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2. 11:42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조영신, SK경영경제연구소 박사
[요약] ‘16년 모바일 동영상 시장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일부는 새로운 한류를 주창할 정도로 시장 내 힘이 커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MCN(Multi Channel Network) 시장의 환경 변화를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2016년 들어 영상 크리에이터와 MCN 사업자들이 각각 '미디어콘텐츠 창작자'와 '창작자 에이전트'란 이름을 갖고 새 직업으로 공식 인정을 받았다. MCN 도입 3년 만에, 아프리카TV에서 BJ가 첫선을 보인 지 10년 만에 새로운 직업으로 대접받은 것이다. 그만큼 시장이 커졌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MCN 시장의 모태가 된 아프리카TV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1사분기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모바일 영상 시장이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는 건 MCN 사업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다. '옥수수' 등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모바일 동영상 시장 내 새로운 문법을 만들고 있다. 모바일에 서식하고 있는 MCN 사업자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환경인 셈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를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전통 미디어의 진입
2015년 KBS는 '예띠'란 이름으로 MCN 시장에 진입 했다. 그러나 존재감이 없다. KBS란 브랜드명만 있을 뿐 손에 잡히는 활동이 거의 없다. 2016년 초에 MBC는 'SMC(Smart Media Content)'란 자회사를 설립했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활동이 없다. MBC의 내부 사정으로 인해서 진입 방정식이 꼬인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SBS가 '모비딕'이란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모바일 시장에 진입했다. 대형 사업자가 마음먹고 시장에 진입한 첫 케이스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상파의 힘을 내세웠으나 형식은 모바일스러움을 유지하고자 했다.
전체적인 제작비 규모도 일반적인 MCN 사업자보다 크다. 지상파의 제한성을 극복하기 위한 재기발랄함이 있다. 채 2분이 안 되는 분량도 모바일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여전히 지상파의 제작 문법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또한, 대형 사업자의 경우 투입 비용 대비 수익이 발생할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모비딕의 진입은 2016년 모바일 동영상 시장이 대형 방송 사업자도 진입해야 하는 시장임을 의미한다.
#2. 중국 왕훙의 등장
중국에서도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왕훙(網紅)이다. '왕뤄훙런(網絡紅人, 인터넷 스타)'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웨이보와 같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에서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인기인을 지칭한다. 우리나라 식으로 이야기 하자면 파워 블로거나 인플루언서 정도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급이 다르다. 유명 왕훙인 파피장(Papi 醬)은 최근에 21억6,000만 원의 투자를 받았다. MCN 사업자가 아니라 개인이 받은 투자금액이다. <2016 왕훙생태백서>에 따르면 왕훙이 직접 창출하는 경제가치가 무려 580억 위안(약 10조4,000억 원) 정도가 되고 연관 산업까지 포함하면 약 1,000억 위안(약 18조 원) 규모다. 이 기세는 더욱 확장될 것이라는 것이 백서의 전망이다.
원래 레거시 방송 영역보다 모바일 동영상 시장이 훨씬 발전한 곳이 중국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왕훙의 등장과 진화는 국내 MCN 사업자의 진입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중국 왕훙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반대로 국내 MCN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장애가 없을 뿐만 아니라 물리적 토대 위에서 여러 파트너십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이야기다.
유튜브 46만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대표 뷰티 크리에이터인 씬 등이 중국어 자막 등을 탑재해서 중국 시장 진입 기회를 노리는 것도 해당 시장의 문이 열려 있기 때문이고, 대표 뷰티 MCN 사업자인 레퍼리가 타오바오 등에 뷰티 숍을 열 수 있는 것도 중국 시장에 우리 식의 MCN 시장이 열렸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훙의 득세는 역설적으로 한국 MCN 사업자의 중국 진출 기회가 열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해외 OTT(Over The Top) 1 사업자들이 오리지널을 내세우면서 시장을 잠식했고, 유튜브와 풀스크린(Full Screen) 등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우면서 맞불을 놓는 것을 국내 영상 시장은 구경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옥수수와 카카오가 손을 잡고 기획 출시한 '통 메모리즈'는 유료 콘텐츠임에도 불구하고 3일 만에 100만 뷰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모바일 전용 영화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전망이다. 예술성을 지닌 모바일 전용 영화가 출시된 적은 있지만, 상업성을 내세운 모바일 전용 영화가 등장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회당 10분 내외의 콘텐츠이니 총120분가량이다. 계산해보면 영화를 만들어놓고 이를 다시 12회로 쪼갠 것처럼 보이지만, 기획 단계에서부터 호흡을 10분 내외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웰메이드 모바일 전용 콘텐츠가 없었을 뿐 아니라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작품은 모바일 시장 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등장했음을 의미하고, 모바일 플랫폼 간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전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임을 의미한다.
