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영상, SNS에 올리기만 해도 범죄래요”

2019.06.26 12:42수업 현장

 

‘연예인 카톡방 성범죄 사건’과 정보통신망법 교육

 

 

연예인 카톡방 성범죄 사건. 예전 같으면 쉬쉬하며 TV 채널을 돌릴 만한 뉴스입니다. 

하지만 자칫 음지에서 미디어 속 행동을 모방하면 큰일이기에 아예 양지로 꺼내 수업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호기심 왕성한 중고생에겐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박미영 (한국NIE협회 대표)

 

 


 

 

“탕~!!” 로테를 향한 멈출 수 없는 사랑에 고뇌하던 청년 베르테르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로테 남편의 권총을 빌려 죽음을 선택합니다. 소설(미디어) 속 자살이 낭만적으로 그려져서일까요? 1774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간된 후 유럽에선 베르테르처럼 권총 자살하는 청년들이 늘어갔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필립스는 “사람들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자살 방법을 학습하고 이를 모방한다”라며 이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헤어롤은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생,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여학생 가방에 하나씩은 들어 있다는 뷰티템입니다. 걸그룹의 SNS(미디어)가 시작이었습니다. 걸그룹 멤버들이 앞머리에 헤어롤을 부착한 소탈한 모습을 셀카로 찍어 올렸거든요. 요즘은 교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앞머리를 헤어롤로 돌돌 말아 올린 여학생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1774년 무렵의 ‘미디어 따라 하기’가 베르테르 효과라면, 작금의 ‘미디어 따라 하기’는 일명 헤어롤 효과라고도 할 수 있겠죠. 예전에도 지금도 사람들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다양한 행동을 모방하거나 경험하고 싶어 합니다. 

 

 


 

연예인 카톡방 성범죄 사건’, 수업 속으로

 

연예인 카톡방 성범죄 사건. 예전 같으면 학생들이 볼까 봐 쉬쉬하며 TV 채널을 돌리거나, 신문을 덮을 만한 뉴스입니다. 하지만 10대의 인터넷 이용률이 98%를 상회1) 하는 요즘, 연예인 관련 뉴스는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속속들이 접했을 사건입니다. 자칫 음지에서 미디어 속 행동을 모방하면 큰일이기에, 아예 이 뉴스를 양지로 꺼내 수업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호기심이 왕성한 중고등학생에겐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교육적인 사건에서 교육 내용을 찾는 게 난감했지만 다행히 신문에서 무난한(?) 제목의 기사2) 를 찾아, 전체 지면을 화면에 띄웠습니다. 이 기사로 수업하며 두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❶ 동의 없이 사진 찍거나 유포하면 안 된대, 그런 법이 있대. 
❷ 죄책감을 느낍시다. 

 

1. 한국언론진흥재단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2. “정준영 ‘동의 없이 영상 찍어 유포, 죄책감 못 느꼈다.’ 새벽 은퇴 선언”. 중앙일보 2019.3.14. 8면

 

 

비교육적·비윤리적 사건을 소재로 다루는 만큼 무난한 제목과 편집의 기사를 찾아 수업에 활용했다. 중앙일보 2019.3.14.8면.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활동1. 판결문 써보기


