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5. 21. 10:02ㆍ해외 미디어 교육
핀란드 윌레 방송의 ‘모두를 위한 인터넷’ 캠페인
‘모두를 위한 인터넷’은 복지 선진국이자 미디어 리터러시 선진국인 핀란드의 공영방송
윌레(Yle)가 2018년 전국 10개 도시에서 개최한 ‘디지털 리터러시’ 캠페인이다. 특히
이번 캠페인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서 소외되기 쉬운 노년층을 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글 최원석 (핀란드 라플란드대 미디어교육 석사과정)
핀란드 공영방송사 윌레(Yle)는 지난해 여름 처음으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국 순회 캠페인 ‘모두를 위한 인터넷(Nettiä ikä kaikki, 네티야 이캬 카이키)’1)을 실시했다. 노년층이 주 타깃이긴 하지만 전 연령층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서로 묻고 알려주자는 게 큰 목표였다. 이번 글에서는 이 캠페인의 주요 내용과 성과를 소개하고, 기획자인 카트야 솔라(Katja Solla) 윌레 기자의 인터뷰를 일부 덧붙였다.
1) 윌레 ‘모두를 위한 인터넷’ 캠페인 웹사이트. https://yle.fi/aihe/nettia-ikakaikki
전국 10개 도시에서 개최
핀란드 공영방송사 윌레는 2018년 8월과 9월,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가장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각 도시의 지역 도서관에서 열린 이 행사는 윌레를 포함해 다섯 개 기관이 예산을 지원했다. 각 지역에서는 시민단체 총 60여 곳과 자원봉사자 154명이 도우미 역할로 손을 보탰다. 수도 헬싱키부터 북부 도시 로바니에미까지 주요 도시를 하루마다 옮기는 강행군이었다.
처음으로 열린 전국 순회 캠페인이었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시민 1,400여 명이 캠페인 장소인 도서관에서 직접 자원봉사자를 만났고, 온라인에서는 한 달 동안 5,000여 명이 각자 필요한 디지털 기술을 배웠다. 특히 온라인으로 캠페인에 참여한 노년층은 자녀, 손주, 혹은 이웃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활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웹사이트에서는 단계별로 내용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동영상을 제공했고, 각 항목에는 집에 인쇄해두고 수시로 볼 수 있는 안내서를 크고 굵은 글씨로 정리한 PDF파일도 붙여두었다.2) 간결하지만 세심한 배려였다.
2) 윌레 웹사이트 내 각 메뉴 아이콘을 읽기 쉽게 정리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BGEsr8ZiGnNVsiKhqFS7n0MiTFc4Y_t/view
캠페인에서 정한 네 가지 인터넷 활용 요령은 다음과 같다. 1)이메일 만들고 쓰기 2)윌레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으로 프로그램 시청하기 3)왓츠앱(WhatsApp) 문자 보내기 4)은행 계좌 정보로 본인 인증하기(참고: 핀란드에서는 계좌 정보가 한국의 공인인증서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등 특히 노년층이 각종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떨어져 사는 자녀와 연락할 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가장 인기 있는 도움 내용은 윌레 웹사이트 이용법이었다. 수준 높은 영화나 드라마, 음악 공연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르신 ‘업그레이드’는 모두의 책임
캠페인은 꼼꼼한 준비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윌레는 캠페인 두 달 전, 핀란드 전국에서 1,000여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활용 실태를 사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82%가 “다른 사람을 디지털 기술로 도운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디지털 활용법을 누구로부터 받느냐는 질문에는 “가족”이 82%를 차지해 특히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를 위한 인터넷’ 캠페인은 이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자녀나 이웃이 노년층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돕도록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인터넷 관련 전문 용어를 쉽게 풀어쓰거나 서비스 환경 자체를 쉽게 바꾸는 일과 같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는 해결책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개념이나 용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응답자 비율이 42%에 달했다.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풀어서 답변하기 어렵다”, “간단한 내용을 여러 번 말해도 어르신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심층 면접에서 나오기도 했다. 인터넷을 포함해 각종 디지털 기기나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이 어렵다는 응답자도 많았고, 정부기관 웹사이트가 수시로 바뀌면 혼란스럽다는 노년층의 답변도 나왔다. 이처럼 전 연령층의 핀란드 국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활용 실태를 대규모로 조사한 건 처음이라고 윌레는 덧붙였다. 캠페인을 기획한 윌레 기자 카트야 솔라는 이런 노력이 윌레의 운영 전략 가운데 하나인 ‘전 연령층의 디지털 활용 능력 함양’과 관련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이유로 노년층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높이는 내용뿐만 아니라 청년 구직자가 알아야 할 이메일 및 컴퓨터 사용법, 이력서 등록법 등도 제공했다고 말했다. 직장에 있는 사람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는 일이 중요한 시대라고 덧붙였다.3) “허위 정보와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디어 교육에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윌레에서는 2~3년 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 활용 요령을 온라인으로 제공해왔고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솔라 기자는 말한다.
노년층이 기본적인 인터넷 활용법을 익히는 일의 시급함은
고령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핀란드에서도 각종 공공 서비스 제공이
온라인 기반으로 바뀌면서 노년층이 각자 필요한 제도를 찾아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핀란드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노년층 인터넷 활용과 고령화 문제
노년층이 기본적인 인터넷 활용법을 익히는 일의 시급함은 고령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핀란드 사회에서도 혼자 사는 노년층 인구가 늘어나는 한편 각종 공공 서비스 제공이 점점 온라인 기반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따라서 복지 혜택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도 노년층이 각자 필요한 제도를 찾아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오래 전부터 핀란드 정부의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인구 관련 통계와 온라인 기반 공공 서비스, 또 선거 때 유권자 명부를 관리하는 인구등록센터(핀란드 재무부 산하)가 이번 캠페인에 주요 협력 기관으로 참여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공영방송사 윌레와 재무부, 도서관협회(Suomen Kirjastoseura)와 노인복지협회(VTKL) 등이 전국 설문 조사 및 캠페인을 시행할 수 있던 배경에는 2017년에 만들어진 재무부 산하 워킹그룹의 정기적, 상시적인 교류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지난 설 연휴 기간 ‘역귀성’하는 노인들이 인터넷 예매를 못해 입석표를 끊어 몇 시간씩 기차에서 서서 왔다는 보도4)가 있었다. 핀란드의 이번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이와 같은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를 하나씩 풀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인구 고령화 문제는 이미 코앞에 있다. 노인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는 어디에 와 있는가.
3) ‘모두를 위한 인터넷’ 캠페인 관련사전 설문조사 결과 https://yle.fi/aihe/artikkeli/2018/08/15/
ylen-tutkimus-selvittisahkoposti-tuottaaeniten-paanvaivaadigiapua
4) 경향신문(2019.2.4.). “설 기차 ‘타보니’…입석엔 노인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020409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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