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한경대 학생들의 신문사 견학

2011. 10. 5. 09:5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10월의 첫 날, 조선일보 편집국 건물 앞에 대학생들이 모여 신문을 펼쳐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경대학교 멀티미디어학과 학생들이 신문 제작 과정을 직접 경험해보기 위해서였는데요. 휴일에 윤전기마저 멈춘 편집국 건물은 이날 하루 동안 미래의 기자, 출판디자이너, PD 등을 꿈꾸는 학생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었다고 해요. 그 현장을 함께 따라가 볼까요? 
 




“와~ 신문 냄새.” 

이른 아침 현관문에서 신문을 펼쳐 들었을 때의 그 냄새, 다들 아실 텐데요. 정작 이러한 신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죠. 신문사라는 곳은 보안이 무척 까다로운 기관인데요. 특히 조선일보의 편집국 지하에는 커다란 윤전기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나 출입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날 23명의 한경대 학생들은 기자의 안내에 따라 윤전기 주변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요. 지하 2층부터 5층까지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윤전기는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을 쉬지 않고 가동돼 신문을 인쇄하고 있습니다. 


인쇄 끝나면 종이 접히고 잘려서 지하 1층 발송장으로 




“윤전기는 6대가 한 세트예요. 본사에는 12대의 윤전기가 있죠. 현재 전국에 이와 같은 윤전기를 갖춘 공장이 총 7곳이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이 방문한 날은 다행히 신문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동하지 않고 있죠.”


기자의 설명을 들은 학생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윤전기의 모습을 담느라 분주했는데요. 윤전기는 오후 4시부터 가동돼 소년조선일보, 스포츠조선 등에 이어 가장 늦은 시간인 새벽 1~2시에 조선일보를 인쇄한다고 합니다. 윤전기가 가동될 때는 소음이 무려 93.8dB에 달해 직원들이 귀 보호 장치를 착용해야 할 정도라고 하네요. 

인쇄는 지하 5층에서부터 위쪽으로 올라오며 이뤄지고, 인쇄가 다 끝난 종이는 다시 지하로 내려가면서 종이가 접히고 잘리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신문이 지하 1층 발송장에서 독자들에게 보내집니다. 


조선일보에서 사용하는 편집 프로그램은 무엇? 

학생들은 실습실에서 실제 신문 만드는 과정에 대한 이론 교육을 받았습니다. 신문 제작과정은 총 4단계로 나눠 취재, 편집, 인쇄, 발송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취재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그날의 이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을 말합니다. 취재가 끝나면 그날 신문에 어떤 기사를 실을지 결정하고, 이를 지면에 담아내는 편집 과정을 거치게 되죠. 

조선일보에서는 편집 프로그램인 쿼크(Quark)를 사용하기 쉽도록 바꿔서 활용하고 있다는데요. 지면 구성은 처음엔 제목, 그 다음은 부제목, 그리고 기사와 그림 등의 순으로 배치하게 됩니다. 이렇게 편집이 끝난 신문은 출력실에서 파일로 뽑게 되는데요. 이때 투명한 필름을 갖고 인쇄판을 제작하게 되는데 이를 ‘감광인쇄’라고 합니다.  

빛을 쪼여 색깔이 변한 인쇄판은 글씨 부분이 울퉁불퉁 튀어나와 있는데요. 여기에 물과 기름을 묻힌 다음, 곧바로 종이에 찍게 되면 글씨가 거꾸로 찍히게 됩니다. 이 때문에 인쇄판을 고무판에 누른 뒤 이를 다시 종이에 찍으면 원래대로 글씨가 보이는 것이죠. 

대부분의 인쇄물에 적용되는 이러한 ‘오프셋인쇄’ 방식은 학생들에게는 무척 낯선 것일 텐데요. 학생들은 고무판을 갖고 종이에 찍어보는 실습을 하면서 시종일관 무척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은 컬러인쇄에 대한 비밀이었는데요. 우리가 읽고 있는 신문이나 잡지 등의 출판물은 모두 컬러로 찍혀서 나오죠. 하지만 실제 인쇄과정에서는 빨강, 노랑, 파랑, 검정이 조화를 이뤄 색을 만드는 것인데요. 처음에는 노란색으로 인쇄했다가, 빨간색을 섞고, 세 번째로 파란색을 더한 뒤 마지막으로 검정색을 합하면 완전한 4도 인쇄가 되는 것입니다. 


취재보다 흥미진진한 미술기자의 세계  

두 번째 강의는 조선일보 편집부 정인성 기자가 말하는 ‘신문 미술기자의 세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미술기자란 신문의 그래픽과 일러스트, 레이아웃, 편집 디자인 등을 담당하는 사람인데요. ‘기자’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는 긴급한 경우 취재 현장에도 곧바로 투입되는 전천후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 해요. 

정인성 기자는 학생들에게 실제 현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일러스트와 그래픽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호감을 이끌어냈는데요. 몇 해 전 ‘신정아 사건’과 같은 추상적 사안을 어떻게 효과적인 일러스트로 표현해낼 것인지와 같은 고민거리가 미술기자의 과제라고 하네요. 정인성 기자는 “신문사 내에는 여러 사람이 만든 다양한 스타일의 미술 방식이 있다”며 “기사의 성격에 따라 자기 스타일을 바꾸는 등 최대한 기사를 부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술기자의 일과는 어떨까요? 하루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보내는 취재기자와 달리 미술기자는 사무실 내에서 편집디자인의 방향을 결정하는 업무가 많은데요. 인쇄가 걸리기 직전 가장 긴장감이 높고 분주해진답니다.

조선일보는 하루에 3~4번 정도 마감을 한다고 하는데요. 인쇄를 하기 전인 오후 6시에 첫 번째 마감을 합니다. 이후 두 번째 마감 전까지 지면을 놓고 기사의 방향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회의를 하는데요. 이때 편집부서와 조율해 편집디자인을 완성시켜 나가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오후 10시에는 두 번째 마감을 하는데요. 교정과 교열이 끝나고 편집부의 최종 승인을 거쳐 인쇄된 신문은 지방으로 발송하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에 인쇄하고 있는데 오타나면 어떻게 해요?”


한 학생이 엉뚱하게도 이런 질문을 던졌는데요. 실제로 그런 일은 무척 드물지만, 만약 교정·교열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인쇄 도중에 발견된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한 번 돌아가기 시작한 윤전기를 도중에 멈출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인쇄가 끝나는 시각은 오후 10시 40분쯤. 미술기자들이 겨우 한숨 돌린 지 얼마 안 돼 두 번째 인쇄가 시작되는데요. 그 전에 인쇄된 신문을 확인하고 최종 수정을 거쳐 다음날 오전 1시쯤 마감이 된다고 하네요. 이때 인쇄된 신문은 서울과 수도권에 발송하게 되는데요. 이 때문에 지방과 수도권의 신문이 디자인 면에서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죠. 

미술기자의 세계를 엿본 학생들은 신문의 제작과정에 대한 배움을 얻고 미래의 진로를 꿈꿔볼 수 있었는데요. 실제 이날 강의를 듣고 난 뒤 출판디자인과 그래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디자인학부에 재학 중인 임주령 학생은 “인포그래픽에 관해 실제 신문사를 방문하면 어떻겠느냐는 교수님 제안을 듣고 오게 됐다”며 “실제 신문제작 과정도 배우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편집디자인 진로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는데요. 이번 견학은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잘 몰랐던 신문 제작과정과 편집 디자인 부분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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