사건에 관련된 연예인들이 수사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보며 이것(동의 없는 촬영 & 유포)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겠지만, 잘못된 행동임을 좀 더 분명하게 못 박기 위해 판사의 판결문을 쓰도록 했습니다. 
“얘들아, 뉴스 속 연예인들이 뭔가 잘못한 것 같지? 무엇을 잘못했을까?” “야동 봤대요.” “마약 먹었대요.” “불법을 저질렀어요.” 학생들은 자신들이 스마트폰에서 보거나 전달받은 정보를 자유롭게 말했습니다. 속닥속닥 거리며 교실 한쪽 구석에서 모둠 친구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근데 마약은 어떻게 먹어?” “감기약이랑 비슷하겠지” “시럽이야? 알약이야?” “몰라.” “난 알약은 시로시로.”
잡담을 끊기 위해 짐짓 과장된 표정을 지었습니다. “헐~ 불법을 저질렀대? 무슨 불법? 뭐가 불법이래?” 다시 질문했습니다. “마약이…불…법…인가? 그렇지? 마약이 불법, 아…닌…가? 맞지?” 한 남학생이 주저주저하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앞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똘똘한 목소리로 말하더군요. “영상 찍은 게 불법 아냐? (교실의 TV 화면 아래쪽을 가리키며) 저기 기사제목에 ‘동의 없이’라고 했잖아.” 이어 뒷자리의 여학생이 TV 화면 위쪽을 가리키며 “돌려봐도 공범이래요”라고 말하자 남학생끼리 앉은 모둠에서는 서로 팔꿈치로 툭 툭 치며 입모양으로 장난스럽게 말하더군요. “너 조심하래. 킥킥.” “뭔 소리야, 난 아니거든. 네 얘긴데? 흐흐흐.”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법 조항을 설명한 기사’3)를 요약해서 배부했습니다. 학생들이 진지하게 인쇄물을 읽더군요. 인쇄물을 읽은 뒤에는,
①먼저 모둠별로 자유롭게 뉴스(신문이나 인터넷 검색) 속 인물 중 한 사람을 선택하고 
②인쇄물을 참고해서 그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확인한 후 
③판결문을 쓰도록 했습니다. 
한 모둠은 정준영에게 “불법 촬영 5년, 동의 없는 영상 배포 1년을 적용해 10년”을 선고했습니다. “5년+1년= 6년인데 왜 10년이지?” 질문하자 웃으며 책상을 콩콩 두드리며 “쌤, 가중처벌이요, 가중처벌!!”이라고 답하더니 가중처벌 관련 설명을 덧붙이더군요. 
스마트폰으로 ‘용준형 관련 기사’를 검색한 모둠은 용준형에 대해 한참 동안 토의한 후, “불법 영상을 신고하지 않고 보관해서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라는 이유로 “연예계 퇴출과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남학생만 있는 모둠에서는 의외로 단톡방 멤버 전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유포하지 않고 보기만 했어도 위법이라는 것이죠. 
학생들은 불법 영상 촬영이 범법행위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단순 전달도 위법(정보통신망법)’임은 몰랐다며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그럼 단톡방에 누가 이상한 영상을 올리면 어떻게 해야 돼?” “걍 톡 방에서 나와” “만약 우리 반 단톡방에 누가 불법 영상 올리면, 우린 감옥에서 반창회 하는 거야?” “야, 너희들 그런 영상 아무도 올리지 마라!!!”
학생들은 판결문을 쓰며 ‘동의 없는 촬영, 유포 = 위법’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한 듯 보였습니다.

 

3. “몰래 찍어서 퍼뜨렸나요? 이런 징역·벌금형 받을 수 있습니다”. 여성신문 2018.5.29.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2139.

 

 

 

 

 

 

 

학생들이 작성한 판결문. 위쪽부터 정준영, 용준형, 단톡방 멤버.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활동2. ‘정보통신망법’ 알리기

 

“얘들아, 친구를 때리면 어떻게 되지?” “학교폭력이에요.” 
“빵셔틀은?” “학폭위 열리죠.”
“그럼 방폭4) 은?” “큭큭.” 
“와이파이 셔틀5) 은?” “큭큭.” 
친구를 주먹으로 때리는 것은 폭력이라고 인지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행위에 죄책감을 덜 느끼는 것은 혹시 심리적으로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해서일까요? 이번 수업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정보통신망법 존재 알기’를 수업 주제로 정했습니다. 법은 잘잘못을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해주지만, 그 기준은 시공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만약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 함무라비 법전(눈에는 눈, 이에는 이)6) 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에서 실행했다가는 쌍방폭행으로 잡혀가겠죠. 
“이 퀴즈를 풀어보세요. 곰을 깨우면 위법인 나라가 있다. O일까 X일까?”
학생들은 대부분 X라고 대답했습니다. 
“땡!! 우하하, 틀렸어, 알래스카에서는 곰을 깨우면 위법이래.”

