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생활화, 허위정보 민감성 높인다

2019.05.24 17:47특집

 

허위정보 분별력 키우기 수업

 

허위정보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그러나 21세기 허위정보는 그 정교함과 전파 속도에서 과거와 견줄 수 없는 수준이다.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허위정보가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한다는 우려도 기우가 아니다. 
진짜 정보와 허위정보를 가려내는 분별력,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김선미 (미디어교육 강사)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선보인 예능 버라이어티 <세.젤.퀴.(세상에서 젤 맛있는 퀴즈, SBS 모비딕)1) >는 미디어 강사 입장에서 무척 반가웠다. 한 해 수업 지원이 마무리되는 시기에 완성된 영상이라 앞서 진행된 리터러시 교육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2편에서는 거짓 뉴스 OX퀴즈와 함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조작 영상 찾기 코너가 있었다. 워낙 유명했던 영상이고 리터러시 교육을 받아온 학생들이라 금방 맞힐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진짜 영상을 판별해 낸 학생은 10명 중 2~3명 정도. 허탈했다. 열심히 교육을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인지 답답했다. 결국 대중을 속이려 작정하고 고급의 기술을 동원해 유포된 ‘허위정보’ 앞에서는 리터러시 교육도 속수무책이었다.

전 세계에 걸쳐 크나큰 골칫거리로 등장한 21세기형 허위정보는 정신없이 발전 중인 네트워크 기술의 산물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귀신이 곡할’ 지경으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신기를 보여준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여러 층위의 원인이 얽히고설킨 허위정보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다시 한 번 회자되고 있다. 저널리즘의 측면에서 보다 정교한 팩트체크에 대해 관심이 커지며 뉴스 리터러시 능력도 함께 강조되고 있다. 허위정보에 대한 민감성과 정보 분별력을 기르고, 리터러시 함양에 도움이 될 내용을 정리해본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한 SBS 모바일 모비딕의 뉴스 리터러시 예능 버라이어티 <세.젤.퀴.> 2018년 10월 총 3회에 걸쳐 방송 됐다. 뉴스와 관련한 다양한 용어와 ‘사실 같은 거짓 뉴스’를 구분해보는 퀴즈를 풀며 ‘재미와 정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1)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 교육 포미사이트 동영상 자료실에 총 3편의 파일이 탑재되어 있다. 로그인 후 

다운로드 받아 자유롭게 볼 수 있어 미디어 관련 수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https://forme.or.kr).

 

 


 

함께 하는 ‘팩트체크’ 

 

정보 생산자 측면에서는 뉴스 콘텐츠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팩트체크 작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중앙일보, 매일경제, 연합뉴스 등 언론사들은 자체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하면서 콘텐츠의 신뢰성을 관리한다. 네이버 뉴스홈에서는 어떤 메뉴보다 ‘팩트체크’를 가장 먼저 찾아볼 수 있다.2) 현재 20여개 언론사가 참여한 네이버의 팩트체크 작업은 정보 이용자들의 공적 사안에 대한 지식과 이해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에서 플랫폼을 개발·운영 중이다. 제휴 언론사들은 독립적으로 판단해 취재하고 검증한 결과를 SNU팩트체크 플랫폼에 게시한다. 주요 뉴스들의 팩트체크 결과는 △사실 △대체로 사실 △절반의 사실 △대체로 사실 아님 △전혀 사실 아님 △판단 유보 등으로 판정되어 게시되며 이용자들은 손쉽게 뉴스의 신뢰도에 대한 답과 근거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뉴스 콘텐츠 생산자 및 이용자들의 팩트체크 마인드를 키울 수 있는 공모전이나 대회 등의 행사도 늘고 있다.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팩트체크대상’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 주관으로 올해로 2회째 대회가 열렸다.3) 정보 생산자 측면에서 팩트체크 분위기를 조성하고 신뢰성 회복과 허위정보에 대한 자체 경각심을 일깨운다. 학생과 일반인들이 허위정보에 대한 민감성과 리터러시를 기를 수 있는 대회도 있다. 방송기자연합회에서는 지난해 9~10월 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1회 팩트체킹 공모전’을 개최했다.4) 허위정보에 대한 팩트체킹 경험을 함께 나누고 혼란에 빠지기 쉬운 정보 이용자들이 진짜 정보와 허위정보를 구별할 수 있는 요령을 공유하자는 의도로 열렸다. 실제 뉴스에 대한 팩트체킹과 팩트체킹 요령을 담은 콘텐츠를 공모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 네이버의 뉴스홈에 접속하면 상단 오른쪽에 팩트체크가 가장 먼저 보이도록 메뉴가 배치되어 있고
그 다음으로 언론사 뉴스, 구독 이벤트, 라이브러리, 기사배열 이력 순으로 정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https://news.naver.com/main/factcheck/main.nhn)

