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0. 17:06ㆍ수업 현장
‘대학언론 저널리즘·미디어리터러시 워크숍’ 참가기
대학언론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과거에는 학내 소식에 관한 가장 빠르고 믿을 만한 매체가 대학방송, 대학신문(학보)이었지만
최근에는 학생 수용자들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더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대학생 언론인’들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대학언론 저널리즘·미디어리터러시 워크숍’을 개최했다.
글 박은지 (연세대 교육방송국YBS 보도부장)
이번 ‘미디어 리터러시 워크숍’은 사실과 거짓 정보를
구별하는 것에 관한 청사진을 알려줬다.
더 나아가 리터러시 개념과 이론에만 국한하지 않고
실습과 체험 등으로 채워진 실무 경험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끔 해줬다.
학내 언론이 위기란 말은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필자가 속한 대학 방송국은 이를 타개할 만한 기발한 방안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단순히 ‘임기를 끝내고 말아야지’, 싶었던 필자에게 ‘보도부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지며, 흘려 생각하던 학내 언론의 문제는 이제 실질적인 고민으로 떠올랐다.
어쩌다 학생들의 신뢰를 잃었을까
처음 눈을 돌렸던 것은 ‘유튜브’였다. 많이 읽히는 영상 뉴스를 제작하기 위해서 유튜브 시장을 공략해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영상 뉴스가 구독자 층을 포섭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었다. 학내 사안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의 기저에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임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내 사안에 그냥 ‘무관심’한 것은 2차적 원인이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 생긴 불신으로, 학내 언론마저 신뢰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우리는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생각해냈다. 우리 방송국이 다루는 영상 뉴스를 ‘팩트체크’하며 학생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언론 보도에 신뢰감을 잃은 학생들의 시선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팩트체크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에 서울방송협의회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워크숍’에 대한 정보를 받게 됐다. 남은 한 학기 임기 동안 제대로 팩트체크가 된 기사를 전달하고 싶었다. 언론이 대학 내 중요 위치로 다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로써 학내 언론이 겪고 있는 ‘수요 부족’과 ‘불신’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했다. 무엇보다 워크숍을 통해 ‘팩트체크’와 ‘뉴스 리터러시’에 관한 체계적인 틀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참여하게 됐다.
이번 워크숍은 총 9강과 조별 토의로 이루어졌으며, 강의는 주로 저널리즘 원칙, 저널리즘 글쓰기, 미디어 리터러시 개론, 뉴스 비평 등 저널리즘과 미디어 리터러시 전반을 다루었다. [사진1] 그중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저널리즘’
첫째 날의 첫 수업을 연 이재경 이화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대학보사의 신문 배포부수가 1년 사이에 5,000장 가까이 줄었다는 말과 함께 강의를 시작했다. ‘이대학보’의 경우 인원 부족과 수요 부족으로 발간부수를 대폭 줄이고 있으며 현 상황 극복을 위한 변화로 ‘전략 기사’를 택했다고 이 교수는 밝혔다. 취업, 유학, 이색 수업, 인턴 경험 등 실제 체험이 녹아든 전략 기사를 제공해 학생들이 기사에서 학교생활의 실질적인 정보를 얻게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독자 패널단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학보사 참여 유도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경 교수는 또한, 학보사의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대학신문 간 기사 공유 시스템과 기자 대상 교육 서비스 지원, 저널리즘 교육과의 유기적 연계를 제시했다.
강의를 들으며 현재 우리 학교 학보사가 처한 현실이 떠올랐다. 학보사의 위기는 비단 이화여대만이 겪고 있는 현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대학신문 간 기사를 공유하고 더 체계적인 기자 양성 과정 및 독자 확대 방안으로 서로 상생하며 발전을 추구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학보사는 신문이라는 종이 매체를 통해 배포하는 것과 달리 교내 방송국은 영상에 주력하기에 영상 아이템의 다양화를 고심하게 된 기회가 됐다.
