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7. 22. 18:01ㆍ해외 미디어 교육
핀란드 미디어교육 콘퍼런스 ‘MEC 2019’
‘MEC(Media Education Conference)’는 2년마다 열리는 미디어교육 콘퍼런스로
주최측인 핀란드를 비롯해 각국에서
현재 실행 중인 미디어 리터러시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볼 수 있는 글로벌 토론의 장이다.
4월에 개최된 MEC 2019의 현장 모습을 전달한다.
글 최원석 (핀란드 라플란드대 미디어교육학 석사 과정)
지난 4월 24~26일 세계 각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자들이 핀란드의 한 외딴 마을에 모였다. 미디어교육 콘퍼런스인 MEC 2019(Media Education Conference)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MEC는 핀란드 라플란드대학 산하 미디어교육학센터가 주관하는 콘퍼런스로, 2005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올해 콘퍼런스에는 독일, 미국, 스위스, 이탈리아, 핀란드, 한국 등에서 활동하는 연구자 40여 명이 참석해 이틀 동안 열띤 논의를 벌였다.
2017년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이어 올해 콘퍼런스가 열린 장소는 핀란드 북동부 소도시 살라. 접근성은 다소 떨어졌지만 눈 쌓인 봄철 풍광이 격의 없는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미디어의 메시지는 프로파간다”
이번 참석자들이 발표한 논문은 모두 30여 개였으며 크게 4가지 대주제에 맞춰 4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표1]. 기조 강연자로는 세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가 르네 홉스(Renee Hobbs), 유네스코 국제교육국(IBE) 이사회 에릭 해밀턴(Eric Hamilton), 이탈리아 밀라노 성심가톨릭대 파우스토 콜롬보(Fausto Colombo) 교수가 차례대로 나섰다. 핀란드를 비롯해 각국에서 현재 실행 중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살펴볼 수 있는 주제였다. 특히 핀란드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진행 중인 미디어 교육 관련 연구 및 현안이 발표 절반 이상을 채웠다.
[표] MEC 2019 세션별 주제
콘퍼런스는 첫 번째 기조 강연자 르네 홉스의 에너지 넘치는 발표로 시작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학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를 진행 중인 홉스 교수는 세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자답게 묵직한 주제를 던졌다. 홉스 교수는 각종 미디어의 정보를 현대적 의미의 ‘프로파간다’로 규정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고 평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교사를 비롯한 미디어교육 활동가들이 직접 미디어를 평가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온라인 플랫폼 ‘마인드 오버 미디어(Mind Over Media)’를 소개했다.1) 홉스 교수는 프로파간다가 역사적으로 사회 양극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효과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미국 하와이주 중학교 학생들이 제작한 ‘빨대 사용 줄이기’ 영상을 소개하며, 단순화한 메시지(“Make your last straw your last straw”: 당신의 마지막 빨대가 정말 마지막 빨대가 되도록 해주세요)에 적절한 음악과 화면을 기술적으로 사용해 강력한 공익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와 허위정보 또한 프로파간다의 일종이므로, 이런 정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창작 경험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중요하다고 홉스 교수는 덧붙였다.
다른 여러 연구자도 창작 능력을 포함해 미디어교육에서 가르치고 배워야 할 디지털 미디어 기술에 주목했다. 취리히국립교육대 에블린 히펠리(Eveline Hipeli)는 부엉이 울라(Ulla)가 미디어 리터러시를 조금씩 늘려가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만들어 3∼8세 어린이와 교사들로부터 그 효과를 확인했다고2) 전했다.
노년층 대상 미디어교육에 휴대전화 및 태블릿 PC 이용법, 온라인뱅킹 및 도서관 서비스 활용법, 친인척 및 지인과 연락하는 방법 등 창작이나 이해보다 사용법(use)을 우선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 라플란드대학 수산나 리비넨(Susanna Rivinen)의 공동 연구도 주목을 끌었다.
직업 선택 및 글로벌한 업무 환경에 필수적인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사실상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는 시대, 핀란드와 독일의 Y세대가 가진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에 주목한 연구자 마리 마실타(Mari Maasilta)의 발표 또한 의미가 있었다.3) 한국적 맥락에서 보자면, 이른바 ‘워라밸’을 지키는 일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일부로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네 홉스 교수는 세계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자답게
묵직한 주제를 던졌다. 홉스 교수는 각종 미디어의 정보를
현대적 의미의 ‘프로파간다’로 규정하고, 그 내용을 분석하고 평가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핀란드, 미디어교육 가이드라인 개편 중
핀란드 국립시청각위원회(KAVI, Finnish Institute for Audiovisual Media)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 중이라는 소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지난 2013년 발표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교육 현장과 학계 연구자, 또 다양한 민간단체의 의견을 수집해 빠르게 바뀌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한 리터러시 교육 요소를 정리 중이다. 특히 2016년 발효된 최신 국가 교육안에서 멀티리터러시(multi-literacy)를 필수 역량으로 제시하고 있어, 사회 각계에서 미디어교육을 시행할 때 따를 수 있는 정책적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다. 핀란드의 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가이드라인 초안은 이르면 2019년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 밖에 MEC 2019에서는 노년층의 사회적 건강을 높이는 도구로서의 미디어교육, 가상현실(VR) 및 대규모 온라인강의(MOOCs)를 활용한 리터러시 교육, 다국적 디지털 제작 커뮤니티를 통한 국제 청소년 교류, 게임화(Gamification) 기반 학습 환경 개선 방법 등과 같은 주제들도 발표됐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고민해야 하는 변화의 양상과 교육 분야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커져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영역과 역할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3) 다음 MEC는 2021년에 개최된다.
1) https://propaganda.mediaeducationlab.com/node/1
2) ≪부엉이 숲에서 온 울라(Ulla from the Owl Forest)≫, https://www.ulladieeule.ch/
3) “Technostress and Generation Y in the mediatized working life”, MEC 2019 발표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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