비용 대비 효율이 높지 않던 웹드라마 등의 콘텐츠가 다시 조명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향후 트렌드를 읽을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대목이다. 20억 원의 투자를 받은 72초 TV나 곧 투자 규모가 결정될 네오터치포인트 등 프로덕션 기반의 MCN 사업자들이 새롭게 부각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1인 창작자 중심의 MCN 시장이 좀 더 다양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시장 확장을 위한 연대
개별 MCN 사업자들과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연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모바일 동영상 시장의 규모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전체 광고 시장에서 모바일 동영상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내외다. 반면에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는 크리에이터의 숫자가 많아지는 상황이니 광고를 기반으로 한 평균 수익성은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연대의 힘으로 타개해보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연대는 여러 방향에서 진행 중이다. 단일 MCN 사업 내에서 크리에이터 간 연대가 이루어지는 경우다.
과거 도티와 잠뜰이 같이 방송을 진행한 것이 진화해서 아예 독립적인 이벤트로 진행되고 있다. '도티×다이아 댄스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이와는 별도로 MCN과 MCN이 연대하기도 한다. 비디오빌리지의 대표 크리에이터와 다이아TV의 대표 크리에이트가 일종의 컬래버레이션 채널인 '억섭호'를 개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MCN 시장이 팬심으로 진행되는 시장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팬들의 이동이 제한적이다. 대표 크리에이터들이 서로 연대해서 독립된 채널을 만듦으로써 서로의 영역이 확장될 수도 있고, 개인 채널의 유입이 늘어날 수도 있다.
#5. 탈(脫) 온라인·모바일
MCN 콘텐츠는 더 이상 온라인과 모바일에 갇혀 있지 않으려고 한다. 도티는 애니맥스에 실시간 편성을 했다. 물론 샌드박스의 자회사가 프로모션의 일종으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지는 않다. 그럼에도 동일 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존 미디어 사업자가 소위 유튜브 인플루언서를 주목해서 바라볼 여지가 생겼다. 일부는 캐릭터화해서 MD 상품으로 개발진화하고 있지만, 이는 제한적인 의미에서 팬 관리 차원의 사업 영역일 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수익 효과가 그다지 높지는 않다. 캐리소프트와 다이아가 MCN 콘텐츠를 IPTV에 공급해 VOD 수익을 내는 등의 제한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상단의 시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관리가 필수적이다. MCN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IP(Intellectual Property)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시장을 읽는 주요 키워드이기도 하다.
#6. 커머스
미래 성장성은 있다고 평가받지만 여전히 수익성은 박하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크리에이터가 넘쳐나고 있고, 일부 대형 사업자들만 주목받는 시장이다. 2013년에 시작한 이 영역이 3년 만에 시장 정리가 된 셈이다. 이 맥락에서 연예인화한 일부 크리에이터와 뷰티 등 특정 영역이 떠오르면서 인플루언서를 핵심으로 한 커머스 시장이 단기간 내에 부상하고 있다. 2015년이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해 고민한 한 해였다면 2016년은 커머스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 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홈쇼핑 사업자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20여 년 동안 군림해오던 홈쇼핑 시장이 모바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인플루언서에 주목하게 됐고, 이에 대한 반응으로 온라인 쇼핑 사업자와 홈쇼핑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인플루언서와 광고를 직접 연결하는 그림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인터파크는 '라이브온쇼핑'을, CJ오쇼핑은 '1분 홈쇼핑'이나 '쇼크TV' 등을 통해, 그리고 GS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은 먹방 등을 통해 모바일 동영상을 품었다. 소셜 커머스 업체인 티켓몬스터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이용해서 동영상과 모바일을 연결했다.
이러한 시도는 중요한 의미를 띤다. 일단 수익성이 하락하는 홈쇼핑 사업자에겐 새로운 실험이라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MCN 사업자에게는 자칫 실수로 시장이 무너질 수도 있는 맥락에서 대형 커머스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해서 나름의 문법을 정리해주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매력이다. MCN은 텍스트 시장의 블로그와 견주어 볼 수 있다. 영상 시장의 크리에이터는 블로그의 파워 블로거로 생각해볼 수 있다. 초기 블로그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면서 일부 파워 블로거 등이 커머스와 연계했던 시절을 상기해보면 된다. 그때 파워 블로거가 자신의 힘을 믿고 커머스를 속이는 등의 행위로 신뢰 기반을 잃은 적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홈쇼핑처럼 관리가 가능한 사업자가 진입해서 커머스의 틀을 잡아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일 뿐 아니라 시장 내 존속 및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유일하게 활발한 동영상 시장
2016년 모바일 동영상 시장은 여전히 역동적이다. 일부는 새로운 한류를 주창할 정도로 시장 내 힘이 커졌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MCN 중심의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고, 그 맥락에서 한국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징후는 모바일 동영상이 여전히 팽창하고 있고, 시장의 역동성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닫혀있고 움직이지 않는 영상 시장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시장. 그 움직임이 2016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활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2016년 8월호
- OTT(Over the Top) : 인터넷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영화·교육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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