춤형 뉴스큐레이션 서비스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뉴스만 보기를 원한다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 제공하는 맞춤형 뉴스를 이용하면 된다. 보통 큐레이터는  작품을 전시 목적에 따라 수집하고 전시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와 유사하게 뉴스 큐레이터는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에 따라 뉴스를 분류하고 배포하는 일을 수행하는데,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바로 뉴스-큐레이터이다.  



#뉴스큐레이션과 필터 버블


요즘 왜 뉴스-큐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여기저기에서 회자되는 것일까? 그것은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의 소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제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멀리하고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데, 인터넷 뉴스는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고 대량의 정보를 제공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문과는 달리 대량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그 사실이 바로 인터넷 신문의 약점이기도 하다. 너무나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사람들은 뉴스를 일일이 살펴보지 못할뿐더러 피곤함을 느낀다. 이렇듯 실시간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기사에 피곤함을 느끼는 독자를 위해 독자가 원하는 기사만 모아 제공하는 것이 뉴스-큐레이션이다. 이러한 뉴스-큐레이션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뉴스 생산 및 소비 현상이 바로 필터-버블이다.


필터-버블은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뉴스큐레이터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추어 필터링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하게 되는데, 이때 이용자는 뉴스큐레이터에 의해 필터링된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 이럴 경우 검색창에 같은 단어를 입력해도 이용자가 설정한 관심사에 따라 다른 정보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이다.


뉴스-큐레이션과 필터-버블은 기사의 홍수에 지친 뉴스소비자에게 관심 영역의 기사만 제공함으로써 시간을 절약하고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에 적합한 콘텐츠를 골라주는 서비스에 만족감을 나타내며, 언론사 입장에서는 기존 기사를 재활용해 쉽게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 뒤에는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모피어스'의 빨간약과 파란약


키에노 리브스가 주연한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 약을 주면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 이미지 출처 : 영화 <매트릭스>

"당신이 지금 빨간약을 먹으면 매트릭스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어 진실을 알려가는 일을 하게 될 것이고, 파란약을 먹으면 그냥 살던 대로 가짜의 세계에서 편안히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레오는 빨간약을 삼킨다. 그 순간부터 레오는 가짜의 세계에서 벗어나 진실을 보게 되지만 기계에게 쫓기는 삶을 살게 된다. 한편 긴장되고 숨어 사는 삶에 염증을 느꼈던 사이퍼는 메트릭스가 설정해 놓은 세계에서 편안하게 살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하기도 한다.


만약 우리가 뉴스-큐레이션과 필터 버블을 통해서만 뉴스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것은 진실이 아니라 뉴스큐레이터의 관점에서 필터된, 즉 가공된 정보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약간 과장된 것 같지만 우리가 뉴스큐레이터에 의해 가공된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면, 영화 속 매트릭스와 유사한 세계가 펼쳐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므로 우리가 진짜의 세계와 마주하고 살기 위해서는 유용한 정보를 선택하는 판단능력과 선택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편안함만을 쫓는다면 그 편안함이 우리를 정보의 감옥에 가둘 것이고, 또 우리는 그 감옥의 창살 너머로 보이는 세계만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