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9. 26. 09:14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곽선영, 도쿄대학 대학원 학제정보학부 박사과정
[요약] 신문과 TV 등 전통 매체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일본에서도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젊은 층을 필두로 한 TV 이탈현상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문과 TV 등 전통 매체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는 일본에서도 최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젊은 층을 필두로 한 TV 이탈현상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황금시간대의 드라마는 평균 시청률이 10%를 넘기만 하면 성공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트렌디 드라마 시대를 대표하던 후지TV의 월요일 9시, 세칭 ‘게쓰쿠’ 시간대는 올해 들어 방송된 세 편의 평균 시청률이 모두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30여 년 만 ‘단시간’ 시청자 증가
NHK가 5년 단위로 조사하고 있는 ‘일본인과 TV’ 2015년 결과에서는, 1985년에 첫 조사가 실시된 이래 처음으로 TV 시청 시간이 짧은 ‘단시간’ 시청자가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2010년 조사까지는 ‘장시간’ 시청자에 해당하는 고연령 시청자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시청의 장시간화가 진행돼 왔지만, 2015년 조사에서는 전체 연령대에서 단시간 시청자가 늘어남에 따라 전체적으로 ‘단시간화’ 결과가 나왔다. 이외에도 녹화 시청과 인터넷 사용이 생활 속에 자리 잡아 고연령층까지 확산되고 젊은 층에서는 이용 빈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TV 매체에 대한 의식이나 효용 등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매체의 존재감은 줄어들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번 조사를 통해 분명해진 TV 이탈 현상과 관련해 NHK방송문화연구소는 그 배경을 양적, 질적 조사를 통해 규명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송문화연구소가 발간하는 월간 <방송연구와 조사>는 7월호에서 양적 조사를 기반으로 TV 시청 시간을 분석한 데 이어, 8월호에서는 그룹 면접을 통해 20대의 시청 패턴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 통념이나 통계자료를 통해서 유추한 내용과는 다소 엇갈리는 결과가 도출됐다. 조사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시청 패턴에 따라 ‘실시간 시청 집단’, ‘녹화 시청 집단’, ‘동영상 시청 집단’ 등을 각 2개 조씩 총 6개 조, 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시간 시청 집단’의 시청 습관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실시간 시청을 우선시하면서 틈새 시간을 녹화한 방송이나 동영상 시청으로 메우는 스타일로, 블록 쌓기 게임의 이름을 따 ‘테트리스 시청’이라 명명됐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시청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나 예고 등이 나오는 시간에 따로 녹화해 놓은 프로그램 일부를 시청하거나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시청 습관이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한 개 화면에 시선을 두고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두 번째는 여러 기기에서 영상과 음성이 동시에 흘러나오는 상태에서 의식을 이쪽저쪽으로 옮겨 다니게 하는 ‘마인드재핑(Mind-Zapping)’ 스타일이다. TV를 시청하면서 SNS를 활용하는 형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프로그램 중 출연자의 발언이나 SNS 타임라인의 키워드가 마인드재핑의 방아쇠 구실을 한다. 이 경우 각각의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는 낮다.
세 번째는 ‘건성, 동시 작업 시청’이다. 예전부터 TV는 식사 등 다른 행동을 하면서 시청하기 쉬운 매체라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이 일상화된 지금은 TV를 보면서도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의식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 됐다. 이 경우 역시 각 콘텐츠에 대한 집중도는 낮다. 두 번째 유형인 ‘마인드재핑’과의 차이점은 본인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는 인식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세 가지 시청 유형을 통해 ‘실시간 시청 집단’이 TV에 집중해 시청하는 전형적인 시청자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나타났다. 다수의 콘텐츠에 둘러싸여 있는 이 집단의 경우 각각의 콘텐츠에 대한 몰입도가 반드시 높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일본인과 TV’ 조사에서 여전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시청 집단이지만 시청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시간 시청보다 녹화·동영상 클립 선호
오히려 TV 프로그램에 전념해 시청하는 것은 ‘녹화 시청 집단’으로 나타났다. 이들 시청자에게 TV 시청이란 곧 녹화한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심이 되는 것은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일수록 나중에 여유 있게, 방해받지 않고 보기 위해 녹화한다는 의식이다. 또, ‘광고를 건너뛰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싶어서 자신의 일정에 시청 시간을 맞추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지로서 녹화 시청을 선택한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의향은 모든 집단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집단이었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까지 집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광고 보기가 귀찮다’ ‘광고를 건너뛰고 보면 30분짜리 프로그램을 20분 만에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보려고 하면 행동에 제약이 생긴다’ 등, ‘녹화 시청 집단’ 에게는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는 것이 오히려 장애 요인이 많은 시청 행동이 되는 것이다.
이 집단의 시청 스타일은 디지털 녹화 기기가 보급돼 대용량의 녹화 및 관리가 용이해지면서 가능해졌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들에게 집에 있는 시간은 주로 녹화해 놓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간이며, 하드디스크에 쌓여 있는 프로그램을 소화하느라 되레 바쁘다는 스트레스를 언급하는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녹화할 장르와 프로그램을 엄선하고 중요도가 낮은 프로그램은 실시간으로 보거나 무료 인터넷 동영상으로 시청하는 등 시청 방법을 구분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동영상 시청 집단’의 경우 남녀 간 시청 습관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그룹에 속한 남성들은 SNS에 실황이나 감상을 포스팅하는 등 다른 사람들의 발언을 함께 즐기는 편이다. 스포츠 중계를 볼 때나,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놀 때 등 극히 일부의 경우에 실시간으로 TV를 시청하기도 하지만 여성에게서는 실시간 시청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남성들의 동영상 시청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TV 프로그램의 동영상을 볼 때도 콘텐츠 전체를 보기보다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장면이나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러한 니즈에 부합 하는 것이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서비스다. TV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장면이 짧게 편집돼 알기 쉬운 제목과 함께 업로드돼 있으며, 무료에 클릭 한 번으로 간단히 볼 수 있다는 편리성까지 있어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었다. 대부분 불법으로 업로드된 동영상이기 때문에 보려고 접속했을 때는 이미 삭제된 경우도 많지만 볼 수 있는 것만 보고, 굳이 공식 유료 동영상까지 찾아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집단에 속하는 여성은 TV와의 물리적인 거리감이 전체 대상 중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 TV가 없거나 TV를 안테나에 연결하지 않는 등 TV를 시청할 수 없는 상태가 다수였고, (홀로) 독립한 시점에서 TV가 없는 생활을 선택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TV로 봤을 거라고 생각되는 콘텐츠를 PC나 태블릿으로 시청하는 등 기존의 TV와 동일한 시청 스타일을 보이기도 했다. 귀가 후 드라마를 보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식사를 하면서 시청하는 등 프로그램 일부뿐 아니라 콘텐츠 전체를 시청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결국 ‘실시간 시청’이 ‘TV에 연결돼 있으니 본다’는 습관에 의한 시청인 경우가 많았고,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은 반면, ‘녹화 시청’ 및 ‘동영상 시청’ 집단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를 장점으로 제시했다. 또 녹화 시청 및 동영상 시청 집단은 ‘시간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을 큰 효용으로 제시했다. 특히 과거에 방송된 프로그램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동영상 시청 집단’에는 커다란 이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활용자료]
신문과 방송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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