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블로거의 사회적 책임, 어느 선까지일까?
2011. 10. 6. 09:4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최근 파워블로그의 상업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언론 매체와 인터넷 등을 통해 잘 알려진 바대로 논란은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이라는 파워블로그에서 촉발되었다. 주로 요리 정보를 제공했던 이 파워블로그는 누적방문자가 5,000만 명이 훨씬 넘을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에서의 영향력도 막강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한 중소기업이 생산한 오존 살균 세척기를 공동구매하면서 불거졌다.
공동구매를 통해 3,000대 정도가 팔렸다고 알려진 이 오존 살균 세척기에 대해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오존 농도가 기준을 초과한다는 검사 결과를 지난 6월 공개하면서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다. 이후 구매자의 환불 요청이 빗발쳤고 해당 파워블로그 운영자(파워블로거)가 판매 수수료로 2억여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성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게 됐다.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 사건 직후 정부에서는 파워블로그와 관련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파워블로그와 관련된 소비자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으로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개정했다. 이 개정의 핵심 내용은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고 추천글 등을 게재할 경우 대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해야 하며, 공개하지 않으면 기만적 표시•광고 행위로 보아 광고주를 제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국세청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 및 포털 업체를 통해 파워블로거의 세원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네이버와 다음에 1,000명이 넘는 파워블로거에 대한 정보 제공을 요청했는데, 여기에는 인적사항, 광고비 및 활동비 내용 등이 포함됐다. 얼핏 단순하게 보이는 이 사건은 사실 블로그의 상업화, 표현의 자유, 상업적 이용에 대한 규제 등과 같이 다양한 이슈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파워블로거 69% “월 50만 원 미만 수익”
한국블로그산업협회에서 작성한 파워블로그 리스트에 수록된 파워블로그의 운영자를 파워블로거로 정의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서베이를 통해 파워블로거의 유형을 살펴본 결과, 파워블로거의 59.6%가 풀타임 직업은 아니지만 ‘파트타임’으로서 파워블로그를 운영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파워블로거였다.
또한, ‘풀타임’ 직업으로 ‘내가 소속된’ 회사나 조직을 위해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는 3.5%, ‘풀타임’ 직업으로 내가 소속돼 있지 않은 어떤 회사나 조직을 위해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는 2.0%에 불과했다. 취미로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는 34.8%였다. 이를 통해 직업적인 파워블로거는 전체의 5.6%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파워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파워블로거는 65.2%였다.
수익을 발생시키는 파워블로거(풀타임 직업은 아니지만 ‘파트타임’으로서 파워블로그를 운영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파워블로거, ‘풀타임’ 직업으로 ‘내가 소속된’ 회사나 조직을 위해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풀타임’ 직업으로 내가 소속돼 있지 않은 어떤 회사나 조직을 위해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129명의 한 달 평균 수익을 확인해 본 결과 무응답이 27.9%인 가운데 파워블로그를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발생시키는 파워블로거의 한 달 수익은 ‘30만~49만 원’이 20.9%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20만~29만 원’(14.0%), ‘50만~99만 원’(10.9%), ‘10만~19만 원’(8.5%), ‘100만~199만 원’(8.5%), ‘9만 원 이하’(6.2%), ‘200만~299만 원’ (1.6%), ‘400만~499만 원’(1.6%) 순이었다.
무응답을 제외하면 파워블로그를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발생시키는 파워블로거의 83.9%는 한 달에 100만 원 미만의 수익을 올렸고 68.8%는 50만 원 미만인 것으로 나타나 파워블로그 운영 수익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워블로거가 파워블로그를 운영하는 동기를 확인해 본 결과, ‘타인과 정보 및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서’가 4.13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생각과 의견을 기록하기 위해서’(4.01점), ‘타인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3.94점), ‘재미와 흥미를 교류하기 위해서’(3.87점), ‘타인에 대하여 미디어와 같은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3.48점), ‘사회적 이슈에 대하여 의견을 개진하기 위해서’(3.40점),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서’(3.16점) 순이었다. 이처럼 파워블로거의 파워블로그 운영 동기 중에서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과 ‘기록’이 가장 중요한 동기였고, ‘경제적 이익’은 가장 중요하지 않았다.
또한, 파워블로거가 어떠한 요소를 파워블로그의 성공으로 보느냐를 살펴본 조사에서는 ‘순방문자 수’는 3.57점으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RSS 구독자 수’(3.34점), ‘다른 블로그로부터의 찬사’(3.33점), ‘블로그를 선호하는 사람의 수’(3.26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사람의 수’(3.24점), ‘포스트 또는 코멘트의 수’(3.11점), ‘블로그를 링크하고 있는 링크 수’(3.06점), ‘신문, 방송 등 매스미디어로부터의 찬사’(2.98점), ‘콘텐츠 수익’(2.97점), ‘블로그 운영자의 개인적 만족’(2.87점), ‘각종 순위 지표’(2.80점), ‘광고 수익’(2.79점) 순이었다.
파워블로그의 파워는 기본적으로 이용자 수에 달려 있기 때문에, 파워블로그의 성공 여부를 알아보는 척도에서 ‘순방문자 수’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수 있다. 그리고 ‘수익’과 관련된 부분은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의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파워블로거는 파워블로그 운영을 통해 창출하는 수익이 매우 적었고, 운영 동기나 성공 요소에서도 경제적 이익에 대한 응답이 매우 낮았다. 이는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과 같이 막대한 수익을 발생시키고 상업성이 강한 파워블로그가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업성을 우려해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은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파워블로그가 마케팅 채널로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신제품을 론칭하면서 파워블로거의 리뷰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최근에는 파워블로거가 금전적 대가를 받고 특정 기업의 제품 리뷰를 의도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연방거래 위원회는 2009년 12월부터 블로거의 제품 리뷰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공익성 추구해야 할 사회적 책임, 미디어 책무 지녀
관련된 일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파워블로그는 여러 긍정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미디어다. 따라서 파워블로그가 갖추어야 할 사회적 책임성의 방향은 이와 같은 긍정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먼저 네거티브 측면에서 포지티브 측면으로 규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블로그에 대한 네거티브 접근은 사실 블로그 이용자, 더 나아가 인터넷 이용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블로그가 1인 미디어이기 때문에 블로그에 대한 규제는 개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 따라서 네거티브 기능보다는 포지티브 기능에 초점을 둬 여론 활성화와 민주적 의사소통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일부 상업적 기능에 대해서는 자율적 책무성을 부여하는 접근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포털이나 메타블로그 운영 업체는 개인 공간의 영리행위에 대한 이용자의 자율적 책무 준수 사항을 분명히 고지해 폐해를 방지해야 한다. 이용자가 접근하는 기업이나 제품에 대한 정보가 파워블로거 개인의 견해에 기반을 둔 것인지, 아니면 마케팅 차원의 홍보인지 알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파워블로그에 대한 정책의 방향은 자율 규제가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파워블로그는 여론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이에 파워블로그의 ‘미디어 책무’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캠페인의 전개가 필요하다. 포털이나 메타블로그의 경우 업체가 메인 또는 개인 UI에 다양한 방식으로 높은 주목성을 가진 기제를 마련해 윤리적 소통 문화를 위한 캠페인 및 가이드라인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9월호 중 김위근(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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