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25. 09:16ㆍ수업 현장
학교 수업 위해 유튜버로 변신하는 교사들
누구나 1인 미디어가 될 수 있고,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유튜버’라는 유튜브 전성시대.
교사들도 유튜버 대열에 합류했다. 교사들이 유튜버로 변신하는 까닭은 유튜브의 교육적 활용 가치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개인 시간을 쪼개가며 동영상을 제작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사 크리에이터’를 소개한다.
글 신민철 (대구하빈초 교사)
유튜브가 우리 사회에 들어온 지는 불과 14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유튜브는 일반 지상파 방송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지상파방송이 불과 14년의 역사를 가진 유튜브에 빠른 추격을 당하고 있는 현실, 그만큼 유튜브를 선두로 한 미디어는 누구보다 빠르고 강력하게 우리의 삶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파워는 정보 전달력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바로 가장 강력한 힘 중 하나는 세대를 초월하는 ‘접근성’에 있습니다. 즉 유튜브는 갓 태어난 아기부터 백발의 노인까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매체가 된 것입니다. ‘브로드캐스트 유어셀프(Broadcast Yourself)’라는 말처럼 이제 우리는 유튜브에 우리를 나타내고 표현하며, 또 다른 사람들의 영상을 살펴보고 배우며 소통하고 교류하고 있습니다. 이제 유튜브는 하나의 단순한 어플리케이션을 넘어 우리의 삶 속에 깊이 자리 잡게 됐습니다.
유튜브, 교실 속으로
디지털 미디어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교육 현장에서도 유튜브를 선두로 하여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들이 교실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디지털 미디어는 교육 현장에 항상 함께 있었습니다. 영상 자료들은 동기 유발, 교수학습 자료 등 다양한 형태로 교육 현장에서 사용돼 왔고, 선생님들도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영상 자료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날의 영상 매체 활용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 ‘크리에이팅’입니다.
예전에는 기존의 자료들을 사용하는 데 집중됐다면 지금은 기존 자료의 활용을 넘어 직접 영상을 만드는 ‘크리에이팅’으로 그 영역이 확장됐습니다. 기존의 영상 제작이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개념을 ‘유튜브’가 바꿔놓으면서 이제 영상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팅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수 사람만의 것이 아닌, 많은 사람이 도전해볼 수 있는 대상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춰 다양한 편집 툴이 등장했고 이것을 사용하는 방법 역시도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제는 누구나 크리에이팅에 대한 지식을 배워서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쉽고 간편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조건들이 갖추어지게 됐습니다. 이러한 크리에이팅 문화의 확산은 사람들을 미디어의 소비자 즉 ‘컨슈머’에서 생산자이면서도 소비자이기도 한 ‘프로슈머’로 바꿔놓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미디어 생산자이자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미디어 게시의 문턱도 매우 낮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자신이 만든 미디어를 자신이 원할 때 언제나 게시하고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누구나 언제든지 미디어를 생산하고 향유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 형성됐습니다.
최근 학교 현장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학생과 교사 ‘크리에이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사인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아이들과 유튜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실제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한 번쯤은 만들어 운영해본 경험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슬라임이나 장난감들을 가지고 놀며 그것을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등 자신만의 미디어 세상을 구축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들을 반영하고 개선시켜 나가면서 누구보다도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이미 훌륭한 미디어 크리에이터이자 지식의 구성자로 성장하는 중입니다.
교사의 경우에도 많은 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데, 바로 교사 크리에이터 즉 ‘쌤튜버’가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유튜브 같은 미디어를 교수학습용으로 사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직접 아이들을 위한 영상 자료를 만들고 자신이 만든 자료를 활용하기 시작함으로써 디지털 미디어를 200% 활용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유튜브를 활용하면서 올해 초 유튜버 교사들의 겸직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교육부에서는 오히려 유튜브의 교육적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교사들이 교육 유튜버 활동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개정된 복무지침을 내놓으며 유튜브의 교육적 활용을 장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유튜브는 이제 교실 속으로 당당하게 들어오며 교육 현장에서 그 진가를 인정받은 디지털 미디어로서 향상된 위상을 대표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교사들
현재 유튜브 본사에서 가장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은 바로 ‘러닝(Learning)’ 즉 배움입니다. 여기서 배움에 관한 콘텐츠는 학습적인 부분에 국한되지 않고 ‘무언가를 배우고 나눈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무엇을 배운다’라는 것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유튜브 러닝랩을 비롯해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중 대한민국 유튜브 팀에만 있는 러닝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유선생 아카데미’입니다.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공교육의 질이 높고 또 교사의 역량이 우수할 뿐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유선생 아카데미’는 구글 코리아와 ‘구글 에듀케이터 그룹 사우스 코리아(Google Educator Group South Korea)’가 손 잡고 교사 크리에이터/큐레이터들이 교육을 위해 유튜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유선생 아카데미 소속의 선생님들은 각자의 콘텐츠에 맞는 교육 채널을 구성하고 운영해나가며 유튜브 영상을 교육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자리에 모여 ‘유튜브의 교육적 활용’이라는 주제로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나가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문적인 영상 제작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크리에이팅 역량을 키우기도 하고, 강의를 열어 많은 분들과 경험을 나누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교사 크리에이터, 즉 쌤튜버들은 각기 다른 방법과 주제로 학생들을 위한 교수학습 자료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주로 업무시간 외 개인 시간을 투자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맞추어 영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스마트한 교단 일기’를 주제로 학교 수업에 초점을 맞춰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학생들의 활동 장면을 촬영한 뒤 일과 후에 개인 시간을 내어 편집도 하고 유튜브에 업로드도 합니다. 사실 하나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영상을 완성해 아이들과 공유했을 때 아이들이 유튜브에 나온 자신의 모습에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나도 좋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많은 쌤튜버들은 각기 자신만의 이유를 찾아나가며 학생들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세상의 교육
유튜브가 우리의 교육 환경에 들어온 상황들을 살펴보며 저는 미국 칸아카데미(Khan Academy)의 모토인 “모든 사람이 학생이자 선생님(Everyone is a Learner, Everyone is a teacher)”라는 문구가 떠올랐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는 누구든지 학습자가 될 수 있고 또 누구든지 교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처럼 교사와 학생의 구분이 뚜렷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나이와 학력에 무관하게 자신의 전문 분야에 따라 누구든지 가르침을 줄 수도, 가르침을 받을 수도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디지털 미디어 세상을 만들어갈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의견을 표명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구나 자신만의 콘텐츠로 힘을 모을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힘을 보태어줄 수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민주주의의 사회가 디지털 미디어 세상에서도 똑같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사회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이 직접 자신들의 미디어 문화를 만들어갈 정도로 각 개인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습니다. 우리가 어떤 문화를 만들어갈지에 대한 시각에 따라 이 디지털 미디어 세상은 즉각적인 반응으로 새로운 모습의 사회를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즉 우리가 어떤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가는지에 따라 긍정적으로 흘러갈 수도,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미디어 리터러시 그리고 디지털 리터러시를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학생들도 이제 디지털 미디어 세상의 한 주역으로서 활동할 힘을 가지게 됐고 또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디지털 미디어 사회를 실제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도 이제는 리터러시의 개념을 전달하는 지식 전달자에서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 변경이 필요합니다. 바로 학생들에게 디지털 미디어 사회의 시민의식과 주체의식을 심어주어 스스로 행동하고 실천하는 능동적인 시민으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미디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학생을 인정하고 우리가 만들어갈 더 나은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여 교사와 학생이 함께 노력할 때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디지털 미디어 세상은 점차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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