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4. 2. 16:19ㆍ특집
정치·경제적 의도로 날조된 거짓말
소셜미디어 같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기만적 허위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신문, 방송 같은 전통 매체와 달리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정보를 걸러주고 진위 여부를 판단할 기준이 부족하다. 소셜미디어 시대 허위정보의 개념과 유형, 그리고 적절한 대응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가짜뉴스로 대변되는 온라인상의 허위정보가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사안은 가짜뉴스라는 용어 사용의 적정성을 포함해서 다양하고 복합적인 논쟁을 포함하고 있어 그 쟁점을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연결이 고도화된 오늘날 정보를 수집하고 소비하는 개인의 역량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점은 틀림없다.
신문과 방송으로 대변되는 대중매체는 사회적 정보를 검증하고 의견의 다양성을 포함하는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직업규범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로 대변되는 개인미디어 시대에는 정보를 걸러주고 사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바로 그 같은 커뮤니케이션 특성이 오늘날의 가짜뉴스 현상을 확산시킨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소셜미디어 시대의 개인은 과거보다 더 똑똑해야 하고 리터러시 능력이 높아야 한다. 이 글에서는 가짜뉴스와 같은 기만적 허위정보를 구별하기 위한 개념을 구분하고, 정보를 확인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허위정보의 종류
온라인에서 허위정보 이슈는 오래된 문제이다. 그러나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가짜뉴스 또는 페이크 뉴스(fake news)가 주된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이 사안은 큰 사회적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페이크 뉴스를 가짜로 번역하여 표기했다. 진실성 여부와 관련된 ‘가짜’라는 용어와 ‘뉴스’라는 저널리즘 용어가 결합됐지만, 가짜뉴스의 의미가 저널리즘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가짜뉴스의 개념은 역사적으로 단일한 의미로 쓰였다고 보기 어렵다. 가짜뉴스는 풍자적 가짜뉴스(satirical fake news), 루머(rumor),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 그리고 기만적 정보(disinformation) 등 다양한 용어와 의미가 혼용되어 왔다. 1 먼저 ‘오보’는 언론의 보도가 부정확하고 사실과 다를 경우를 말하며 ‘소문 혹은 루머’는 있을 법한 이야기,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은 정보로 주로 입소문이나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전파된다. ‘패러디와 풍자’는 잘못을 알고 상대를 비판하거나 비꼬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는 것을 일컫는다.
단순히 정보가 틀렸다고 해서 가짜뉴스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칼로바와 피셔(Karlova & Fisher) 2에 따르면 가짜뉴스의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는 기만성으로, 이는 다른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이고자 하는 속성을 말한다. 조윗과 오도넬(Jowett & O'Donnell) 3은 기만적 정보는 본질적으로 거짓말(lying)과 유사하지만 부정적 의미에 보다 한정되며, 계산된 방식으로 특정 정보를 퍼뜨리고 오도하는 정보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기만적 정보는 ‘역정보’, ‘날조된 허위정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용어는 러시아 말인 데진포르마치야(дезинформация)에서 유래했다고 적고 있다. 4 데진포르마치야의 기원은 19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허위정보 유포를 통해 상대 사회의 혼란을 유도하는 러시아 정부가 고안한 일종의 사회심리학적 무기를 의미한다. 선전‧선동으로 번역되는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기만적 정보의 대표적 형태로 꼽을 수 있다. 최근 가짜뉴스 문제가 불거진 이유 역시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지고 유포된 기만적 허위정보들 때문이다.
