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중고등학생 팩트체킹 체험수업 진행 중

2019. 6. 7. 08:58특집

 

허위정보에 대응하는 해외 미디어교육-미국

 

미국은 2016년 대통령 선거 이후 허위정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모색하느라 고심 중이다. 
특히 각 주정부와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가짜와 진짜 정보를 가려낼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류동협 (미 콜로라도대 언론학 박사)

 

 


 

 

요즘의 상황으로 판단할 때 우리가 허위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2018년 갤럽/나이트 재단 미국 성인 패널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등장한 뉴스의 65% 정도가 허위정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신문, TV, 라디오의 뉴스를 불신하는 비율 39%와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수치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다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에서 허위정보가 퍼지는 속도나 범위의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언론사의 팩트체킹 기능에 의존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다. 페이스북·트위터 등에서 필터링을 통해 허위정보를 거르는 시도도 약간의 효과를 보고 있지만 역시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시각이 다수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서 미디어 소비자를 미디어 시민으로 성숙하게 기르는 방법이 필요하다.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현재 미국에서 허위정보 폭풍이 다시 몰려오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없다. 이런 허위정보의 광풍을 막기 위해 미국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바쁘게 움직이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의무법 속속 등장

 

허위정보에 흔들리는 요인 중에 연령은 상당히 중요한 변수다. 리서치 회사 유거브(YouGov)가 2016년 미국 대선 전후 3,500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8~29세 미국인 중 3%만이 가짜 뉴스를 공유했지만 65세 이상의 경우 무려 11%나 공유했다고 한다. 거의 4배 차이가 나는 이 비율은 나이에 따른 격차를 명백히 보여준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세대의 경우 가짜 뉴스 분별력을 좀 더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디지털 세대도 허위정보나 가짜 뉴스에 속을 수 있는 여지는 다분하다. 2016년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82%의 중학생이 광고와 기사를 구별하지 못했다.
이처럼 디지털 세대도 허위정보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에 대응해서 캘리포니아주 빌 도드 주상원의원이 미디어 리터러시 법안을 도입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최종 승인한 이 법안의 목표는 온라인 정보의 진위를 판별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서 학생들을 돕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교육부 웹사이트를 통해서 교사와 학생이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정보와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계는 이런 법안을 대체로 환영하는 추세지만 단순한 웹사이트 목록만으로는 부족하고 더욱 적극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서 빌 도드 의원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과정 개설도 향후에 법안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미국의 다른 주들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동참하고 있다. 워싱턴주는 캘리포니아주와 비슷한 법안을 도입해서 교사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웹사이트를 개설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이와 더불어 주교육부에서 미디어 러터러시 교육을 각 학교에 보급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뉴멕시코주는 학생이 졸업하기 위해 수강해야 할 ‘생활 기술’ 과목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해서 가르치고 있다. 하와이주는 모든 공립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개설하는 법안을 현재 준비하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디지털 시민의식, 인터넷 안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담당하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서 교육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뉴저지주는 정보 리터러시를 교과과정에 포함해 디지털, 텍스트, 시각, 기술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외에도 애리조나, 콜로라도, 일리노이 등 다른 주에서도 교육부 자문위원회를 마련해서 종합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안을 강구 중이다.

 

 


 

 

미디어와이즈’는 중고등학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사실과 허위정보 구별법을 교육하는 현장 학습 프로젝트다. 
미디어와이즈가 휴스턴 지역 학생과 교사 2,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행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산학연 합동 대응 활발

 

