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정착이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

2016.08.12 10:0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장선화 서울경제신문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Ph.D)



[요약] 지난 7월 30일 ‘김영란법’ 통과 여부로 국회가 술렁였습니다. 합헌 판결로 시행을 앞둔 김영란법의 배경, 과정, 내용을 설명해 드립니다.



#입법추진에서 시행까지 만 4년 걸린 ‘김영란법’


남자 변호사가 내연의 관계였던 여검사에게 업무상 배임 및 횡령에 관련된 사건 청탁의 대가로 외국산 자동차의 리스료를 대신 내주고 명품 가방을 사준 게 들통이 났다. 그러나 사랑의 징표로 여검사에게 준 것이라는 변호에 법정은 현행법으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1년 12월 28일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아울러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당시 변호사와 검사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는 청탁에 대한 대가성이 있어 보이는 뇌물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되었지만, 처벌 불가 판결이 내려지자 검찰 등 공직사회에 부정부패가 만연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 벤츠여검사 사건 문자내용
(※
출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법률, 나무위키)



2012년 8월 6일 당시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은 청탁과 뇌물 근절을 위해선 좀 더 강한 법이 필요하다고 판단, 법 추진을 단행했다.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김영란법’은 이렇게 시작됐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대가성이 없어도’에 있다. 그동안 각종 고위 공무원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터지면 당사자들은 대가성 없는 선물이라는 주장으로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갔다.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입법 추진했던 법률안은 주로 고위공무원과 정치인이 주요 대상자였으나, 이후 협상과정에서 거듭된 수정을 거쳐 2015년 1월 12일 국회 정무위에서는 제재 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사를 포함한 수정안이 통과됐고, 3월 27일 법이 공포됐다.


법 제정안이 발표된 후 일각에서는 ‘과도한 기본권 침해’ 등 위헌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월 5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사립학교와 언론사를 공직자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위헌[각주:1] 확인을 요청하는 헌법소원[각주:2]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1년 7개월에 걸친 숙고 끝에 헌재는 지난 7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에서 4가지 쟁점 모두가 합헌[각주:3]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만 4년여에 걸쳐 벌어진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김영란법’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쟁점 사안에 대한 판결, (재판관 9명의 판단 수)]

(※출처: 2016.7.29. ‘김영란법 합헌 결정...주요쟁점별 헌법재판관 판단’ 2면, 한국일보.)



#김영란법의 핵심과 논란의 대상


법의 핵심은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금지 등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부정청탁관련 부분을 살펴보자. 김영란법은 직접 또는 제 3자를 통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1천만~2천만의 과태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각주:4]  금품수수 제재의 핵심은 공직자 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있다. 또 시행령에 식사(3만원)·선물(5만원)·경조사비(10만원) 등 사회상규상 허용되는 금품 상한선도 정했다. 아울러 적용 대상 직업군의 배우자도 포함됐다. 배우자가 대신 금품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합헌결정과 법 시행을 앞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금품 상한선에 대해 농축수산업계는 경기침체 가속화를 우려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기자협회도 헌재 판결이 나온 직후 ‘김영란법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악용 안된다’란 제목의 반발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각주:5]



['김영란법' 제정부터 시행까지]

(※출처: 2016. 7. 29., ‘김영란법 합헌 결정’ “부정청탁·향흥...부패고리 끊는다공직사회 대격변 불가피, 한국일보, 3.,

나무위키,http/namu.wiki/w/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 등 재구성)



법 시행에 앞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먼저 적용대상자가 40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돼 실효성이 있을까에 대한 논란이다.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은 국가·지방공무원, 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의 장과 임직원, 학교장과 교직원, 학교법인 임직원, 언론사 대표와 임직원 등이다. 이들이 약 240만명으로 배우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여기에 재건축 등 정비사업 임원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알려져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각주:6] 두 번째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갖가지 편법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식사자리에 참석한 사람 수를 부풀리거나, 비용을 카드 몇 개로 나눠서 계산하거나 날짜를 달리해서 결제하는 ‘영수증 쪼개기’ 혹은 각자 계산한 후 돈을 돌려주는 ‘페이백’ 등 편법이 난무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3(식사비)·5(선물비)·10(경조사비)만원 상한선으로 규정하고 있는 금액기준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서 “농수축산업에 종사하는 국민의 걱정과 관련해 시행령 정비 작업에 적극 나서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식사·선물 가격 상한선을 3·5에서 5·10으로 인상하자는 시행령 개정을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반대로 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공직자가 가족과 친척 연관 업무를 할 수 없게 직무에서 배제한다는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포함한 개정안을 1일 대표 발의했다.[각주:7] 당초 정부가 제출한 김영란법에는 금품수수금지, 부정청탁 그리고 이해충돌방지도 포함됐으나 국회 심의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는 제외됐다. 법 적용 대상이 공직자의 친인척까지 포함돼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개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최근 서영교·박인숙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이 사회적 논란을 부른 만큼 정치권이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기는 쉽지 않게 됐다. 


