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우리에게 주는 7가지 좋은 점
2011. 10. 25. 13:19ㆍ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제가 가지고 다니는 ‘몰스킨 노트’ 맨 첫 페이지에는 이 노트를 주웠을 경우 찾아준 사람에 대한 사례금을 적는 칸이 있습니다. 처음 노트를 쓸 때까지만 해도 이까짓 노트에 왜 돈을? 이라며 서슴지 않고 $1을 적었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 옆에 0자 2개가 더 붙어 $100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금 이 노트는 단순한 노트가 아닌 내 생각의 흔적, 내 감정의 조각들이 담겨 있는 소중한 보물이 되었기 때문이죠.
가끔 노트를 뒤적이다 보면 예전에 적어두었던 단상들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나기도 하는데, 오늘은 예전에 적어둔 "책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너 책 좋아하잖아"라는 누군가의 말에 '정말 그럴까?'라며 적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10가지를 채우려고 적기 시작했던 것 같은데, 7번까지 밖에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날의 흔적과 오늘의 생각들을 정리해 "책을 좋아하는 7가지 이유"를 적어봤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왜 책을 좋아하는지, 무엇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책을 찾아 헤매는지를요.
1. 지름신이 강림해도, 한없이 질러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대부분 쇼핑을 하고 나면 꼭 한번 후회하기 마련이죠. 특히 저처럼 옷이나 신발 등을 즉흥적으로 지르는 경우 막상 사고 돌아오면 마음이 변해 장롱 속으로 바로 직행하는 경우가 참 많아요. 그러면 꼭 같이 찾아오는 죄책감. 돈 낭비, 옷 낭비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불편해져요.
하지만 책의 경우 당시에는 읽지 않더라도 신기하게도 언젠가는 꼭 내 손을 다시 타게 되더라고요. 때문에 아무리 많이 사더라도 죄책감이 들거나 돈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물론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야'라며 스스로 합리화 하는 것도 있지만 말이에요).
처한 상황, 시기, 감정에 따라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이라면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게 됩니다. 때문에 책꽂이에 책을 꽂을 때는 꼭 책 제목이 보이게 정리를 해야 하고요. 그 제목이 언젠가는 다시 나를 부르게 되는 소중한 신호가 되니깐요.
2. 출근길과 퇴근길, 친구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미안, 조금 늦을 것 같아"라는 친구의 문자 메시지가 전혀 짜증이 나지 않는 것, 왕복 2시간 가까이 되는 출퇴근 시간이 즐거울 수 있는 건 바로 책이 있기 때문입니다. 든든한 책 한 권만 있으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혹은 보내야만 하는 시간이 전혀 두렵지가 않아요.
블로깅을 시작하면서 주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언제 그렇게 책을 읽어?'였는데 그때마다 '지하철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로 책을 읽는 시간은 출퇴근 시간만으로도 충분했거든요. 가장 집중도 잘 되고 온전히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스마트폰의 구입을 계속해서 미루고 있는 것도, 사실 온전히 독서를 할 수 있는 그 시간을 방해 받지 않고 싶어서였습니다(그것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아 슬프지만요.)
3. 사람들이 나를 똑똑한 사람으로 여기게 만들 수 있다.
장면1. "엄마, 이 책 재미있겠지?"라며 택배로 온 책을 하나하나 보여주자 우리 엄마 왈. "우리 딸 엄청 똑똑해지겠다!"
장면2. "내가 며칠 전에 이런 책을 읽었는데.."라며 역사 소설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내 친구 왈. "야, 너 책 읽더니 똑똑해졌다"
책은 생각보다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읽어도 사람들로 하여금 엄청나게 똑똑하게 보일 수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물론 오랜 기간 대화를 나누면 들통날 수 있으므로 짧고 굵게 책 이야기는 끝내야 하지만요).