그렇다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과정이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에 있는 애러곤고등학교 학생들이 minimumwage.com이라 웹 사이트를 평가했다. 홈페이지는 세련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구축되어 있고, 리서치 보고서, 그래프와 비디오까지 다양한 정보를 갖추고 있다. 소개 페이지로 들어가면 비영리 연구기관이며 채용 정책 연구소라고 설명되어 있다. 학생들은 신뢰할 만한 웹사이트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윌 콜글래이저 교사는 이 웹사이트의 링크들을 비교하고 웹사이트 내용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뒤, 이 웹사이트는 레스토랑과 호텔 산업의 로비스트가 치밀하게 만든 위장 단체라고 판정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완벽하게 속았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 
이 사례는 스탠퍼드대 연구팀이 기획한 뉴스 리터러시 수업의 한 부분이었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을 지도하는 샘 와인버그 교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허위정보 대처 능력이 암울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구글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구글 검색 결과를 지나치게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논란이 되는 뉴스의 출처를 끝까지 확인하지 않았고 증거에 관해 질문하기를 소홀히 했다. 허위정보가 아무런 제재 없이 소셜 미디어로 공유되고 이를 믿는 풍토는 오히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심을 갖도록 이끌었다.

구글은 포인터 미디어연구소의 미디어와이즈(Media Wise) 프로젝트를 후원하면서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미디어 와이즈는 2020년까지 중고등학생 100만 명을 대상으로 사실과 허위정보를 구별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현장 학습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스탠퍼드대 연구팀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직접 교실로 찾아가 현장 학습을 주도한다. 실제로 미디어 와이즈가 휴스턴 지역 학생과 교사 2,000명을 대상으로 나흘 동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행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비슷한 내용의 온라인 강의는 벌써 3,000명이 넘는 학생이 수강했다. 이 강의는 학생들에게 팩트체커들이 어떻게 허위정보나 가짜 뉴스를 찾아내는지 그 방법을 실제로 알려주었다. 
특히 ‘수평 읽기(Lateral reading)’는 의심스러운 웹사이트를 찾아내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웹사이트의 신뢰도를 찾기 위해서 내부 내용만 살펴보는 수직적 읽기에 그친다. 그런 방법으로는 허위정보를 사실로 치장한 웹사이트를 구별해낼 수 없다. 수평 읽기는 조사 대상 웹사이트와 그 사이트를 거론한 다른 웹사이트들을 나란히 놓고 진위를 따지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 웹브라우저에 다양한 탭을 열어서 의심되는 웹사이트를 평가한 다른 정보 글을 수평으로 놓고 비교하는 것이다. 팩트체커는 조사 대상이 되는 웹사이트를 간략히 훑은 후 바로 브라우저에 다른 창을 여러 개 띄우고 그 사이트에 대한 평가나 비판 글을 찾는다. 
수평 읽기와 더불어 ‘구글 이미지 역방향 검색(Reverse Google image search)’도 강의에 포함됐다. 검색어가 아닌 이미지나 이미지의 웹 주소를 검색하는 방법이다. 이는 이미지의 출처나 편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수업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서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는 가짜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도 적극 협력

 

허위정보 유포의 온상이 된 소셜 미디어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동참하고 있다. 트위터는 유네스코와 협력해서 2018년 10월 ‘글로벌 미디어와 정보 리터러시 주간’을 실시했다. ‘공유하기 전에 생각하자’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도 추진했으며, 미디어 리터러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트위터로 나눴다. 트위터는 2018년 11월에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단체 NAMLE(National Association for Media Literacy Education,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협회) 가 주관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 협력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신뢰할 수 있는 미디어를 장려하고 스팸이나 허위정보를 막을 수 있는 도구와 자원을 개발하는 일에 투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하버드대와 협력해서 디지털 리터러시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상호작용 수업과 비디오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게 만들어서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총 18개의 강의를 영어로 개설했는데 앞으로 45개 언어로도 제작할 계획이다. 페이스북은 또한 가짜 뉴스 확산을 줄이기 위해 뉴스 리터러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제 많은 사람에게 아침에 일어나서 소셜 미디어에 접속한 뒤 친구의 소식과 뉴스를 확인하는 일은 일상이 됐다. 그 어느 때보다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와 공동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허위정보가 퍼지는 온상이 된 소셜 미디어 정화에 대한 요구 또한 늘어나고 있다. 해법으로 등장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현재 연령을 초월한 필수 지식이 되어가고 있다. 단순히 글을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수준의 리터러시 교육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허위정보나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와 사회의 구성을 파악하는 종합적 시각을 갖추자는 주장이다. 미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러한 흐름을 받아서 정규 교과 과정으로 편입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