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원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2019.03.12 18:38수업 현장

윤리적이고 안전한미디어 이용법 알려주세요


눈높이 학습. 수학이나 영어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도 교육 수혜자인 학생들이 정말 원하는 수업은 따로 있는 것 같다.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강사가 초등, 중등, 고등별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았다



 

박미영

 한국NIE협회 대표


 

우클스샷방지하는 것 배우고 싶어요.”

오잉? ......뭘 배우고 싶다고? 다시 말해볼래?”

...샷 이요

그게 뭔데?”

우하하~쓰앵님이 그것도 모른대요~ 우하하



동시화의 실패

10여 년 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유기체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를 자동차에 비유했다. 기업은 시속 100마일, 학교는 10마일, 법은 1마일로 달린다며 이렇게 적응 속도가 다른 것을 동시화의 실패라고 했다. 미디어교육 교실에서는 동시화의 실패를 늘 경험한다. 학생은 시속 100마일, 교사는 시속 10마일로 달린다. 학습자는 앞에 있고 교사는 뒤에 있다.


미국의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에 따르면 디지털 원주민1980년 이후에 태어나 디지털 기술을 어려서부터 사용하며 성장한 세대, ‘디지털 이주민1980년대 이전에 태어나 디지털이란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익힌 세대이다. 디지털 기술이 초특급 속도로 변화하는 2019년 현재, 학생은 앞서 달려가는 원주민이고 교사는 뒤따르는 이주민이라는 인식하에 학생들은 어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받고 싶어 하는지?’ 초등, 중등, 고등별로 파악해보았다. 물론 앞선 것이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초등학생이 기록한 ‘지난 학기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내용 중 기억나는 것’ <출처 : 필자 제공>



초등 수업: ‘우클&스샷 방지’ 가르쳐 주세요


기억나는 수업

얘들아, 지난 학기에 배운 것 중 기억나는 내용을 말해보겠니?”

엄마 몰카 동영상이요.”

강아지 하늘샷이요.”

스타벅스 흑인차별 동영상이요.”

카톡 폭력이요.”


혐오표현, 인싸템, 가짜뉴스, 슬라임 영상, 아이스버킷 챌린지 인증샷등 학생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시간에 배운 것을 줄줄 읊었다


덕분에 vs. 때문에

한국인의 스마트폰 보유율 95%, 세계 1제목의 기사(어린이조선일보 2019.2.7.)를 읽었다. 학생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인지 기사 내용에 수긍하며 세계 1라는 표현에 뿌듯해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스마트폰 덕분에좋은 점이 무엇인지 말해보자는 말이 끝나자마자 남학생들은 재밌어요”, “게임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라고 답했다. 여학생들은 슬라임 동영상을 봐요”, “틱톡 영상을 찍어요부터 세계 사람들과 소통, 유익한 정보, 쇼핑, 예약등 다양한 답변을 했다.


스마트폰 때문에나쁜 점은 남녀학생들 모두 비슷하게 대답했다. “거북목이 되고 중독이 돼요”, “개인정보 털리면 범죄에 악용돼요.” 

다른 것은 없어? 우리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떠올려봐라고 유도하자 ~, 가짜뉴스!”, “맞아 가짜뉴스가 있지!!”라고 떠들썩하게 말했다5학년 여학생이 “BTS 빙의 글이 퍼져서 아미들이 화났다고 말하자 남학생 짝꿍은 빙의 글이 뭐야? 아미가 뭐야?” 질문했고, 5학년 여학생은 빙의 글은 방탄 계정을 사칭해서 쓴 글이며 아미는 방탄 팬클럽이라고 찬찬히 설명해주었다.

 

초등-‘한국인 스마트폰 보유율 세계1기사를 읽고
핵심내용 간추려 적기 활동 
(어린이조선일보 2019.2.7. 기사 활용) <출처: 필자 제공>


초등-‘스마트폰의 순기능과 역기능 생각하기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뭘 하면 안 되나요?

얘들아, 남의 계정을 사칭해서 빙의 글을 쓰면 될까?” 

~”, “안돼요”.

스마트폰으로 또 무엇을 하면 안 되지?” 

스마트폰으로 통화, 게임을 하는 학생들보다 SNS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는 것은 학생들의 답변을 들으면 알 수 있다.

