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4. 15: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지난달 16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로부터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을 탈환하려는 이라크의 군사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작전은 2011년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한 이래로 벌어지는 가장 큰 규모의 군사작전입니다. 또한,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되는 첫 번째 전쟁입니다. 언론사들의 모술 탈환전 라이브 중계에 대해 국제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전쟁을 가볍게 여길 수 있다는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술 탈환전과 페이스북 라이브 중계에 대한 의견들을 소개합니다.
#이라크, IS 근거지 모술 탈환전 개시
지난달 16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IS로부터 이라크 제2도시인 모술을 탈환하려는 이라크의 군사 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라크군은 쿠르드자치정부 군조직 페슈메르가, 시아파민병대(하시드 알사비), 일부 수니파 부족 등과 함께 모술 탈환작전을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 이들은 모술 시내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6월 IS의 파상공세에 단 이틀 만에 모술을 빼앗기고 도주한 지 2년 4개월 만입니다.
이라크군은 주요 거점 도시인 라마디(2015년 12월)와 팔루자(2016년 6월)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지독한 난전을 겪은 경험을 토대로 몇 달간 치밀하게 모술 탈환전을 준비해 왔습니다. 모술 남부 60km 지점 전력 거점인 까이야라 등 주변 지역부터 차례로 점령하며 서서히 포위해 나갔고 모술을 점령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자 최후의 전투에 나섰습니다.
▲ 이라크 모술 일대 세력도 및 난민캠프 현황 (출처: 동아일보)
그렇다면, 이라크 정부와 IS가 모술을 차지하기 위해 이처럼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술은 이라크 제2의 도시로, 2년 전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후 IS가 점령한 곳 중 가장 규모가 큰 도시로 경제 중심지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 당시 IS는 정부군보다 훨씬 적은 수의 대원을 가졌지만 불과 닷새 만에 모술의 주요 관공서를 완전히 점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모술 공항에서 정부군의 헬리콥터와 무기고를 확보하고, 모술 남쪽의 공군기지도 장악했습니다. 특히 모술 중앙은행에 있던 약 5억 달러의 현금과 금괴까지 손에 넣으면서 무기와 현금, 금과 석유까지 확보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무장조직이 됐습니다. 그렇기에 이라크 정부가 모술 탈환에 성공한다면, 정부에게는 정치적 안정과 국가통합을 다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반면, IS에게는 이라크 내에서 기반을 사실상 거의 다 상실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IS는 이미 키르쿠크, 라마디, 팔루자 등 핵심 거점들을 잃은 상태이고 모술 인근의 카야라 공군기지도 이미 수 주전 정부군에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라크 정부가 모술 탈환에 성공하더라도 신속하게 공권력을 재건하고, 막대한 인명 피해 및 난민들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할 경우, 전투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IS가 거점을 잃는다면 바그다드 등 곳곳에서 동시다발 테러에 더욱 매달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모술 탈환전 페이스북 라이브 생중계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된 전쟁'으로 불렸다면 1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의 모술 탈환전은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되는 첫 번째 전쟁’으로 불릴 것 같습니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쿠르드 뉴스통신사 Rudaw와 이라크 공영방송 Iraqiya TV를 비롯한 몇몇 방송사가 페이스북 라이브로 모술 탈환전 실황 중계에 나섰습니다. 알자지라와 영국 채널4 같은 방송사도 이 영상을 받아 페이스북 페이지에 라이브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을 보면 쿠르드군 장갑차와 보병 등의 이동 장면 등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으며, 총성과 포격전도 여과 없이 중계됩니다. IS 공세가 강화되면서 총소리가 점점 커지는 현장감도 그대로 전달됩니다. 알자지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모술 탈환전 생중계 영상은 90만 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가디언은 이러한 언론사들의 '전쟁 생중계'를 둘러싼 논란을 다뤘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채널4의 포스트에 "전쟁은 당신들에게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다 주는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다."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화면에 휙 지나가는 그 모든 이모티콘은 엔터테인먼트 앵글로서의 전쟁이라는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준다."고 했습니다. 채널4 측은 "언제든 방송 중단을 요청할 수 있는 디지털 에디터를 전담 배치했다"고 말하며 “전쟁의 본질을 시청자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며, 영상이 적절한지 주의 깊게 검토해 방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알자지라의 모술 탈환전 생중계에 대한 비판 트윗
언론사뿐 아니라 이라크 정부군 역시 모술 탈환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라크 정부군은 온라인 선전·선동에 능한 IS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군인들의 ‘보디캠(몸에 부착하는 카메라)’으로 찍은 전투 장면을 방송사에 제공하는 등 전쟁 보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영국왕립국방연구소의 엘리자베스 퀸타나 선임연구원은 정부군이 전쟁 중계에 협력하는 것을 “IS가 구축한 ‘난공불락’의 이미지를 약화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모술 탈환전에 함께 참여한 쿠르드자치정부 민병대와 시아파 민병대는 정부군과는 다른 이유로 전쟁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쿠르드자치정부 민병대는 이라크 국기 대신 자치정부 깃발을 달고 자신들이 보유한 방송사를 통해 전장을 생중계하고 있습니다. 전공을 인정받아 이라크 정부로부터 더욱 많은 자치권을 얻어내거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명분을 쌓겠다는 의도입니다. 시아파 민병대도 홍보 조직을 따로 두고 트위터와 유튜브,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모술을 탈출한 민간인을 보살피는 장면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 자신들이 IS와 전투를 벌이면서 수니파 민간인을 죽이거나 학대했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렇듯 전쟁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선전전에 대응하기 위해서 등 저마다 다른 이유로 모술 탈환전을 SNS로 생중계하고 있고, 이에 대한 평가 역시 엇갈리고 있습니다. CNN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이번 모술 탈환전을 ‘페이스북 라이브’ 등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면서 “미국 주도 연합군이 군사적 의미뿐 아니라 서사적·정치적 의미의 전쟁을 함께 치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살육전을 TV로 생중계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 ‘헝거 게임’이 현실화된 것 아니냐며 전쟁을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전쟁 생중계가 전쟁을 볼거리로 여긴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것으로 생각하나요?
[참고기사]
뉴시스, 모술전투 개시...이라크와 IS가 모술에 목숨 건 이유, 2016.10.17.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이라크군이 IS의 거점도시 ‘모술’ 탈환 작전을 개시했다, 2016.10.17.
JTBC, 총성·포성 고스란히...모술 탈환 작전 생중계 화제, 2016.10.18.
동아일보, 이라크, 모술 탈환작전 개시...IS, 주민들 방패삼아 저항, 2016.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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