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가을, 출판시장은 울상인 불편한 진실
2011. 10. 10. 13:35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달을 바라본다. 서리가 하늘에 가득하다. 오직 독서가 낙이다.’
- 시인 송희(宋熹)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에는 정말 책이 낙일까요? 불편한 진실이긴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선선한 날씨 때문에 야외 활동 인구가 늘면서 책 판매량은 여느 때보다 떨어지는데요. 출판 시장에선 일 년 중 책 판매가 가장 부진한 계절이 가을이라고 하죠.
책 안 읽는 당신을 위한 출판업계의 권유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10 국민 독서 실태 조사’를 보면 만 18세 이상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65.4%. 성인 10명 중 3.5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안 읽은 셈인데요. 독서 인구가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는 가운데 특히 가을에는 책 판매량이 무척 저조합니다.
교보문고의 지난해 월별 매출 비중을 보면 1월(9.8%), 3월(11.5%), 12월(9.7%) 등 방학 시즌이나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의 매출 비중은 9~11%인데 비해 9월은 8.5%, 10월과 11월은 각각 7.6%와 7.4%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민음사나 웅진씽크빅 같은 대형 출판사들 역시 가을에는 매출 감소율이 최대 30%에 달한다고 합니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독서를 그 어느 때보다 권장하는 기간이라는 씁쓸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죠.
유네스코에서 선정한 ‘세계 책의 도시’는 어디일까?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국민들의 낮은 독서율 때문에 고민하는 국가들이 많은데요.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독서 권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일본의 경우 국민 각계각층이 결집된 ‘문자활자문화 추진기구’라는 곳이 있는데요. 2005년 ‘문자활자문화 진흥법’의 발의로 일본의 독서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이에 따르면 책 읽어주기 사업을 비롯해 독서 어드바이저 육성, 공공도서관 기능 강화 등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죠.
스페인의 경우 여성들에게 장미를 선물하는 날인 성 조지 수호성인의 날(4월 23일)을 책을 선물하는 날로 바꾸었는데요. 지난 1925년 이후 책 상인들이 장미 대신 책을 선물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이후 새로운 전통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성 조지 날에는 약 40만 권의 책이 팔리고 있죠. 영국과 아일랜드는 국제출판협회가 만든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이 있는데요. 매년 책의 날을 목요일로 정해, 언론 매체의 캠페인을 접한 사람들이 토요일과 일요일에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죠.
한편 유네스코(UNESCO)는 매년 책 읽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장려하고, 출판산업을 일궈낸 프로그램을 제시한 국가를 선정해 ‘세계 책의 도시(World book capital)’라는 명칭을 주고 있는데요. 지난 2001년 스페인 마드리드가 첫 도시로 선정된 이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인도 뉴델리 등이 선정된 바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가을 책 축제, 내용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역시 매년 가을이 되면 각종 축제가 열려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북돋고 있습니다. 올해는 한국출판인회의가 주최하는 ‘제7회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과 ‘파주북소리 2011’, ‘2011 서울 북 페스티벌’이 대표적인데요.
지난 3일까지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에서 열린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은 100여개 출판사와 35만여 명이 참가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홍대 일대를 거점으로 출판계와 작가, 문화단체, 공공기관, 일반 시민들이 함께하는 축제로서 올해는 ‘책에 취하다’라는 슬로건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져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10월 1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파주북소리는 파주출판도시 전체를 배경으로 열리는데요. 출판도시에 입주한 260여개 출판사와 1,000여 명의 저자들이 참여해 화제를 모았죠. 특히 고은 시인과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정재승 카이트스 교수 등이 참여하는 ‘석학이 들려주는 인문학’ 등의 특별 프로그램이 마련돼 주목을 받았습니다.
10월 7일부터 9일까지 덕수궁에서 열리는 서울 북 페스티벌은 ‘책의 길’이라는 주제를 선정했는데요. 책누리길, 책으로 배우길, 책으로 꿈꾸길 등 5개 길로 나눠서 책에 관한 풍요로운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책 읽기로 플래시몹을? ‘신기하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톡톡 튀는 북 페스티벌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된 관악 북페스티벌은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 31가지의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간인으로만 구성된 운영위원회에서 지난 8월 말부터 열흘 동안 주제를 공모한 것이라고 하죠. ‘책 읽기 플래시몹’이라는 독특한 퍼포먼스도 눈길을 끄는데요.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모여 같은 행동을 하고 흩어지는 ‘플래시몹’을 모방해 책 속 인물이나 복장으로 분장을 해보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이죠. 이 밖에도 구청장이 직접 책이 되어 주민들과 토론하고 대화하는 ‘리빙 라이브리러’ 행사 등 독특한 행사로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고 합니다.
1만 원 안팎의 금액으로 지식의 욕구를 채우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독서. 얼마 전 타계한 애플의 스티븐 잡스 또한 ‘독서의 힘’을 강조한 바 있는데요. 올 가을에는 텔레비전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놓고 책을 읽으며 광활한 지식의 세계를 탐험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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