모자이크 안 한 사진 올리는 거, 하면 안 돼요”, “자랑질 하면 안 돼요”, “여우짓이요”, “SNS 왕따요라며 끝도 없이 SNS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귀척이요란 답변에 옆 친구는 예척도 안 됨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오잉, 그게 뭐지?’라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단발머리 여학생이 귀여운 척, 예쁜 척하면 왕따 당하거든요라고 친절하게 부연설명까지 했다.  


초등-‘스마트폰으로 하면 안 되는 행동기록하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나는 내가 지킨다

얘들아, 모자이크 안 한 사진을 SNS에 올리면 안 되는 거야?” “, 안 돼요. 근데 전 그냥 올려요.” “?” “모자이크 하는 법을 몰라서요.”


그래? 흐음 그렇군. 혹시 미디어교육 시간에 그런 것을 배우고 싶어?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니?


엄청 많아요. 창체 시간에 개인정보 어쩌구 이런 걸 배우긴 하는데, 다 아는 내용이어서 자는 아이들이 많아요.”


그으래애? 그럼 뭘 배우고 싶은지 말해줄래? 너희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고 싶거든.

학생들은 자신들의 답변이 교사에게 도움 된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신나게 배우고 싶은 것들을 종알종알 이야기했다.


내 사진에 출처 표시하는 방법 배우고 싶어요, 누가 내 사진을 도용하는 게 싫어서요.”

우클 방지요, 우클릭하면 내 사진을 복사해갈 수 있거든요.”

맞아요, 쓰앵님, 스크린샷 방지하는 방법도 배우고 싶어요. 내 저작권 보호하고 싶어요.”


학생들은 모두 함께 나눈 이야기를 토대로 교장선생님께 제안하는 편지를 쓰기로 했다. 교장선생님께서 읽으신다고 상상하니 긴장된다며 알록달록 예쁜 색으로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편지를 썼다초등학생은 이론적인 설명보다 실제적인 방법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내 자료, 내 사진, 내 저작권 등 를 보호하는 방법에 관심이 가장 많았다.


초등-‘내가 배우고 싶은 미디어 역량적어보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초등-‘교장선생님께 쓴 편지-미디어교육 시간에 배우고 싶은 내용’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중등 수업: ‘불금’,‘초동법배우고 싶어요


한 학기 미디어수업 복기

우리가 1주일 시간표를 만든다고요?”

진짜요? 진짜 우리 맘대로 짜도 된다고요? 개이득, 우리 조는 단축수업하자.”

우리 조는 자습을 많이 넣어야징~ㅎㅎ

, 1주일 동안 날마다 2교시씩 단축수업하면 안 되겠죠? 뉘에뉘에,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하하.”


이렇게 신나 하다니. 교사인 내 입장에서는 한 학기 수업 내용(윤리적 접근, 합법적 이용, 비판적 읽기 등)을 되새기며 뉴스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회상해보는 학습일지, 즉 복습의 의미였는데 학생들은 시간표 구성하는 활동을 선생님 놀이로 여겼다. 1교시에는 시간표의 윤곽을 정했다. 모둠별로 1주일에 총 몇 시간을 수업할지 요일별로 하루에 몇 교시를 배정할지 정하느라 분주했다.


배운 내용만 시간표에 넣어야 해요?”

아니, 너희가 원하는 시간표를 짜면 돼. 배운 내용을 넣어도 되고, 배우지 않았지만 꼭 배우고 싶은 내용을 넣으면 더 좋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45분으로는 시간이 부족했다. 학생들은 휴식시간에도 모둠별로 시간표와 씨름을 했다.


너의 권리, 내가 지켜주마

불금. 2모둠이 정한 과목 이름이다. ‘불타는 금요일이라고? 노노, ‘불금불법다운로드 금지!’란 의미이다. 갑분싸, 핵인싸, 득템 등 줄임말을 즐겨 사용하는 세대답게 시간표는 줄임말로 가득했다. 출확, 단사프, 영주, 가뉴구, 가뉴신, 영찍해, 초동법, 저동법.


[] 중학생 대상 뉴스 리터러시 줄임말풀이

  

 줄임말

풀이 

줄임말 

풀이 

출확

출처 확인하는 법 

가뉴구 

가짜뉴스 구별하기 

단사프

단체사진 프사해도 되나요? 