냉소·극단주의 부추기는 기만적 허위정보
가짜뉴스와 같은 기만적 허위정보는 소셜미디어 같은 네트워크 서비스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치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가짜뉴스는 정보의 선택과 수용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심리학적 현상인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음모론의 경우 정보의 원천이나 그 내용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정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규범과는 별개로 개인이 이 음모론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개인이 어떤 믿음 또는 신념을 갖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정보라면 그것이 허위라도 진실로 믿고 싶어 한다. 더 나아가 잘못된 정보는 잘못된 믿음을 낳고, 한번 고착화되면 잘 고쳐지지 않는데, 이런 악순환이 집단 극화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탈리아 IMT 루카 고등연구소, 미국 보스턴대 등 8명의 연구자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페이스북에서 루머 중심의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와 과학 정보를 제공하는 페이지 총 67개의 포스트 글과 각 포스트별 유저들의 상호작용 정보를 모두 다운로드 받아 분석한 결과, 정보 공유의 가장 큰 원동력은 동질성(homogeneity)이었다. 5 유저들은 여러 정보 중에서 자신과 동질적인 유저들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골라 공유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유저들이 동질성을 중심으로 기존 생각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일종의 반향실(echo chamber)을 형성했으며, 그 결정 요인은 확증편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입증가능한 정보인 과학 뉴스의 경우 공유가 빨리 일어나 초기 정점에 이르다가 급속히 사라지는 반면 루머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널리 확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짜뉴스는 현재 대중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인물과 사건을 소재로 한다,
이 같이 복합적인 현상이 결합되면서 가짜뉴스는 네트워크 공간에서 집단 극화와 극단주의를 부추긴다. 또 사실이 아닌 허위정보는 정치나 사회에 대한 냉소주의를 만들어내고 음모론과 같이 신뢰를 떨어뜨리는 비정상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시킨다.
기만적 허위정보 대응법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가짜뉴스와 같은 기만적 허위정보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짜뉴스를 법으로 규제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한계가 있다. 특히, 개인이나 단체 등이 특정되지 않은 가짜뉴스는 사실상 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이용자 스스로 자정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정보의 형식적 요건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짜뉴스는 형식적 기만, 예를 들면 중요한 언론이나 정보 제공자인 것처럼 흉내를 내는 등 외양적 속임수를 많이 쓴다. 언론 보도의 외양을 빌려와서 정보를 제공한다면, 기만적 허위정보라고 말할 수 있다.
둘째, 나와 다른 생각 즉, 이견을 폭 넓게 수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앞서 가짜뉴스는 선택적 노출과 확증편향, 그리고 같은 생각의 의견집단 내에서 상호 확신을 주기 위해 공유된다. 나와 같은 생각의 집단에만 머물러 있다면, 가짜뉴스를 판별하기 어렵다. 나와 다른 생각의 언론과 정보를 균형 있게 습득하게 되면 이런 정보를 충분히 걸러낼 힘을 얻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신문이나 방송 뉴스는 균형 있는 의견 수용에 좋은 소재이다.
셋째, 세계적으로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언론의 팩트체크 활동이 활발하다. SNU팩트체크(factcheck.snu.ac.kr)센터는 국내의 대표적인 사실검증 기관이다. 이 센터에서는 여러 언론사들이 협업으로 허위정보를 검증하고 있다.
넷째, 가짜뉴스에 대한 인터넷 사업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or.kr)에는 가짜뉴스 신고센터가 있다. 가짜뉴스를 발견하면 이곳에 신고해도 되고 개별 인터넷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권리침해 신고센터에 신고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도 가짜뉴스와 같은 기만적 허위정보에 대한 신고와 대응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약관이나 피해구제정책 등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 황용석, 권오성 (2017). “가짜뉴스의 개념화와 규제 수단에 관한 연구 :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중심으로”. 《언론과 법》, 16(1), 53-101. [본문으로]
- Karlova, N. A., & Fisher, K. E. (2013). “A social diffusion model of misinformation and disinformation for understanding human information behaviour”. 《Information Research》, 18(1), 1-17. [본문으로]
- Jowett, G. S., and O'donnell, V. (2014). 《Propaganda & persuasion》. Los Angeles : Sage. [본문으로]
- Karlova, N. A., & Fisher, K. E., Ibid. [본문으로]
- Del Vicario, M., Bessi, A., , Zollo, F., Petroni, F., Scala, A., Caldarelli, G., Stanley, H. E., and Quattrociocchi, W.(2016). “The spreading of misinformation online”. 《PNAS》, 113(3), 554-559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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