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7. 11:45ㆍ해외 미디어 교육
영국 - 미디어 리터러시 적용한 민주시민 교육 수업
영국의 중학교 교과과정에는 ‘민주시민’이라는 필수과목이 있다. 능동적인 민주시민 역량
함양을 목표로 하는 이 민주시민 교과 수업을 위해 각 학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연계하고 있다. 실제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글 황치성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오래 전부터 민주시민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도입한 영국은 수업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연계한 민주시민 교육을 일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사회 현상과 이슈를 비판적으로 읽고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며 능동적인 민주시민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최적의 교수학습 자원이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영국 남동부 켄트주에 소재한 타워스 스쿨 식스폼 센터(The Towers School and Sixth Form Centre)는 2018년, 8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시민성 교육의 핵심 3단계 프로그램에 연계한 수업을 실시했다.1)
미디어를 통해 본 지역 현안
영국은 2002년부터 민주시민 교과를 초등학교의 경우 선택과목으로, 중등학교는 필수과목으로 도입, 시행해 오고 있다. 중등학교 교육과정에 적용되는 민주시민 교육의 목표는 학교급별로 달리 설정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중학교에 해당하는 7∽9학년은 핵심 3단계 목표가 적용된다. 구체적인 기준은 ‘정치적・정신적・도덕적・사회적․문화적 쟁점 등을 생각할’줄 알고, ‘일상생활과 공동체에 영향을 주는 법적・정치적・종교적・사회적・경제적 제도와 체계의 역할을 확인’하며, ‘공동체에서의 삶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학교・지방・국가・세계 차원에서 민주주의와 다양성을 학습’하는 것이다.2)
타워스 스쿨 식스폼 센터가 실시한 이번 수업에서 소재로 한 지역 현안은 이민자에 대한 찬반 논란이었다. 2011년 이 지역에서는 이민자 문제를 놓고 파시스트 집단과 반파시스트 집단 등 집단 간에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당시 지역 신문은 물론 전국 일간지에서도 큰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이민자 문제와 관련된 갈등 배경을 파악하고, 시위에 대한 언론 보도와 소셜미디어의 콘텐츠를 조사한 후에 파이널 프로젝트로 최근의 시위 사건을 대상으로 시위 참가자와 지역민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을 인터뷰하고 그에 대한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보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제시한 수업의 목표는 첫째, 학생들이 지역의 현안과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정치적인 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 둘째, 학생들이 자신의 기존 지식과 이해력을 이용하여 증거를 탐구하고 조사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위해 다음과 같이 8단계로 구성된 수업활동을 진행했다.
[그림1] 타워스 스쿨 식스폼 센터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시민성 수업 전개도
1. 생각 펼치기
지도교사는 이 수업의 첫 단계로 시위에 관한 언론 보도와 SNS를 넘나드는 콘텐츠에 대해 조사하고 비판적으로 읽는 활동을 계획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시위에 대한 배경지식을 숙지하지 못했고 언론 보도를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도 서툴렀기 때문에 먼저 학생들의 생각 주머니를 여는 활동부터 시작했다. 학생들에게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데 초점을 둔 질문지를 제시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국 언론들의 젊은 층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언론이 왜 그런 보도를 계속하고 있는지’, ‘젊은 층과 자주 접촉할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이 보도를 보고 어떻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2. 언론 속 사람들의 이미지 파악하기
첫 번째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젊은 층들을 대상으로 한 언론의 다양한 보도를 학생들에게 보여준 후에 비판적 사고를 위한 질문들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토론을 독려했다. 주요 질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 신문의 헤드라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니?
- 그 헤드라인을 읽고 너는 어떤 느낌이 들었니?
- 너는 언론이 묘사하고 있는 젊은 층 이미지에 동의하니?
- 이 헤드라인에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니?
- 젊은이들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는 사람들이 이 헤드라인을 읽으면 어떤 반응을 보이고 또 어떤 영향을 받을까?
- 이런 형태의 헤드라인이 지속적으로 보도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3. 뉴스에서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세 번째 단계에서는 2명씩 짝을 이뤄 모둠을 만들고 각 모둠에게 젊은 층을 묘사하는 신문기사를 나누어 주었다. 이때 하나의 신문만 보면 시각이 고정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지역 신문과 전국 일간지를 고루 제공하는 것도 고려했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에게 사실과 의견을 각기 다른 색깔의 색연필로 표시하게 하고 그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확인한 후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의견 제시와 토론을 실시했다.
