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과 나의 삶’ 거리 좁히기에 큰 도움

2019. 5. 20. 13:20수업 현장

 

 뉴스를 활용한 

평화·통일 교육 모델

 

 

 

학생들에게 남북통일 수업은 자칫 추상적이고 지루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발표하는 ‘통일 정책’은 시험을 위해 외워야 할 교과서 내용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이와 같은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뉴스 리터러시 기반의 ‘통일 및 평화’ 수업을 실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나영 (서울외고 윤리/통일교사)

 


 

“선생님,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나눈 이야기들이 궁금해요.”
“선생님, 현 정부는 통일보다 평화를 원한다고 하는데 그럼 통일이 될까요?”
“선생님, 북미정상회담은 왜 싱가포르에서 하나요?”
서울외국어고등학교(이하 서울외고) ‘터노코 통일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하는 질문들이다. 서울외고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통일교과로 확보하여 2학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터노코 통일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터노코 통일수업’은 말 그대로 한반도 문제와 북한 문제에 대해 ‘터놓고’ 토론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영어 ‘to touch’, ‘to know’, ‘to communicate’의 앞 글자를 따 ‘터노코 통일수업’이라 이름 붙였다. 

 

 


 

뉴스 리터러시 교과연구회 공동 작업

 

본 수업은 추상적인 통일 및 한반도 논의를 손에 닿을 만큼 거리를 좁혀 우리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고(to touch), 남북한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배우고(to know), 더 나아가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 간의 소통창구(to communicate)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통일 역량을 키우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즉, ‘통일은 해야 한다’와 같은 통일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는 교육을 넘어 ‘우리는 통일을 지향하는 시대 안에 살고 있다’라는 명제를 바탕으로 통일 이후 한반도의 모습을 분야별로 상상하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측하고 대안을 토론한다. 구체적으로는 분단국 통일 사례(독일, 베트남, 예멘)를 배우며 분단 및 통일 역사를 배우고 통일 가능 요인, 통일 이후 문제점을 분석하여 한반도 통일 뉴스를 제작한다거나 통일 이후 사라질 직업, 공휴일, 사회문제 등을 상상하고 토론하는 등 통일 이후 우리 삶을 디자인하고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활동들을 201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모여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서울외고 전교생들은 교실에 TV를 켜고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분단 경계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학생들은 절로 박수를 치며 평화를 향해 한걸음 나아가는 우리를 스스로 축하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미디어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사와 뉴스를 통해 한반도 문제와 우리 삶의 거리를 줄일 수 있겠구나.’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뉴스 리터러시 교과연구회를 통해 다른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연구하고 수업 모듈을 제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과 함께 기존 NIE 수업지도안을 분석하고 통일교육, 세계평화 등 관심 분야에 수업 모듈을 개발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본 글에서는 통일교육의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통일뉴스 제작 수업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한반도 통일 뉴스 만들기

 

첫 번째 활동은 한반도 통일 뉴스 만들기였다. 한반도 통일 뉴스를 만들기 전에 통일 이후 한반도의 모습을 더  구체화시키기 위해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당시의 국내 뉴스 보도자료와, 1990년 1월 1일 통일된 독일 새해 첫날을 맞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광장에 모인 축하 인파와 동시에 통일에 반대하는 독일 사람들을 보도한 CNN, BBC 뉴스를 보여줬다. 영상을 보고 우리나라는 통일되면 어디서 함께 축하할 것인지, 어떤 문제들이 생겨날 것인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고 6개 모둠으로 나누어 언론사의 정치부, 경제부, 문화부, 교육부, 국제부, 사회정책부의 역할을 맡긴 뒤 모둠별로 뉴스 시기, 뉴스 형식, 뉴스 주제 등에 관한 토론 및 뉴스 시나리오 작성을 거쳐 2주 후 발표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끊임없는 발문이었다. 모둠별로 토론하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했다. “통일하면 우리나라 대통령은 누가 될까?”, “통일하면 화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 “통일되면 수능제도는 과연 남북 출신 학생들에게 공정한 대입제도일까?”, “통일이 되면 외국에 있는 북한대사관은 어떻게 될까?”, “통일이 되면 개성공단은 어떻게 될까?”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다양한 분야에 뉴스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통일 이후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분석하여 그 대안까지 담는 뉴스를 제작하고자 노력했다. 역시 학생들의 상상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경제부에서는 통일 이후 나선 지역에 대한민국 기업들이 진출해서 발생하는 남북 출신 근로자들의 갈등, 임금 격차 등 다양한 문제들을 소개했다. 교육부에서는 남북한 학교 간의 교류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소개했고, 정치 및 민주시민교육을 필수교과로 지정해 남북한의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고 민주시민교육 및 세계시민교육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제안했다. 국제부에서는 통일 이후 1년간의 변화를 담아 국제선 연결 및 한중러 접경지역 내 국제교육 사업의 증가 현상에 대해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독일의 통일 당시 뉴스와 다양한 질문을 바탕으로 직접 한반도 미래를 상상하고 분야별로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점들을 예측한 뒤, 이를 주제로 뉴스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통일 문제를 자신의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학생들은 독일의 통일 당시 뉴스와 다양한 질문을 바탕으로 직접 
한반도 미래를 상상하고 분야별로 발생할 수도 있는 문제점들을 예측한 뒤, 
이를 주제로 뉴스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통일 문제를 자신의 삶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정치 문제에도 관심

 

‘우리 정부의 통일 방안’에 대해서도 수업을 진행했다. ‘이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면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문제로 관심을 갖게 될까?’ 고민을 하던 중에 관련 뉴스 기사들을 활용하여 수업 디자인을 시도했다. 먼저 현 정부의 대표적인 대북 제안인 ‘베를린 선언’의 5대 정책방향과 4대 실천방향을 분석하여 현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 골자와 내용들을 소개했다. 더불어 수업의 입체성을 더하기 위해 이전 정부의 ‘드레스덴 선언’을 함께 분석해 3대 제안 및 실천방향을 분석했다. 학생들은 각 선언의 구체 내용을 살펴볼 뿐만 아니라 평가까지 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 제안에 대해 깊이 있게 분석해냈다. 

더 나아가 ‘우리들이 만드는 대북 제안’이라는 주제로 모두가 통일 정책 입안자가 되어 모둠별로 토론을 거친 후 ‘통일 방안’과 ‘대북 제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 정부 및 지난 정부의 정책들을 구체적으로 배우는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정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통일’이라는 추상적인 주제와 자신의 삶 사이의 간극을 좁혀볼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남북정상회담 및 북미정상회담 뉴스와 대국민 보고, 그리고 선언문과 공동성명 등을 살펴보고 한반도의 현 정세를 파악하기도 했다. 이처럼 ‘뉴스’를 통해 수업을 운영하면서 통일 문제 및 정치 문제와 학생들의 삶의 거리를 좁혀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증진시킬 수 있었다. 특히 통일·평화 교육은 교과 특성상 추상적이기도 하고 학생들이 언론을 통해 접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통일 교육, 평화 교육, 세계시민 교육이 중요해지는 이 시점에서 뉴스 리터러시 수업을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민주시민 역량을 함양시키는 다양한 수업 모듈이 개발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