 

3) 제2회 한국팩트체크대상에 응모할 수 있는 자격은 언론중재법 제2조1항의 ‘언론’에 해당하는 방송, 신문, 잡지 등 

정기간행물, 뉴스통신및인터넷신문에 2018년 1월 1일~2018년 12월 31일 기간 동안 ‘한국팩트체크대상’의 규정에

따른 ‘팩트체크’ 보도를 게재한 언론사와 그 구성원으로 제한되어 있다. 응모기간은 2019년 2월 7일~2월 28일이며 

3월 중 수상 작을 발표한다 (http://factcheck.snu.ac.kr).

 

4) 이 대회는 언론사뿐 아니라 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여 미디어교육을 진행하거나 

관심 있는 교사와 강사들에게도 참여 기회가 열려 있었다.

 

 


 

 

허위정보 판별 가이드라인

 

허위정보에 대한 개인의 민감성을 키우는 훈련과 습관은 특히 교육 현장이나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언론중재위원회나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련 기관이나 협회에서 캠페인 성격으로 허위정보 판별법 카드뉴스 등을 많이 배포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이 제작 지원한 뉴스 리터러시 주제 예능 버라이어티 <세.젤.퀴.> 같은 콘텐츠는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 유용하다. 영상을 보고 난 후에는 중요한 키워드에 네모 칸을 덮은 활동지를 만들어 학생들이 직접 복습해 보게 하면 좋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세·젤·퀴> 뉴스·온라인 정보 바로보기 가이드

1) 웹주소 자세히 보기-도메인이나 조직·기관명에 해당하는 주소가 올바른가요?
2) 제목 주의 깊게 보기-자극적이거나 감성적인 제목은 아닌가요?
3) 작성자 정보(이름, 이메일 등) 체크하기
4) 작성 날짜 확인하기-날짜가 없거나 너무 오래전 것은 의심하세요
5) 사진이나 이미지 자세히 보기-연출됐거나 자극적이진 않나요?
6) 링크가 있으면 들어가 보기
7) ‘카더라’ 식 내용 경계하기
8) 한쪽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지 의심해 보기
9) 특정 단체나 조직의 장점을 나열하는지 경계하기
10) 문법이나 맞춤법 오류 살펴보기

 

 

 

  • 국제도서관연맹 ‘페이크 뉴스 가려내는 법’

국제도서관연맹에서 배포한 인포그래픽 자료는 이미 널리 활용되는 가이드라인이다. 여러 공익 사이트 등에도 널리 퍼져 있어 허위정보와 관련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준비할 때 쉽게 찾을 수 있다. 

 

1) 정보원을 살펴보세요-뉴스 사이트의 목적이나 연락처 같은 정보들을 알아봅니다.
2) 본문을 읽어 보세요-관심을 끌기 위해 뉴스 제목이 선동적일 수 있습니다. 뉴스의 전체 내용은 어떤가요?
3) 저자를 확인해 보세요-저자에 대해 검색해 보세요. 믿을 만한 사람인가요? 실존 인물인가요?
4) 근거 정보가 확실한가요?-연결된 내용도 읽어 보세요. 관련 정보가 뉴스 내용을 잘 뒷받침하고 있는지 확인하세요.
5) 날짜를 확인해 보세요-오래된 뉴스를 재탕했다면 최신 사건에 대한 적절한 뉴스가 아닙니다.
6) 혹시 농담은 아닌가요?-뉴스가 너무 이상하다면 풍자성 글일 수 있습니다. 사이트와 저자를 믿을 수 있는지 조사해 보세요.
7) 당신의 선입견은 아닌지 점검하세요-당신의 믿음이 판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8) 전문가에게 물어보세요-사서에게 문의하거나 사실 확인 사이트에 질문해 보세요.