학벌이 아무리 좋은들 뭣하겠습니까? 자기가 읽고 소화해낸 이야기 하나 제대로 못한다면 말이에요. 그리고 실제로 책을 읽으면 똑똑해진대요. ^^
4. 세상의 모든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어차피 허구인 소설을 왜 돈 주고 사서 읽어?"라고 말하는 제 친구. 맞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깐요. 왜 쓸데없이 사서 남의 이야기를 읽고 에너지를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거든요.
그럼에도 지금도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건 '소설'이라고 서슴지 않고 말하는 것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세상이 궁금하고, 아직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예요.
가끔 ‘지금 이 순간 이렇게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게 맞나’ 라는 의문이 들 때도 소설 속 다양한 인간상을 만나다 보면 답을 찾기도 하거든요. 또 그 속에서 꿈을 꾸기도 하고요.
<해리 포터>를 읽으면서는 지루한 일상에서 탈출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읽으면서는 시간 여행의 단꿈을 꾸기도 하죠. 그렇게 현실에서 벗어나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소설의 힘이니깐요.
5. 끊임없이 신상이 쏟아진다. 눈과 머리와 마음, 모든 게 즐겁다.
주말의 즐거움 중 하나는 이주에 쏟아진 신상 책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각 신문사 서평 페이지를 즐겨찾기에 추가해두고 토요일 밤이면 어떤 책들이 나왔는지를 천천히 살펴봅니다. 그렇게 읽으며 하나 둘 책 목록을 적다 보면 최소 5권에서 많을 때는 10권까지 읽고 싶고, 갖고 싶은 책들이 쌓입니다(나중에 가격을 보고 포기하는 책도 생기지만요...)
끊임없이 신상이 쏟아지는 것이야 옷도, 구두도, 전자제품도 마찬가지겠지만, 신상 책이 좋은 건 눈 뿐 아니라 머리도, 마음도 즐거울 수 있기 때문이죠. 세상에 재미난 이야기가 또 하나 탄생했다는 기쁨, 또 하나의 누군가의 생각과 고민이 책 한 권에 담겨 태어났다는 뿌듯함, 내 책장에 또 한 권의 새로운 책이 등장할 기대감 등등이 다른 어떤 신상보다 손꼽아 기다려지게 만듭니다.
6. '책 좋아해요'라고 말했을 때 비난을 던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취미나 기호에 대한 질문을 할 때, 제일 무난하고도 욕 안 먹으면서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게 '독서'입니다. '농구 좋아해' 라고 말하면 '농구보다는 야구지'라고 대답하고, '커피 좋아해'라고 말하면 '커피는 무슨, 술 먹자'라고 대답하고, '딸기 좋아해'라고 말하면 '바나나가 더 맛있지 않아'라고 대답하거든요.
그렇지만 '책 읽는 거 좋아해'라고 말하면 대부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빛을 반짝이며 '주로 어떤 책 좋아하는데'라며 책에 대한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합니다.
참 신기하게도 독서를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떤 비난도, 어떤 반박도 하지 않습니다. 너 왜 책을 읽어? 차라리 영화를 보지. 라고 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만인에게 두루 통할 수 있는 독서. 그래서 전 책이 좋습니다.
7. 이야기는 닳지 않는다. 읽으면 읽을수록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책은 닳아도 이야기는 닳지 않습니다. 책이 좋은 건 읽으면 일을 수록 더 좋아지고 그 깊이와 맛이 더 그윽해진다는 것이죠.
옷처럼 닳아 없어지지도 않고, 전자제품처럼 시간이 지나면 업그레이드 없이는 쓸 수 없는 고물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음식처럼 썩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아니고, 오래 되었다고 그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가끔은 시골 할머니 집에 내려가 아버지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봅니다. 세로 글쓰기와 많은 한문 때문에 읽기는 힘들지만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 책을 들여다보고 꿈을 꾸고 있었을 소년시절의 아버지 모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나중에 내 책들을 누군가가 보면서도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 그래서 지금도 끊임없이 책에 밑줄을 긋고 흔적을 남기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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