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며 토론하는 유치원생들, 정말 가능할까?

2019. 4. 4. 14:26수업 현장

유아교육과 뉴스 리터러시-유치원 현장 연구를 중심으로

미디어교육 선진국에서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전 생애에 걸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활발하다. 유아 대상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생소한 국내에서도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 지원을 받은 최초의 유아 대상 뉴스 리터러시 사례 연구가 실시됐다.

 


주봉관

신구대 유아교육과 교수·부속유치원장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신문의 기자 활동을 했던 기억이 난다. 편집국장님께 신문의 중요성과 기자의 역할 등에 대해 배우며 기자를 꿈꾸기도 하고, 집에 신문이 배달돼 오면 TV편성표만 보던 내가 이곳저곳 신문의 여러 면을 살펴보는데 재미가 들렸던 기억들. 이러한 신문에 대한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아침에 일어나 뉴스부터 찾는 자연스러운 일상이자 습관이 되어버렸다.


전 생애를 통한 뉴스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논의가 시작되며 유아교육 현장에서도 뉴스 리터러시 교육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그 시작이 바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학교급별 교과연구회 지원 사업에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의 부속유치원이 유아교육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연구 지원을 받게 되면서부터이다.

 

뉴스에 흥미 느끼기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교육목표는 무엇인가? 그리고 유아교육에서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까?’ 이러한 자문 속에서 우리의 연구는 시작됐다. 뉴스 리터러시의 개념과 교육목표, 유아교육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많은 토의와 고민이 있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필자가 이해한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현대와 같은 정보홍수의 시대에 비교적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의 현명한 소비자이며 생산자로서, 일상생활 속에서 뉴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는 것이었다. , ‘뉴스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형성하는 것이 뉴스 리터러시의 궁극적 교육목표이다.


그렇다면 유아 대상 뉴스 리터러시의 교육목표는 무엇일까? 유아교육의 목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목표를 든다면 바로 바람직한 기본 생활 습관 형성이다. ,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지식이나 기술 습득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바람직한 생활습관과 올바른 태도 형성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아교육의 교육목표를 뉴스 리터러시 교육에 접목한다면 당연히 유아 뉴스 리터러시 교육목표는 유아의 뉴스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와 뉴스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생활 습관 형성이 될 것이다.


이러한 교육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내용으로는 먼저 뉴스에 대한 이론적 지식보다는 어렵게 느껴지는 뉴스를 친근하게 접해보고, 그 속에서 뉴스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활동들을 구성했다. 뉴스와 동화를 비교하며 뉴스의 특징을 살펴보기도 하고, 유치원 졸업 영상을 뉴스 형식으로 만들며, 다양하게 뉴스를 보고 뉴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비록 수치로 측정할 수는 없었지만 활동에 참여한 유아들이 뉴스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부쩍 많아져, 예전과는 다르게 집에서도 아빠와 뉴스 시청을 즐겨한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뉴스 리터러시 활동이 유아의 수용 및 표현 어휘력과, 친사회적 행동 등 교육적 측면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각주:1]


유아들은 유치원 졸업 영상을 뉴스 형식으로 만드는 활동을 통해 뉴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높일 수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뉴스와 광고의 차이를 배우다

다음 단계로는 뉴스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바탕으로 일상생활 속 필요한 정보들을 뉴스를 통해 습득하며, 뉴스의 기능과 유용성에 대한 경험을 통해 점차 뉴스를 바람직하게 활용하는 태도를 기를 수 있도록 했다.


한 예로 유아기에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고 내용이 풍부한 건강 관련 뉴스들을 매주 찾아보는 활동을 실시했다. 유아들은 뉴스를 보며 광고와 뉴스의 차이점을 비교해 보기도 하고, 다양한 건강 관련 정보들을 탐색하며, 객관적 정보 제공원으로서의 뉴스에 대해 인식해 볼 수 있었다. 연구 결과 필요한 정보를 뉴스를 통해 찾아보는 습관이 형성되고, 이렇게 습득한 건강 관련 정보들은 유아들의 건강 인식에 유의미한 효과가 나타났다.[각주:2]


객관적 정보원으로서의 뉴스 활용 활동은 앞으로도 유치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유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건강 관련 뉴스들을 찾아보면서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뉴스를 통해 접하는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현재 필자가 진행하고 있는 뉴스 리터러시 연구는 유아들이 뉴스를 통해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갖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올바르게 수용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를 수 있게 하는 활동에 관한 것이다. 뉴스를 통해 사회 현상이나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고 탐색해 보는 활동들로, 한 가지 현상에도 다양한 의견과 관점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고, 각각의 주장을 비판적 사고로 탐색해 보며, 올바른 가치 판단을 위한 비판적 사고 능력 신장과 바람직한 의사소통 태도 형성을 목표로 한다.

