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가 신문을 대체할 수 없는 마지막 한가지 기능은?
2011. 10. 12. 09:00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온라인 시대를 맞이해 기사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가장 커진 언론 매체는 아마도 연합뉴스일 듯 싶다. 연합뉴스의 과거 이름은 연합통신이었다. 지금이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가 연합뉴스이지만 인터넷이 본격화되기 이전만 해도 일반 시민들에게 연합통신(연합뉴스)은 생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필자가 기자 초년병 시절 지금은 은퇴한 연합통신 선배 한분의 에피소드 한토막을 듣고 모두가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휴일날 집에서 쉬는데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동네 아주머니가 초인종을 눌러 나가봤더니 “통신사 다니신다던데 우리집 전화선 좀 손봐줄 수 없냐”고 묻더란다. ‘연합통신’이 ‘연합뉴스’로 사명을 바꾼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한 게 아닌가 싶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20년이 훨씬 넘은 과거에 벌어졌던 그 선배 기자의 에피소드는 이제 ‘전설’의 범주에 들어갈 지도 모르겠다. 요즘 연합뉴스를 전화선 고쳐주는 통신회사로 오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언론 환경의 변화는 거의 상전벽해 수준이다. 신문의 경우는 더욱 심하다.
<이미지출처 : flickr/djking>
조금 엉뚱하게 생각하면 과거 신문의 용도는 매우 다양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독자들에게 전해주는 지식 전달의 매개체 역할 뿐 아니라 신문 자체의 물리적 용도가 있었다. 특히 ‘먹고, 싸는’ 장소에서 그랬다. 과거에는 식당에서 손님들이 음식을 주문한 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신문을 읽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런만큼 3~4개 신문을 구독하는 음식점도 흔했다. 음식점에서 날짜가 지난 신문은 식판을 덮어두는 용도로 사용됐다. 일반 가정에서도 신문으로 식판이나 밥상을 덮어두는 일이 흔했다. 지금은 음식점에서도 신문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아예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곳도 많다고 한다.
시내 다방에서는 손님들이 여기저기서 신문을 펼쳐 들고 있었다. 다방에 가면 시중에 발행되는 신문 대부분을 섭렵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대부분의 다방은 커피 전문점으로 변했고 신문을 펼쳐 든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화장실로 가보자. 국민소득이 낮았던 시절에는 화장실에서 신문 한페이지를 4등분이나 8등분한 후 철사에 꿰 화장지 대용으로 사용하는 곳이 꽤 많았다. 어떤 이는 신문을 들고 화장실에서 가서 신문을 정독하고 ‘볼일’이 끝나면 다 본 신문을 찢어 뒷처리에 사용하기도 했다. 신세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만큼이나 생소한 얘기일 것이다.
신문기자가 봐도 신문의 미래는 암울하다. 연합뉴스의 맹찬형 제네바 특파원은 최근 신문의 미래와 관련한 뉴스 한꼭지를 전했다.
“프랜시스 거리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사무총장은 3일 오는 2040년이면 종이신문은 사라지고 디지털 매체로 모두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리 사무총장은 이날 발행된 스위스 제네바 지역 일간지 트리뷴 드 쥬네브와의인터뷰에서 ‘몇 년 안에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과 같은 종이신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이는 하나의 진화’라고 말했다. 그는 ‘2040년이면 종이신문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고, 미국에서는 더 빨라서 2017년이면 종이신문은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또 미국에서는 이미 종이에 인쇄된 신문보다 디지털판이 더 많이 팔리고 있으며, 도시에서는 서점의 수가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리 사무총장은 디지털 신문이 일반화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익 모델이라며 ‘편집자가 어떻게 수익을 내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월급을 줄 것인지가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 시스템이 안전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문기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우울한 보도 내용이다. 미국의 한 조사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신문 산업의 위기가 커지면서 2002년부터 2008년 사이에 직장을 잃는 신문 종사자만 6만39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신문이 사라져도 취재원으로부터 1차적인 정보를 받아 독자에게 전달하는 신문의 역할은 통신사가 할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또 1차적 정보에 대한 평가를 실시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신문의 역할도 블로거가 대체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정보 소비자들도 매스미디어를 빠져 나와 파편화되면서 SNS 등으로 대표되는 자신만의 미디어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 이용자이면서 뉴스를 생산하는 미디어 참여자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혹자는 특정층을 대상으로 전달되는 미들미디어 시대를 예견하기도 한다.
다만 탐사 보도 등을 통해 권력을 감시하는 신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은 아직까지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미들미디어나 퍼스널미디어가 신문 역할을 대신하고 권력감시를 담당하기에는 벅차다. 또 아이튠즈 스토어나 유튜브와 같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사업으로서의 신문은 쇠퇴하고 있지만 언론으로서의 신문은 쇠퇴하지 않고 있다. 작금의 환경은 온라인 매체에 잠식당하는 신문사의 위기이지 신문의 콘텐츠가 위협받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신문기사는 기자가 창작의 고통과 자기만의 글쓰기로 내놓은 고품질의 생산물이다. 이는 원본은 없고 약간의 가공을 통해 유사품만 돌아다니다 소멸하는 인터넷 상의 글과는 다르다.
그런 면에서 신문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전달 수단이 새롭게 하나 둘 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타당성을 갖는다. 실제로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 속에서 오히려 신문의 권위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종이 신문 역시 프리미어 컨슈머, 즉 고급 독자의 수요는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현재와 같이 신문의 발행부수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대는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다. 신문사도 미디어 환경의 혁명적 변화에 맞춘 조직혁신 등을 통해 신문사업의 위기를 벗어나려 할 것이다.
역사는 한물 갔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기술 혁신과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는 사례를 수없이 보여줘 왔다. 신문 종사자들이 날로 새로워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 종이신문이 식당에서, 화장실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애독자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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