가뉴신 

가짜뉴스 신고 방법 

사올주 

사진 올릴 때 주의할 점 

초동법 

초상권 동의 받는 법 

영찍해 

영상찍을 때 해야 할 것 

저동법 

저작권 동의 받는  

 

‘SNS에 사진 올릴 때 주의할 점’, ‘초상권 침해당했을 때 대처법’, ‘가짜뉴스 신고방법등 중학생들도 구체적인 실천 방법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5개 모둠 중 4개의 모둠에서 초상권/저작권 동의 받는 방법과목을 1주에 1~2회씩 편성했다. 학생들이 만든 시간표를 보며 내 수업이 실제적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반성했다. 타인의 초상권/저작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수업시간에 다뤘지만, 정작 어떻게 초상권/저작권 동의를 받는지 설명하지 않았었다.


초등학생들이 나의 권리(나를 보호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았다면, 중학생들은 나의 의무(남을 보호하는 방법)’ 즉 합법적 미디어 이용에 더 관심이 많았다.      



중등-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만으로 작성한 수업 시간 <출처: 필자 제공>


고등 수업: ‘윤리적 미디어 이용알고 싶어요


미디어 특강 수업 설계

여자 BJ를 초청하면 돼요.”

학교에서 3을 대상으로 수능 후 미디어 특강을 개설한다는 가정하에 시간표를 편성하라고 하자 한 남학생이 당연하다는 듯 툭 던진 답변이다. 반영해야 할 조건으로는 곧 고교생 신분에서 벗어날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미디어 수업 졸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미디어 수업. 이렇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고등-‘수능 후 미디어 특강시간표 작성하기 활 <출처: 필자 제공>

 

남학생들이 여자 BJ를 초청하면 아무도 졸지 않을 것이라고 적극적으로 설명했지만 우리는 여자 BJ에 관심 없다는 여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해 과목명은 실제 유튜버 초청 강연으로 정해졌다.


꼭 필요한 비판적 사고

고등학생들은 비교적 큰 그림 안에서 미디어 특강 수업을 설계했다. 학생들이 토의과정 속에 끊임없이 자문자답했던 핵심질문은 이것을 배우면 시민이 되는 걸까?’였다. 행정구역인 시()에 거주하는 시민이 아닌, 능동적 주체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다하며 비판적 사고와 합리적 의사결정능력을 지닌 시민! 학생들은 미디어 특강을 통해 그러한 시민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지 고심했으며, 지켜보는 교사가 감동할 정도였다. 학생들은 미디어 사회의 주체적 시민’ ‘혐오발언? 이건 표현의 자유인데요?!’ ‘비판적 사고’ ‘미디어, 개인/공동의 의무와 권리등의 과목을 졸리지만 꼭 들어야 할 필수과목으로 선정했다.

고등-꼭 들어야 할 필수과목으로 비판적 사고과목을 추천한 학생들 활동 <출처: 필자 제공>

 


한 여학생은 친구들에게 필수과목인 비판적 사고수업을 추천했다. 배우 공유와 정유미의 결혼 뉴스를 예로 들면서 비판적 사고능력이 없으면 연예인 관련 가짜뉴스뿐 아니라 내 삶과 관련된 가짜 정보에 이용당할 수 있다비판적 사고 수업=예방접종이니 함께 수업을 들어보자고 조곤조곤 설득했다.


실용성까지 갖추면 최고

학생들은 윤리를 고민하는 동시에 실용을 추구했다. 초등학생들이 자유롭게 1인 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비해, 대입을 앞둔 고교생들은 유튜브 동영상을 시청하는 잠깐의 여유에도 시간적 부담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래서인지 ‘1인 미디어 간접체험2교시 연속강의로 편성하면서 정말 해보고 싶었다”, “이 시간엔 아이들이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즐거워했다. ‘V 하지 마세요내가 유출한 나의 정보SNS자료 업로드 할 때 주의사항을 배우는 과목이다. ‘그런 방법으로 큰돈을?’ 과목은 사행성 불법 사이트의 위험성을 배우는 시간이다


고등-사행성 불법 사이트 관련 특강의 필요성을 강조한 활동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특히 남학생들은 사행성 불법 사이트 관련 강좌의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한 남학생은 지구가 두 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진행되어야 하는 수업이라며 남고에서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사행성 불법 사이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성인이 된다면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사행성 불법 사이트 경험은 친구의 친구 얘기라는 추가설명을 곁들였다.


초등학생들이 나의 권리, 중학생들이 나의 의무에 더 관심이 많았다면, 고등학생들은 나의 권리와 의무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담당해야 할 공동의 의무와 권리윤리적 미디어 이용에도 관심이 많았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던졌다. 이제 그 공을 받아 어떻게 수업에 적용할지 그 숙제가 나에게 남겨졌다. 에공, 그러게 내가 이걸 왜 물어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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