“두 번째 문제! 선인장을 자르면 위법인 나라가 있다.” 이번엔 O가 제법 나왔습니다. 
“오호 딩동댕. 애리조나에서는 선인장을 함부로 자르면 위법이래.”
“마지막 문제! 곰이 많은 곳에는 곰과 관련된 법, 선인장이 많은 곳엔 선인장 관련 법7) 이 있는 것처럼 SNS를 많이 사용하는 요즘은 SNS에 관련된 법이 있습니다. 이 법의 이름은?” 
대답을 못 하기에 보기를 제시했습니다. “①도로교통법 ②헌법 ③정보통신망법.” 그래도 알쏭달쏭 한 표정을 짓더군요. 법을 안다는 것은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의 효력과 권한을 기억하는 것입니다.8) 지난 수업 결과물인 판결문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정보통신망법’을 기억해냈고, 이구동성으로 이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의 존재를 알면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라는 의젓한 말도 했습니다. 그래서 모둠별로 ‘정보통신망법의 존재 알리는 방법’을 생각해 발표했습니다. 첫 번째 모둠의 아이디어는 ‘정보통신망법 단어 말하기 대회’입니다. ‘내가 그린 기린 그림은 목이 긴 기린 그림이고…’처럼 ‘정보통신망법’ 단어를 15번 연속해서 말하는 대회인데, 사람들이 정보통신망법의 존재감을 확~! 느끼게 될 것이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두 번째 모둠의 아이디어는 ‘교육부에 제안하기’입니다. 정보통신망법이 중요하니 아예 모든 과목 교과서에 ‘정보통신망법’ 단원을 넣어달라는 것이죠. 가령 국어 교과서엔 SNS에 사진 올릴 때 벌어질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정보 교과서엔 정보통신망법 조사하기 활동을 수록해달라는 아이디어였습니다. 
남학생 모둠인 세 번째 모둠의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명확했습니다. 교장선생님께 제안했거든요, 내년부터 1학년들만 정보통신망법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올해 말고 내년부터임을 강조한 까닭은 “정보통신망법이 중요하니 시험을 보긴 하되, 우리가 2학년이 된 시점인 내년에 1학년들만 시험을 보면 된다”는 빅픽쳐겠죠? 

 

4. 일명 단톡방에서 다른 학생들은 모두 대화방을 나가고 피해 학생만 남게 하는 것으로 사이버 불링의 일종이다.

 

5. 스마트폰 데이터가 소진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지속적이고 강제적으로 데이터 충전을 요구하는 것으로 

사이버 불링의 일종이다.

 

6. 함무라비법전 196조(만일 사람이 평민의 눈을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눈도 상해져야 한다.), 

200조(만일 사람이 평민의 이를 상하게 했을 때는 그 사람의 이도 상해져야 한다.)

 

7. 한국법교육센터 HTTP://WWW.LAWEDU.OR.KR/BBS/BOARD.PHP?TBL=BBS19&MODE=VI
EW&NUM=8&CATEGORY=&FINDTYPE=&FINDWORD=&SORT1=&SORT2=&PAGE=1

 

8. 한동일 (2018). 《법으로 읽는 유럽사》. 글항아리.

 

 

 

 

 

 

사이버 폭력 예방을 위한 조처로 ‘정보통신망법’ 알리기 아이디어를 발표한 아이들 활동지.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법을 안다는 것은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법의 효력과 권한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지난 수업 결과물인 판결문을 보여주자 
학생들은 ‘정보통신망법’을 기억해냈고, 이구동성으로 
이 법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활동3. 죄책감, 법과 윤리의 역할은?

 

고등학교 수업에서도 중학교 수업과 똑같이 동일한 신문 기사를 화면에 띄웠습니다. 고등학생 수업의 주제는 “죄책감을 느낍시다”입니다.
“지금 수행평가한다고 상상해보자. → 내가 ‘오픈 북 테스트야.’라고 말했어. → 너희들은 열심히 책을 넘기며 문제를 풀었지. → 너희들이 책 보고 문제 푸는 행동에 죄책감을 느낄까?” “아뇨.”
“다시 상상해봐, 지금 중간고사 시험이야. → 수연이가 책상 속의 교과서 32쪽을 살짝 봤어. → 수연이가 죄책감을 느낄까?” “네.” 
고등학생들이어서 직접적으로 사건을 언급했습니다. 왜 이 연예인은 죄책감을 못 느꼈을까?

①만약 ‘잘못된 행동임을 몰랐다’고 한다면 → 모르는 것, 무지(無知)도 잘못일까? 
②만약 ‘못 배워서 몰랐다’고 한다면 → 무엇을 가르쳐야 죄책감을 느끼게 될까?
③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면 법과 윤리(정보통신망법 vs. 정보통신윤리)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까? 법과 윤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연진이는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무지의 죄(알아야 할 것을 몰랐던 죄)’를 언급하며→죄책감을 못 느낀 것과 불법임을 모른 것=무지의 ‘죄’이므로 →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면 윤리 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은이는 법(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함)보다 윤리(범죄를 저지르지 않게 함)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범죄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리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서, 법의 범위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상 수업 보고 끝!!

 

 

‘무지의 죄’를 언급하며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 

 

‘못하게’가 아니라 ‘안 하게’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윤리 교육이 우선이라고 강조. 

 

이번 연예인 카톡방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의 ‘죄책감’을 주제로 

‘법과 윤리’의 측면에서 토론해본 학생들의 활동지.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중학교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나눠준 여성신문 기사 “몰래 찍어서 퍼뜨렸나요? 이런 징역·벌금형 받을 수 있습니다”(2018.5.29.)의 요약본. <자료: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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