 

뉴스 보고 토론도 해요!

과연 성인도 어려워 보이는 이 내용들이 유아들에게 가능할까?’ 깊은 고민 속에서 우리는 유아들과 함께 뉴스를 보며 토의 활동을 해 보기로 했다. 올바른 가치 판단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간의 비판적 토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통해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의사소통의 기술과 태도를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주제로, 유아들에게 친숙한 애완동물 관련 뉴스를 보며 토의했다.


이 뉴스는 공원에 강아지가 들어오지 말라는 것 같아

공원에서 놀 때 방해가 되니까. 어린이를 물 수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런데 들어가면 좋겠다는 얘기도 있었어. 강아지도 산책하고 싶잖아.”

 

<중략>

 

그럼, 누구의 이야기가 맞는 걸까?”

강아지를 공원에 들어오게 하자는 말이 맞는 것 같아. 왜냐면 강아지도 산책이 필요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

그래? 그러면 못 들어오게 하는 사람 말은 틀린 거야?”

아니 나는 강아지 무서워해서 공원에 안 오면 좋겠어. 그러니까 그것도 맞는 것 같아.”

생각이 달라서 그런 거야. 선생님도 우리한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시잖아

똑같은 것도 친구들이 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뉴스에 나온 사람들도 똑같은 거지만 생각이 다른 거야.”

 

<중략>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지?”

서로 양보를 하면 좋겠어.”

강아지를 다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강아지도 산책이 필요하니까 목줄을 달고 산책을 하면 좋겠어.”

강아지를 싫어해도 목줄을 달면 나한테 오지 못하니까 꾹 참으면 될 것 같아.”

똥도 치워야지! 강아지도 화장실에 가게 했으면 좋겠어.”

그럼 우리가 만들면 어때?”

! 그럼 강아지 화장실을 우리가 만들자!!”

 

 


아이들이 뉴스를 함께 시청한 후 찬반 토론을 하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의 의사소통 기술과 태도를 기를 수 있다

애완견의 공원 출입 관련 뉴스 시청 후 토론 내용을 정리한 활동지.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처음에는 토의에 익숙하지 않아 의견이 다를 때는 싸울 뻔도 했지만, 마지막에는 서로 양보하며 바람직한 합의를 시도한다. 그리고 매주 노키즈존(No Kids Zone)’, ‘층간소음등 유아 수준에서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생활 속 뉴스 이슈들에 대해 선생님과 친구들과 열띤 토의를 하며 토의에 재미가 붙었다. 뉴스를 통해 여러 관점을 조망해 보고, 토의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생각을 함께 나누며 때로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 인정하고 수용하는 소중한 경험이 됐다.

 

뉴스를 잘 보니까 생각이 달라서 그러는 것 같아요.

똑같은 것도 친구들이 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러니까 생각을 다 들어보고 조금씩 양보해서 하면 좋겠어요.

왜냐면 둘 다 생각은 다르지만 틀린 건 아니니까요.”


뉴스 리터러시의 유아교육 가능성

그동안 유아교육 현장에서 뉴스 리터러시 교육 연구를 진행하며, ‘과연 유아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인가?’라는 고민이 많았다. 이는 뉴스 대부분이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유아들에게 직접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아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뉴스들을 찾아 발달수준에 맞도록 뉴스를 재창조하고, 또 유아들에게 적합한 다양한 교수학습방법을 연구·적용하면서 아이들의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뉴스 리터러시의 유아교육 적용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도 조금은 찾은 듯하다.


비록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유아기의 뉴스에 대한 다양한 경험들이 바람직한 생활습관으로 형성되어, 우리의 아이들이 평생 뉴스를 즐기며 올바른 가치관으로 바람직한 뉴스의 생산과 소비 주체로 살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1. 주봉관 (2017). “유아 대상 뉴스 리터러시 교육이 유아의 수용·표현 어휘력에 미치는 영향”. 《유아교육학논집》. 21-1. ; 주봉관, 김상겸, 박영숙 (2017). “뉴스 리터러시 활동이 유아의 친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효과”. 《유아교육학논집》. 21-2. [본문으로]
  2. 김정은, 주봉관 (2018). “뉴스 리터러시를 기반으로 한 건강교육이 유아의 건강인식에 미치는 영향”. 《한국영유아교원교육학회 2018년 추계학술대회자료집》.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