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12. 11: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지난 7월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 회원 1,03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정보 대량 유출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디지털을 통하지 않고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기에 우리는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 받기 위해 유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의무처럼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정보들도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을 이유로 자동으로 수집되고 있다. 자동으로 수집되는 데이터에는 방문기록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등 결제정보, 사용하는 파일과 소프트웨어의 이름, 기기 정보 등 개인에 관한 많은 것이 포함된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디지털 환경의 특성상 수집되는 정보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그렇다 보니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 또한 함께 높아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개인정보’ 및 그 보호에 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동향과 대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20~50대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결과들은 향후 디지털 공간에서 개인정보와 관련한 논의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국민 93.9%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 법제화 필요”
개인정보의 보호 수준을 현재보다 강화하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91.0%에 이르렀다. 필요하지 않다와 관심 없다는 응답은 각각 5.6%, 3.4%에 불과했다. 이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 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현재보다 강화하는 법안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
개인정보 보호 강화 법안 필요성과 관련해서 EU에서 시행 예정인 ‘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의 법제화에 대한 응답자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했다. ‘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를 국내에 도입해 법제화하는 것을 찬성하는 응답자는 93.9%에 달했다(매우 필요함 54.2%, 약간 필요함 39.7%).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0.5%에 불과했으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답한 비율도 5.7%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를 국내에 도입해 법제화한다면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추가적으로 물은 결과 실효성이 있다는 의견이 75.4%로(매우 실효성 높음 23.4%, 약간 실효성이 있음 52.0%), 없거나 낮다는 응답(24.6%)보다 50.8%p 더 많았다.
▲ (좌)'정보수집 거부할 권리' 법제화에 대한 의견 / (우)법제화 실효성 인식
이와 관련해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경우 어떠한 절차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용자가 ‘설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right to explanation)’를 인정 내지 존중해야 한다는데 대한 의견을 물었다. ‘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와 유사하게 ‘설명을 요구할 권리’에 대해서도 인정 및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대다수인 90.8%에 이르렀다(매우 동의 44.1%, 약간 동의 46.7%).
이러한 결과들을 종합하면, 우리 국민들은 자신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고, 개인정보에 관해 보다 적극적인 권리 개념의 도입 및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응답자 75.7% “개인정보 유출 경험이 있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전에 자신이 겪은 개인정보 유출 경험이 얼마나 되는지를 먼저 물었다. 응답자들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 지난 달 발생했던 인터파크 회원 1,030만 명의 개인정보(아이디, 비밀번호,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등) 유출 사건을 비롯해 최근 몇 년 간 있었던 1,000만 명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들(2008년 옥션, 2011년 넥슨과 네이트, 2014년 KT, 롯데카드, NH농협카드, KB국민카드)을 예로 제시하고, 이들을 포함해 그 동안 자신이 겪은 대략적인 횟수를 답하게 했다.
▲자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험 횟수
‘잘 모르겠다’(20.0%)와 ‘거의 없다’(4.3%)를 제외하고 약 3/4에 해당하는 75.7%의 응답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5회 미만이라고 답한 사람은 조사대상의 1/3 가량인 33.4%였으나, ‘수없이 많다’와 ‘10회 이상’을 택한 응답자 또한 각각 17.8%와 8.5%로 확인됐다. 이는 자신이 인지하고 있는 경우에 한정해 보더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개인정보 유출 경험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서….
자신의 개인정보를 온라인 서비스사에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를 알아보고자 응답자들에게 총 8개의 보기를 제시하고 그 가운데 2개씩 복수로 선택하게 했다(순위에 상관없는 선택이므로 가중치를 주지 않고 합산평균했음).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싫어서 온라인 서비스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에 해당하는 마지막 선택지 하나만 택하도록 지시했다. 조사 결과, 40.4%의 비율로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어서’가 가장 많은 응답자들이 선택한 개인정보 제공 이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 다음으로는 ‘구매비용을 결제하는데 필요해서’(17.3%), ‘다음 방문 때 접속시간을 아끼기 위해’(9.7%), ‘상품 배송을 받는데 필요해서’(8.3%)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정보 제공을 하고 싶지 않아 온라인 서비스를 거의 이용 안한다고 밝힌 사람들이 4.8%에 이른다는 것도 눈에 띄는 결과였다.
▲ 온라인에서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다음으로, 온라인 서비스 이용을 위해 제공토록 요구받는 여러 가지 개인정보들 중 가장 제공하기 꺼려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50.3%의 압도적인 비율로 응답자들이 제공을 꺼려하는 개인정보 유형은 주민등록번호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 다음으로 1/4 정도에 해당하는 26.3%가 제3자 정보 제공 동의, 즉 수집된 자신의 개인정보를 타 서비스사에 제공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꼽았다. 본인 인증 정보(9.1%), 휴대전화 번호(7.6%) 또한 각각 10%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선택한 정보유형이었다.
#“온라인 결제정보 자동 수집이 가장 신경 쓰여”(86.9%)
오늘날에는 기술 발달로 인해 사람들의 일상적 행위 중 상당 부분이 카메라, 신용카드, 웹사이트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이러한 사실에 대해 관련 상황 및 공간의 유형들을 제시하고 각각 어느 정도로 신경 쓰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는 일상 행위의 기록은 온라인 결제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우 신경 쓴다는 응답자가 무려 52.0%였으며, 약간 신경을 쓴다는 비율도 34.9%로, 둘을 합치면 86.9%에 달한다.
▲ 일상 대부분이 기록되는 것에 대해 상황/공간별 신경 쓰는 정도
#국내 지도 데이터 해외(구글 등) 반출 찬성 vs 반대?
마지막으로 근래에 개인정보뿐만 아니라 국가 및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정보의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에 대한 인식 또한 조사했다.
▲ 국내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에 대한 입장
국내 지도 데이터의 해외(구글 등) 반출에 대해 반대한다가 44.8%, 찬성한다가 41.9%로 엇비슷한 응답 비율을 보였다. 특히, 여성이 남성보다 반대 비율이 높았고,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반대하는 비율이 높은 경향이 확인됐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분단 상황을 감안한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52.9%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찬성하는 이유로는 ‘이미 많은 지도 정보가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해외 반출 금지가 별 의미가 없어서’가 43.4%로 가장 많았다. 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 서비스 개발을 위해 반출이 필요하다는 업체들의 주장과는 다소 다른 결과로 향후 2~3개월 내에 이루어질 예정인 정부의 반출 여부 결정에 있어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Media Issue 2권 8호, <개인정보 수집을 거부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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