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2. 28. 12:00ㆍ특집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용자의 권리와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청소년에게 미디어 이용의 윤리적 책임을 길러주기 위해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미디어교육 사례를 소개한다.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캐나다: 단계별 프로그램 통한 미디어 사용 능력 함양
청소년들의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사용이 급증하면서 해외의 미디어교육은 이들의 윤리적인 디지털 미디어 사용 능력을 함양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캐나다의 미디어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센터인 ‘미디어스마트(MediaSmarts)’ 1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이 센터는 고도로 발달한 미래 기술 사회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청소년들에게 키워주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의 올바른 이용과 관련한 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풍부한 교육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직관적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쉽게 습득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곧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이해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디어스마트’는 청소년들이 비판적 사고에서부터 정보 관리 및 의사소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활용 능력과 디지털 기술을 습득하고, 지식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소년들은 증오성 콘텐츠나 상업적 의도로 쏟아내는 방대한 양의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 만약 이것에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하지 못한다면, 청소년들의 다양한 온라인 활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 없이는 청소년들이 미래 사회에 대처할 능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다.
‘미디어스마트’는 청소년들의 책임 있는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위해 단계별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있어 비판적 사고 능력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에게는 인터넷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교육, 효과적인 검색 방법, 온라인 콘텐츠 진위 검증 방법, 광고 메시지 알아차리기 등의 교육을 권장하고 있다. 또한 중학생은 디지털 미디어의 책임 있는 사용을 교육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보고, 자신들이 속한 공동체와 가상공간에 책임감을 갖도록 정보 공유와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사회적 교육을 장려하고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더 깊은 우정을 쌓기 시작하고, 더 많은 개인적인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공유한다. 때문에 건강한 관계 혹은 건강하지 않은 관계의 특징을 인식하고 타인의 개인 정보를 다루는 데 있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아울러 ‘미디어스마트’는 이러한 교육의 핵심 개념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형태로 배포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에서의 상호작용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개념이다. <사진 출처: ‘미디어스마트’ 교육 동영상 캡처>
프랑스: 정보사회에 걸맞은 미래 시민 키우기
프랑스 역시 클레미(CLEMI)와 CNIL(Commission Nationale de l'Informatique et des libertés, 정보와 자유에 관한 국가위원회)을 비롯해 정부와 공적기관, 시민사회가 미디어교육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교육법에서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교육법 L111-2조는 미디어교육의 목적을 ‘정보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 그리고 시민권을 행사하는 능력 개발’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비판적 뉴스 생산과 소비뿐 아니라 SNS상에서 건강한 정보 이용을 위해 필요한 규칙을 지키며,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평가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할 줄 아는 미래 시민을 키우기 위함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디지털 네이티브’ 즉,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둘러싸여 성장한 세대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디지털 정보 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른들의 오해다. 오히려 이들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의 영향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건강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 능력을 개발해야만 미래 사회에 대처할 수 있다.
특히 프랑스는 미성년자들이 SNS를 통해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을 유포했을 때, 부모가 자녀 대신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용자의 의무 교육 역시 관련법에 대한 교육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책임 있는 인터넷 사용을 위한 교육 자료 배포를 목적으로 프랑스 교육부가 운영하는 ‘엥테르넷 레스퐁사블(Internet Responsible, 책임 있는 인터넷)’ 2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부는 이 사이트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가정과 학교에서 디지털 서비스 사용의 대중화는 개인 데이터 수집 및 대량 이용을 통해 다양한 표현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새로운 공간에서 학생들은 빠르고 직관적으로 습득한 기술을 사용하여 모든 유형의 미디어에서 자신을 표현한다. 학교는 이 경험적 사용에 있어서 학생들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취급 방식에 완전히 숙달하도록 도와야 한다. 정보통신기술과 인터넷의 올바른 사용은 학생들, 즉 미래의 시민들에게 필수적인 요소다. 따라서 정보 사회의 빠르고 지속적인 발전 속에서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변화 중인 디지털 도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자료들은 ‘표현의 자유 누리기’, ‘초상권과 사생활 존중하기’, ‘각자의 존엄성 존중하기’, ‘디지털 정체성’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교육 자료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곳도 많다. CNIL도 그중 하나다. CNIL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교육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가이드는 ‘사생활’, ‘개인정보 보호와 근본적인 자유’, ‘기술적·경제적 차원에서 디지털 환경 이해하기’, ‘개인정보 관련 규제와 법 이해하기’, ‘개인정보 관련 규제의 이해: 개인정보 활용 이해하기’, ‘내 정보 마스터하기: 온라인에서 내 정보 보호하는 법 배우기’, ‘디지털 세계에서 행동하기: 디지털 시민이 되는 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
전국변호사회에서 SNS에서의 의무와 권리 교육
게임을 통한 개인정보 보호 교육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클레미와 브장송 아카데미의 디지털 교육 전담팀이 함께 개발한 ‘코네 무아, 에샤프 투아(Connais-moi, échappe-toi!, 날 알아, 도망쳐!)’ 4가 그것이다. 이 게임은 학생들이 자신들의 디지털 흔적과 개인 정보의 속성을 인식하도록 돕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모든 교사와 기관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종의 ‘탈주 게임’이다.
SNS 사용에 있어서 의무와 권리를 교육하는 변호사 모임도 있다. 2018년 10월 4일은 전국변호사회 5가 교육부 주관 아래 학생들에게 SNS의 책임 있는 사용에 대해 알리기 위해 수업을 해주는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처음 시작된 이 행사에 참여한 변호사들은 SNS 프로필을 만들 때 어떤 조항을 수용해야 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공유해야 하는지, 어떤 발언은 금지되고 어떤 발언은 가능한지, 동의 없이 게시된 사진에 대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려주었다.
CNB의 ‘중학교에서의 법의 날’ 행사 포스터 <사진 출처: CNB 홈페이지>
이처럼 각국의 미디어교육은 합리적이고 자율적이며 능수능란하게 정보를 이용할 줄 아는 능력뿐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책임 있는 이용을 통해 청소년들의 디지털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 또한 미래의 고도화된 기술사회에 대처할 수 있도록 확대되고 있다.
- http://mediasmarts.ca/ [본문으로]
- http://eduscol.education.fr/internet-responsable/ [본문으로]
- 구체적인 자료의 내용은 ‘중등 교육을 위한 정보처리기술과 자유 가이드’, ‘웹사이트에 실린 누군가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내가 사용할 수 있나?’, ‘학생들 간의 사이버 폭력 퇴치를 위한 실용 가이드’, ‘각 학교장을 위한 법률 가이드’, ‘페이스북과 사생활 보호’, ‘인터넷 및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사용: 법적 맥락에서 시민 교육에 이르기까지’ 등 주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사용에 있어서 법적 장치들에 대한 설명과 관련되어 있다. [본문으로]
- https://dane.ac-besancon.fr/connais-moi-echappe-toi-evasion/ [본문으로]
- https://www.cnb.avocat.fr/fr/actualites/journee-du-droit-dans-les-colleges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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