- 이 기사에 대해 전체적으로 어떤 느낌을 받았니?
- 젊은 층에 대한 의견이 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은지?
- 이 기사가 젊은 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니, 아니면 그 반대일 것 같니?
4.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나 기관·단체’ 식별하기
학생들에게 그 신문기사로 인해 영향받을 사람이나 기관·단체를 열거하고 그에 대한 거미 다이어그램을 만들게 했다. 이 때 작성 순서는 자신들이 신뢰하는 정도에 따라 내림차순으로 작성하게 한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이 만든 다이어그램을 바탕으로 그에 대해 설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참고로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 그 사람이나 기관을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이니?
- 그 사람이나 기관이 사실보다는 의견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이니?
- 그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니?
5. 사례 탐구 : ‘다마스쿠스 게이 걸’에서 정보원의 출처 확인하기
2011년 시리아 내전 당시 아미나 압둘라 아라프라는 한 블로거의 글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아미나는 시리아 내전이 한창이던 2011년 당시 ‘다마스쿠스의 게이 걸(Gay Girl in Damascus)’이란 필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격정적인 글로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다. 블로그 필명처럼 레즈비언에 페미니스트로 알려진 그는 “우리의 혁명은 결국 승리할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얻을 것이고, 결국 민주 시리아가 탄생할 것이다” 등의 글을 올리면서 반정부 시위를 독려해 왔으나 갑자기 실종되면서 많은 서방 언론의 이목을 끌었다. 이 와중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보수적인 국가에서 갑자기 나타난 반란 영웅”으로 추켜세우기도 했으며 시리아 정부세력에 의해 납치를 당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아랍권의 활동가들은 그를 위한 구명운동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처럼 아미나의 실종은 세계인의 관심을 증폭시켰으나 머지않아 그가 여성도 레즈비언도 아니며 심지어 시리아인도 아닌 톰 맥매스터(Tom MacMaster)라는 턱수염이 수북한 45세의 미국인 남성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전 세계 언론과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거짓말에 완전히 속아 넘어간 셈이었다.
이번 수업에서는 정보 출처의 정확성과 정보원의 신뢰성을 학습하기 위해 아미나의 블로그 글을 사례로 제시했다. 학생들은 그 글을 읽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기회를 가졌다.
- 아미나의 블로그 글이 왜 그렇게 그럴듯하게 보이니?
- 블로그 글 속에서 아미나가 진짜가 아니라는 어떤 단서가 있니?
- 블로그 글로 봤을 때 아미나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 아미나에게는 다른 젊은 사람들과 구분되는 것이 있니?
- 블로그에 이런 글을 올리게 된 동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 시리아 정부는 아미나에게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또한 수업에서는 아미나를 소재로 한 영화 ‘아미나 프로필’이란 영화를 보여주고 심화 토론을 이끌었다. ‘아미나 프로필’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캐나다 ‘핫독스(Hot Docs)’에서 영화 부문 특별심사위원회상을 수상했다.
6. 신화 해체하기
이제 이 수업의 주 테마인 이민 문제로 돌아온다. 학생들에게 다시 이민 문제와 관련된 3~4 개의 헤드라인을 보여주었다. 학생들에게 헤드라인과 관련 기사가 사실인지 의견인지 확인해 보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뉴스기사를 평가하는 몇 가지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 주었다.
7. 팩트체크를 위한 10가지 팁 만들기
학생들에게 모둠별로 뉴스에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정보원의 신뢰도를 파악할 수 있는 10가지 팁을 만들어보도록 했다. 그리고 그것을 지도교사가 만든 10가지 팁과 비교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8. 시위 관련 단편 다큐멘터리 제작 및 발표회
이 수업의 계획서에는 시위와 관련된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발표하는 단계가 예정되어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과정에서 파이널 프로젝트로 수행하는 ‘결과물 제작과 발표’는 필자의 저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3) 를 참조하기 바란다.
1) National Literacy Trust (2018).
《Citizenship Case study and Lesson Plan- Developing whole-school critical literacy practices: advice for secondary teachers》.
2) 김성수·신두철·유평준·정하윤 (2015). 《학교 내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방안》. 교육부
3) 황치성 (2018).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디지털 세상에서 자기주도적 삶과 학습을 위한 지침서》.
교육과학사. 173~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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