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선생님, ‘SKY 캐슬’은 수업 교재

2019. 11. 27. 14:26수업 현장

 

서울 창천중 미디어 리터러시 동아리 활동

 

‘미디어리터러시’ 동아리 활동 시간에 동영상 제작에 열중하고 있는 창천중 학생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허위정보 문제가 심각해지며 미디어 리터러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불어 어린 학생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전문가와 수업이 절실하다.

지역도서관과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가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소개한다.

 

 황치성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

 

 


 

 

미디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읽고 만들며 참여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역량으로, 그리고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최적의 도구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새겨들을 만한 말이지만, 일상의 삶에서 보고 듣고 공유하는 것이 대부분 미디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오늘날의 현실에서는 공감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 미디어 메시지는 누군가특정의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디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읽고 만들며 참여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역량으로, 그리고 가짜 뉴스를 판별하는 최적의 도구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미디어 리터러시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학교 현장에서 이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 교육과정과 연계하거나 수업 자원을 확보하는 데도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나아가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 자체도 낯설고 비판적 사고를 적용한 핵심원리도 재미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감칠맛 나게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해 왔다. 그러던 차에 마포중앙도서관의 주선으로 창천중학교 미디어 리터러시 동아리 활동을 코칭하는 역할이 나에게 맡겨졌다. 코칭을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동아리의 연간 일정에 맞춰 차시당 2시간씩 총 8차시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의 기본 목적은 미디어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비판적 사고)을 익히는 것이지만 수업 방법은 토론과 피드백을 통해 상호 공감대를 넓히고 스스로 활동을 수행하도록 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수업 내용을 간단히 소개한다.

 

 


 

 

BTS는 짱이더라

 

1차시에는 이 프로그램 전반에 관한 오리엔테이션을 가졌다. 일상의 생활에서 미디어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미디어와 우리 삶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서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 먼저 동기 부여 차원에서 학생들이 잘 알고 있는 BTS 관련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20189월 유엔에서 BTS가 한 연설과 노래 러브마이셀프(Love Myself)’를 들려주고 “BTS가 이 두 가지 메시지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몇 가지 팁을 줬더니 다양한 답들이 쏟아져 나왔다. BTS가 던진 메시지는 미디어에 의해 규정된 잘못된 기준이나 가치관으로 인해 속박 받고 있는 삶과 그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 이어서 허위 정보로 인해 갈등이 증폭된 예멘 난민 신청 허가 폐지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이 수업의 핵심 요지는 미디어는 우리에게 삶의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지만 미디어 메시지는 나름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하고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기 위해 인기 연예인을 활용해 접근하는 것도 좋은 수업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UNICEF>

 

 

‘9살 아니면 10살 때쯤 내 심장은 멈췄지.’

돌아보면 아마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면서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더 이상 밤하늘의 별을 올려보지 않았고, 소년의 꿈도 멈추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든 틀에 저를 구겨 넣으려고 했습니다.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심장은 멈추었고, 눈은 닫혀버렸습니다. - BTS의 유엔 연설문 중에서

 

 

2차시와 3차시는 그렇다면 어떤 기준을 가지고 따져봐야 하는가를 다루었다.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원리를 이루는 비판적 사고의 체계적인 방법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원리를 다음과 같이 5개의 핵심질문으로 바꾸고 이를 더 세분화한 질문 카드를 만들어 서로의 생각들을 주고받았다(핵심질문별 세부질문의 내용과 생각거리들은 웹진 <미디어리터러시>에서 연재한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시리즈 1~5를 참고하면 된다.

 

질문1. 누가 이 메시지를 만들었는가?(저자)

질문2. 이 메시지는 나의 주목을 끌기 위해 어떤 창의적 기법을 사용했는가?(포맷)

질문3. 사람들이 메시지를 어떻게 달리 이해하는가?(오디언스)

질문4. 이 메시지에는 어떤 가치, 라이프스타일, 관점들이 반영되어 있는가? 또는 생략되어 있는가?(콘텐츠)

질문5. 이 메시지는 왜 보내졌는가?(목적)

 

 


 

 

‘예멘 난민 신청 허가 폐지’ 등의 문제를 다루면서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넓혔다.
이 수업의 핵심 요지는 미디어 나름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 속 숨은 그림 찾기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원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의 실생활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질문과 상호 피드백을 이어갔다. 예를 들면 뉴스 미디어와 SNS를 포함하여 미디어 메시지에 나타난 오류와 편견들,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광고 메시지들, 드라마 ‘SKY 캐슬에 나타난 편견, 그리고 가짜 뉴스들이다.

 

<1> 창천중 미디어 리터러시 동아리 활동 내용과 일정

 

 


 

 

유튜브 동영상 제작도

 

4차시에는 2, 3차시 수업에서 배운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원리가 미디어 메시지를 분석할 때뿐만 아니라 내가 미디어 메시지를 만들 때도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원리와 함께 미디어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특성에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또한 최근 들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유튜브의 특성과 메커니즘을 소개하고 소위 잘나가는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의 특성을 조사하고 발표하게 했다. 수업이 끝날 때쯤에는 다음 시간에 진행될 영상 제작과 유튜브 영상 올리기를 위해 학생들 모두에게 유튜브 계정을 만들도록 했다.

 

8월 말에 진행한 5차시 수업은 동영상 제작방법을 익히는 시간이었다. 스스로 만지고 자르고 편집하는 것이 재미있던지 이전의 수업 시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다.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유튜브에 시험 동영상을 올려보지는 못했지만 다들 뿌듯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업이 끝날 때쯤 우리 반 분위기 메이커인 인혁이 학생이 뜬금없이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요, 요즘은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생각하면서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라는 말을 건넸다. 빈말인 줄 알면서도 흐뭇함이 배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 앞으로 남은 세 번의 만남에는 12월에 있을 동아리 창천제에 출품할 작품을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수업 시간에는 유튜브의 특성과 매커니즘을 배우고 ‘유튜브 인플루언서’의 특성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진 출처: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