 

 

국제도서관연맹에서 만든 '페이크 뉴스 가려내는 법' 가이드라인 인포그래픽 자료.

 

 


 

 

교육 효과 높이는 방법

 

허위정보 분별력을 기르기 위한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뉴스를 하나의 상품이라고 전제하면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식품의 영양성분 분석표를 참고해서 뉴스의 영양성분 분석하기 △원재료가 상품이 되는 가공 과정을 참고해서 ‘팩트’라는 재료가 ‘뉴스’라는 상품이 되는 가공 과정 분석하기 등의 활동이 적합하다. 추상적인 뉴스의 내용을 실제 먹거나 쓰는 일상 속 상품에 대입하면 보다 생생하게 정보를 보는 안목과 기준을 세울 수 있다. 
상품 비즈니스와 마케팅에 주로 쓰이는 PMI(Plus, Minus, Interesting) 기법을 활용해도 좋다. 플러스 측면에서 △뉴스 상품으로서의 매력을 더할 수 있는 활동 △뉴스 생비자 되기 △뉴스 콘텐츠에 가격 책정하기 △뉴스 오픈마켓 등, 마이너스 측면에서 △뉴스 상품으로서 함량 미달이거나 문제가 되는 지점 찾기 △유통 과정의 문제점 찾기 등, 흥미 측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근거 찾아 검색 △새로운 상품 구상하거나 발명하기 등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뉴스나 정보 그 자체의 허위 여부만을 찾아내서는 가치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그 허위정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허위정보가 어떤 결과를 갖고 올 것인가에 대한 체험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런 측면에서 스토리가 있는 독서는 간접적으로 그런 상황을 겪어보고 가치를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존의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패러디 한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5) 에서는 팩트가 뉴스라는 상품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감기 걸린 물고기》6) 나 《그 소문 들었어?》7) 같은 그림책을 통해서는 허위정보로 인한 사회 구성원의 피해 상황을 생생하게 겪어볼 수 있다. 실제 미국의 허위정보 보도사건을 소재로 한 그림책 《바다괴물 대소동》8) 은 허위정보로 인한 의문과 논쟁의 지점을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별세한 베스트셀러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 《제0호》9) 도 허위정보가 개인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

         

허위정보가 유통되면서 사회 구성원들이 겪게 되는 피해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 동화책들

 5) 존 세스카 지음, 보람출판사.

 

6) 박정섭 지음, 사계절 출판사.

 

7) 하야시 기린글, 천개의 바람 출판사.

 

8) 달시 패티슨 글, 다림 출판사.

 

9)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열린 책들 출판사

 

 


 

 

허위정보 민감성을 키우는 훈련과 습관은 교육 현장이나 
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뉴스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예능 ‘세.젤.퀴.’ 같은 콘텐츠는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 유용하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최종 목표

 

기술과 환경의 변화를 맞아 바야흐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상자에서는 온갖 독성과 공포와 가능성들이 쏟아져 나와 우리 속에 퍼져나가고 있다. 그 쏟아져 나온 것들에 질서를 부여하고 체계를 만들고 사회에 정착시키는 과정, 그것이 우리 앞에 닥친 과제다. 
허위정보를 분별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최종 목표는 아니다. 단지 첫 번째 발자국이자 선행되어야 할 전제조건에 불과할 수도 있다. ‘진실의 체’10) 로 걸러낸 후 남은 뉴스에게는 이제 진짜로 중요한 진검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허위는 없지만 편파적이고 치우치지는 않았나? 중요한 무언가를 빼놓은 정보는 아닌가? 정확한 정보지만, 중요한 가치는 지니지 못한 것은 아닌가? 
현대 사회의 구성원은 자신이 속한 시스템의 최고 자원인 지식과 정보의 질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우리는 운 좋게도 편리한 디지털 시대를 만났지만, 디지털 시민권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10) 《미디어 리터러시》 2018년 봄호 기사 “가짜 뉴스 거르는 ‘진실의 체’ 만들기로 분별력 키우기” 중 

이성철 교사와 남혜정 교사가 학생들과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를 가릴 수 있는 도구로 ‘진실의 체’를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인용했다. 진짜가 아닌 것을 걸러내는 기준으로 조리도구의 하나인 체를 제시해, 초등학생들이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화할 수 있었다는 부분은 가짜뉴스 판별 과정을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는 좋은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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