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부처 영향받지 않는 합의체적 독립 기구 제안

2017. 9. 5. 17:31포럼

 

'미디어 리터러시와 거버넌스' 세미나에 정부 부처, 학계, 시민단체 등 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이 모였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현황과 사회적 의제를 살피며 심도 깊게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임연수(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인턴)

 

지난 6월 27일 ‘미디어 리터러시와 거버넌스’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한양사이버대학교에서 열렸다.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후원한 이번 세미나는 개인의 역량 제고에 중점을 둔 기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나아가 사회적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토대로 정부 부처, 학계, 시민단체 등 다양한 미디어교육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한 자리였다.


미디어교육 관련 법 제정돼야

발제는 김경희 한국방송학회 미디어교육연구특별위원회 위원장(한림대 교수)이 맡았다. 김 위원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미디어의 중요성과 미디어를 매개로 시민들이 이끌어낸 사회변화 그리고 매체의 발달에 기인한 사회문제의 대두를 꼽았다.


지난 6월 27일 방송학회 주최, 언론진흥재단 후원으로 열린 '미디어리터러시와 거버넌스' 세미나


김경희 위원장은 현실 세계와 융합하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의 첨단 정보통신기술은 미디어를 매개로 하는 가상 세계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 뉴스 이용자들이 스스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의제를 설정하는 ‘생산자로서의 동기’가 형성된 점과 촛불집회의 확산, 위안부 할머니 지원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 미디어를 통해 사회 변화를 이끄는 시민들의 ‘조직 없는 조직의 힘’에 주목했다. 마지막으로는 미디어 이용의 확산에 따른 개인정보 노출, 사이버 따돌림, 미디어 격차 등의 사회문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교육학적 관점에서 개인 역량에만 초점을 두기보다는 미디어 생태학적 관점에서의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비판적인 사고 및 자기 규제를 할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한 소통이 증가하고, 사회적 참여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때 민주적인 사회가 유지될 수 있으며, 그러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사회 유지, 정보격차의 해소를 통한 정보복지 차원에서 미디어교육기본법 및 지원법이 제정되어 전 생애주기별 평생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번 세미나처럼 여러 미디어교육 관계자들 간 공론의 장이 지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교육지원법은 17대 국회에서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발의한 후 19대 국회에서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김희정 새누리당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등 세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된 상태다.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여러 관련 부처를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특정 부처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합의체적 공적기구’를 제안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미디어교육 관련 부처, 어떤 사업 펴고 있나 

이후 토론에는 김도형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과장, 김대원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 류재영 방송통신위원회 지역미디어정책과장, 조규조 EBS 부사장,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이 참여했다.


김도형 문체부 미디어정책과장은 “문체부는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여러 기관에서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는데, 미디어교육의 큰 틀은 정책협의체 같은 기구를 구성해서 협의하되, 현재처럼 각 미디어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류재영 방통위 지역미디어정책과장은 “방통위는 시청자미디어재단을 통해 학교 및 사회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교육 단체 지원사업을 추진하여 재단 산하 지역미디어센터의 영향이 닿지 않는 곳에도 미디어 격차 해소 및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의 토론 모습


김대원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과장은 “2015년에 시행된 '미디어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실 수업 개선 방안 연구'나 초중등 교과서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단원 개발 등의 연구과제 결과를 검정교과서 제작 출판사에 제공해 관련 단원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그동안 미디어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미디어교육을 실시했다면, 이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삶과 연계시키는 방향의 내용을 교육과정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조규조 EBS 부사장은 인공지능의 등장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 토론하며 자기 주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매우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상파 다채널 방송인 EBS 2TV에서 다큐멘터리 등의 포맷을 활용해 미디어 리터러시 및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소프트웨어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사무국장은 “현재 미디어교육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방통위와 문체부,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이 중복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협의해서 역할을 잘 분담하고 연계시키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각 단체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미디어교육지원법 추진위원회와 공식적인 간담회를 열고 이후 권역별로 설명회 같은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