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hate speech)에 대하여

2016.08.17 10:2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요약] 최근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은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와 관련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여성혐오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여성혐오는 여성대상 범죄를 일으키는 원인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그에 따른 갑론을박이 있었다. 한국사회에서 혐오표현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특히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


사실 혐오표현(hate speech)은 여성혐오에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 중 소수자 내지 약자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표현을 의미하는 혐오표현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세계 각국에서 문제가 돼 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유태인에 대한 나치의 혐오표현이 제2차 세계대전을 초래한 사실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흑인 및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한 혐오표현이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혐오표현이 유발하는 혐오범죄(hate crime) 또한 현재진행형인 이슈이다. 국내에도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인종이나 민족적 차별에 해당하는 혐오표현이 근래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으며, 최근 혐오표현을 규제하려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혐오표현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이를 규제해야 하는지, 한다면 어느 범위까지를 규제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혐오표현과 그 규제에 관한 국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20~50대 성인남녀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구체적으로, 자신의 일상 경험에 근거한 혐오표현 인식, 규제 필요성, 혐오표현을 주로 접하게 되는 온·오프라인 경로, 여성혐오와 관련된 인식 및 개선 방법 등을 조사하였다.




#혐오표현의 대상 범위에 대한 인식


어떠한 차별적 표현이 혐오표현으로 분류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혐오표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소수자/약자 유형들을 제시하고, 각 집단에 대한 차별적 표현이 혐오표현이라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혐오표현이라고 인정한 유형은 인종·민족에 의한 차별적 표현(71.4%)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성적 기호(동성애자, 양성애자 등; 64.7%), 출신지역(61.5%), 성별(60.3%), 종교(52.8%)가 뒤를 이었다. 정치적/이념적 성향과 관련된 차별적 표현이 혐오표현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고(42.6%), 이는 혐오표현이 아니라고 답한 비율(42.6%)과 동일한 수치이다. 이러한 결과는 정치나 이념 성향에 따른 차별적 표현이 비록 사회문제가 되고 있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이를 혐오표현의 범주에까지 포함시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통해 혐오표현 접한다



혐오표현을 접하는 주된 경로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 과반수인 65.8%의 응답자가 인터넷(모바일 인터넷 포함)을 선택했다.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 주로 접한다는 응답은 16.5%, 직장·학교 등 사회생활 공간 7.2%, 친구·선후배 등과의 사적 모임이 3.8%의 비율을 보였다. 온라인 공간 중에서도 특히 인터넷 카페/커뮤니티나 블로그가 혐오표현을 많이 접하는 온상으로 지목됐다(51.8%). 과거에는 주로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던 혐오표현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직장이나 학교와 같은 사회생활 공간에서도 응답자들은 혐오표현을 적지 않게 접하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게 듣는 혐오표현은 성별과 관련된 차별적 표현(45.5%)인 것으로 나타났다. 



‘OO녀’라고 명명하는 것은 여성혐오인가?


여성혐오 문제 자체가 심각하다는 것에는 다수의 응답자들이(74.1%) 그렇다고 동의했으나, 관련된 구체적 사건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서는 남녀 간 온도차가 뚜렷했다. 먼저,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범죄인가에 대해 여성 78.2%가 그렇다고 응답했으나, 남성은 48.1%만이 여성혐오 범죄라고 답했다.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5개를 제시하고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하나를 선택하게 한 결과, 신문이나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여성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표현이나 보도를 했을 때 징계조치를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28.6%).



살펴본 것과 같이, 여성혐오 문제(나아가 여러 유형의 혐오표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입장은 성별, 연령 등을 포함한 본인의 속성에 따라 매우 다를 수 있다. 이에 여성혐오 및 혐오표현 문제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남녀간·세대간 인식의 격차를 줄이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노력부터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조사 전체 내용은 Media Issue 2권 7호에서 확인하세요!





[활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Media Issue 2권 7호, <혐오표현과 여성혐오에 대한 인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