부정청탁과 향응 등 뿌리깊은 부정부패 해소라는 취지로 제정된 ‘김영란법’ 시행에 대해 대다수 국민과 시민·사회 단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기자협회가 내놓은 반발성명에 대해선 냉소를 던지는가 하면, 농축수산업계의 강력한 반대 입장에 대해선 부정부패와 비리에 빌붙어 장사를 하려는 몰염치한 집단이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김영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언론이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된 만큼 그동안 찜찜했던 취재원의 접대와 향응은 떨쳐버리고 김영란법 우수 실천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변치 않는(?) 옛날식 ‘고비용저효율 접대’를 고수하는 파렴치범들에겐 일침을 가하는 보도로 김영란법이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뒤처진 언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농축수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비싼 선물용 상품 판매 대신 일반 시민들을 위한 우수한 우리 농산물 개발에 힘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부정부패 해소해야 선진국된다


IMF의 2016년 4월 자료[각주:8]에 따르면 1인당 GDP기준으로 한국(2만 7,195달러)은 세계 185개국 중 28위에 올랐다. 1위~10위에 오른 국가를 보면 룩셈부르크·스위스·노르웨이·덴마크·싱가포르·스웨덴·네델란드·호주 등이 있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조사·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각주:9]’다. 2015년 자료에 따르면 자신들의 나라가 청렴하다고 생각하는 나라 1위가 덴마크(91)며 뒤이어 핀란드(90)·스웨덴(89)·뉴질랜드(88)·네델란드(87)·노르웨이(87)·스위스(87)·싱가포르(85)·캐나다(83)·독일(81)·룩셈부르크(81) 등의 순으로 상위권에 있다.


두가지 통계의 시사점은 한가지다. 경제대국으로 가려면 그 나라의 청렴도가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실 한국이 사회 각 분야에 선진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벤치마킹을 하며 부러워하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부패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56)은 37위로 중국(62·30위) 보다 아래다. OECD 국가 기준으로 보면 회원국 34개 중 1위는 덴마크(91)이며 한국(56)은 27위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규모로만 따진다면 한국은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부정부패가 만연해있다고 한국에 거주하는 국내외인들은 인식하고 있는 것. 


이충재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국세청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법인 59만1,694곳이 카드로 결제한 접대비가 10조원으로 하루에 접대비로 나가는 돈이 270억원에 이르는 비정상적인 접대 관행을 지적했다.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접대비의 폐해를 없애기 위해 건당 50만원 이상의 접대비 지출은 이름과 장소와 목적 등을 밝히는 접대비 실명제를 시행한 적이 있다. 당시 접대비가 줄어들고 문화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 시기는 부패인식지수(CPI)가 개선되는 시점과도 맞아 떨어진다. [각주:10]


접대와 향응을 당연시 여기는 나라는 공정한 경쟁과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는 민주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특히 연구개발, 제품개발 등 생산성 향상과 제품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해야 할 예산의 일부를 접대비 명목으로 책정한다면 국가의 신뢰성 추락은 물론 ‘메이드인 코리아’에 대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약화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접대를 해야 하는 당사자는 또 어떤가. 상대방의 직급에 맞는 음식점 선정부터 1차, 2차, 3차에 이르는 향응의 연속을 순차적으로 매끄럽게 진행하고 적절한 선물을 골라서 손에 들려 집으로 보내는 원치 않는 접대 전문가가 돼버렸다. 그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은 피폐해지고,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은 송두리째 빼앗긴 채 비정상적인 삶의 패턴을 강요당한다. 


법안이 처음 제안됐을 때부터 기득권세력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유야무야 될 뻔한 김영란법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불거진 ‘관피아’ 척결이 주목을 끌면서 지지부진했던 입법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부정부패를 내버려둬서는 더 이상 국가의 미래가 없다는 여론의 강력한 힘에 의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재계에서는 법 시행 전에 벌써부터 개정의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6년 OECD조사에 따르면 부패인식지수가 낮은 나라가 높은 나라보다 해외직접투자(FDI) 유치 확률이 15% 낮다고 분석했다.[각주:11] 중진국 수준의 부패인식지수로 선진국을 꿈꾸는 건 도둑의 심보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닮고자 하는 선진국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경쟁 체제가 유지되는 나라들이다. 한국이 진정 선진국이 되고자 한다면 국가 시스템의 투명성 확보는 물론 구성원 모두가 선진국 시민처럼 행동해야 한다. 풍부한 인적자원과 뜨거운 교육열이 한국전쟁의 아픔과 그로 인한 가난을 딛고 경제대국으로 오른 저력이라는데, 우수한 인재들이 부정청탁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대서야 말이 아니다. 김영란법이 그대로 시행되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1. 위헌(違憲) : 법령 등이 헌법규정에 위반하는 것. [본문으로]
  2. 헌법소원(憲法訴願) : 국가의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에 국민이 헌법재판소에 이의 구제를 직접 청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제도. [본문으로]
  3. 합헌(合憲) : 헌법의 취지에 맞는 일. [본문으로]
  4. 2015.3.27. 제정, 제 5장, 징계 및 벌칙,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청탁금지법), 법률 제 13278호, 국가 법령정보센터, 법제처, http://www.law.go.kr/법령/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13278,20150327) [본문으로]
  5. 2016.7.28., [한국기자협회 성명]‘‘김영란법’ 비판언론 재갈물리기 악용 안된다. ‘김영란법’ 합헌판결 유감이다.’ [본문으로]
  6. 정순구, 2016.8.3. ‘재개발 조합장도 ‘김영란법’ 적용’, 서울경제 1~2면. [본문으로]
  7. 2016.8.2., ‘이해충돌방지 포함’ 김영란법 개정안 발의...논란예고, JTBC뉴스 [본문으로]
  8. 2016.4.16. IMF, 'World Economic Outlook', International Monetary Fund. [본문으로]
  9. 공공 및 정치부문에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부패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서 국제투명성기구에서 1995년부터 매년 발표하고 있다. 2011년까지 0~10점 단위가 2011년부터 10~100점단위로 변경됐다. 점수가 높을수록 청렴하다. [본문으로]
  10.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2004년(4.5) 이후 4년 연속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출처: namu.wiki/w/부패인식지수 [본문으로]
  11. 청탁금지법 시행준비단, 2016.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해설집’. p.12, 국민권익위원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