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1. 15. 17: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읽는 존재
[요약] 11월 17일은 제76회 ‘순국선열의 날’입니다. 1939년은 11월 21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회 임시총회에서 지청천(池靑天),차이석(車利錫) 등 6인의 제안으로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되었습니다. 11월 17일을 기념일로 제정한 것은 1905년 11월 17일에 체결된 ‘을사늑약’의 치욕을 잊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독립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의 얼과 위훈을 기리며, 그분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느낄 수 있는 책 3권을 소개합니다.
#김동진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올가을 극장가에는 항일 비밀결사단체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를 다룬 영화 <밀정>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책이 바로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입니다.
1923년 1월, 일제 강압 통치의 상징 중 하나인 종로경찰서에 폭탄이 떨어집니다. 의열단원 김상옥이 혐의자로 물망에 오르고 김상옥은 체포와 탈출, 그리고 총격전 끝에 장렬한 최후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의열단원들은 포기하지 않고 더욱 야심찬 2차 투쟁을 계획합니다. 직접 폭탄을 제조해 상해부터 경성까지 험난한 과정을 거쳐 폭탄을 반입합니다. 하지만 거사 직전, 일본 경찰에게 발각돼 2차 암살폭탄 투쟁에 가담한 18명 전원이 체포됩니다. 비록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의열단원들의 활동은 조선인들의 마음에 뜨거운 항일정신을 불어넣게 됩니다.
이 책은 항일 투쟁과 치열했던 삶을 당시 신문기사와 잡지, 관련 자료와 논문 등을 찾아내 꼼꼼하게 재구성했습니다. 빠른 전개와 드라마틱한 장면, 독립투사 김상옥과 황옥에 얽힌 비화, 대담무쌍하게 펼쳐지는 전투 장면 등은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합니다. 영화에 감명을 받은 분, 또는 궁금한 분 모두, 더욱 상세한 역사적 스토리를 이 책을 통해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정운현 <조선의 딸, 총을 들다>
‘나라를 되찾는 일에 남녀가 따로 있나’. 이 책의 머리말 제목입니다. 제목 그대로 일제 강점기 당시 여성들도 독립운동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여성 독립운동가 하면 유관순 열사 이외에 딱히 떠오르는 인물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수많은 여성이 남성 못지않게 헌신적으로 투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이죠.
<조선의 딸, 총을 들다>는 여성 독립운동가 24인의 삶과 행적을 복원한 책입니다. 김락, 이화림, 남자현, 김마리아, 윤희순, 이병희, 방순희, 이희경, 주세죽… 이들은 대갓집 마님에서 최고의 신식교육을 받은 엘리트 신여성까지 자신의 안위를 찾기보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조국을 찾겠노라며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그들은 만주 벌판에서 장총을 들고 직접 일제와 온몸으로 부딪쳤고, 총독을 암살하겠다고 권총을 들고 나서거나 독립운동 자금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한밤의 국경을 넘나들고, 국채를 갚기 위해 가진 소소한 패물들까지 기꺼이 내놓았습니다.
100여 년 전,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우다 스러진 불꽃 같은 청춘들, 용감해서 더욱 아름다운 여성들의 이야기는 ‘독립운동=남자’라는 무의식의 편견을 시원하게 부서뜨립니다. 치열해서 더욱 빛나는 그들의 이야기는 21세기 오늘의 청춘들에게도 감동을 전해줍니다.
#조한성 <한국의 레지스탕스>
레지스탕스(résistance). 저항을 뜻하는 프랑스어입니다. 원래 프랑스에서 침략당한 조국을 해방하기 위한 애국투쟁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침략자인 독일이 나치즘이라는 전체주의적인 체제를 그들이 점령하고 있는 각국에 강제하려던 것으로부터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키려는 투쟁의 성격을 띠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도 레지스탕스들이 앞장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시기였습니다.
저자인 조한성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활동하며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을 추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반대편에 섰던 지식인들의 활동과 고뇌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일본 제국주의의 야만과 광기, 절망에 맞서 투쟁한 항일 혁명가, 특히 비밀결사들의 결전을 들려줍니다. 청년 안창호의 신민회부터 만년 여운형의 조선건국동맹까지 한·일 양국의 기록을 조사하고 관련자들의 회고록과 최근까지 발표된 연구 성과들을 두루 검토해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 살아 있는 ‘바로 그 순간’의 현장 기록을 읽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시대의 모순과 인간적 한계를 정면 돌파하며 성장해가는 레지스탕스들을 통해 암울하고 참담한 역사로 기록돼온 한국 근대사를 전혀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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