‘조별 토의: 각 학교별 대학언론 운영 현황 공유’
같은 조에 속한 성균관대 방송국 아나운서, 서울시립대 방송국 국장과 함께 각 학교별 방송국 운영 현황을 공유했다. 모두들 활동 국원의 수가 부족해 1인당 업무가 과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각 방송국마다 업무 과중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규 방송의 개수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무리하게 마감 기간에 맞추는 기사를 양산해내지 않기 위한 방향은 공통적이었다. 즉, 기사 수를 유동적으로 조절하고, 기사 품질을 위해 마감에 구애받지 않도록 하고, 더 풍부한 취재에 초점을 둔 기사를 제작한다고 밝혔다. 각 학교 방송국 별로 시청 층 다양화를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을 공유했는데, 필자 소속 방송국에서는 수험생 공략을 목표로 삼고, 대입 및 입학 시기에 신입생 OT 방송제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 리터러시와 영상 뉴스 제작 실습’
워크숍의 둘째 날은 김현 EBS PD의 영상 뉴스 제작 실습으로 시작됐다. 김현 PD는 최근 가장 많이 이용되는 모바일 어플이 유튜브란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며, ‘모바일’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강의를 통해 모바일에서 인기를 끄는 뉴스 아이템에는 감동적 사연, 공감, 화제의 인물, 현장 취재 등이 있음을 알게 됐다. ‘엠빅 뉴스’, ‘썰리’ 등 모바일로 유통되는 뉴스들이 시사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요소로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특징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영상 콘텐츠 제작 순서, 모바일 동영상 편집 어플리케이션인 VLLO의 편집 방법도 배웠다. 4명으로 구성된 필자가 속한 팀은 김 PD가 제시한 포맷 중 무엇을 선택할지 논의한 뒤 패널 토론 형식의 영상을 기획했다. 또한, VLLO로 영상물을 편집하고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강의를 들으며 1인 미디어로의 변화, 유튜브 시대에 모바일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상기하게 됐다.
‘뉴스 제대로 보기: 저널리즘 토크쇼J 제작기’
워크숍 마지막 날, KBS 디지털뉴스부 김양순 팀장은 <저널리즘 토크쇼J> 제작 경험을 들려주며 뉴스를 제대로 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모든 신문은 정파적이기에 정파성을 비난할 순 없지만, 그 근거가 왜곡 과장된 것이라면 비난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뉴스 신뢰도가 꼴찌를 기록1)하고, 국민들은 항상 언론 개혁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 개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김양순 팀장은 저널리즘 개혁은 자사 비평에서부터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한국 언론의 왜곡 보도를 자사부터 시작해 타사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루며 뼈를 찌르는 비평을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시의성, 관행, 팩트체크, 자사 비판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아이템 선정을 한다고 말하며, 각 과정에 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저널리즘의 원리 원칙을 적용하며 지나치게 교과서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원칙의 창을 제공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만족감 컸던 ‘실습·체험’ 위주 교육
“선동은 한 문장으로도 가능하지만 그것을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2) 라는 말이 있다. 거짓을 생성하는 것은 근거가 없이도 가능하지만, 진실을 위해선 수많은 팩트체크가 선행돼야 함을 일깨워준 문장이었다. 현대인들은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수천 개의 정보에 다가갈 수 있는 시대에서 살아간다. 정보기술은 나날이 발전하지만, 시민의식이 그에 뒤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커다란 간극을 메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시대에서 올바른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말은 단지 이론에만 매몰되기 쉽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뉴스 리터러시’가 중요함을 주창하며 이론을 실천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방식은 일반 시민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아니다.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팩트체크 방법, 그 과정과 쓰임새를 알려주고 이를 적용토록 하는 것이야말로 시민들에게 필요한 학습이기 때문이다. 이번 ‘미디어 리터러시 워크숍’은 사실과 거짓 정보를 구별하는 것에 관한 청사진을 알려줬다. 더 나아가 리터러시의 개념과 이론에만 국한하지 않고 실습과 체험 등으로 채워진 실무 경험은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끔 해줬다. 이를 통해 실제 필자가 속한 방송국에서 팩트체크에 기반 한 시사 프로그램을 어떻게 기획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인터넷에 산재하는 가짜 뉴스뿐만 아니라 필자가 기사를 작성할 때에도 비판적인 자기검열을 거쳐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1) 편집자 주: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 조사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19》 에 따르면 한국인들 의 뉴스 신뢰도는 22%로 조사 대상 38개국 중 38위였으며, 해당 조사에서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
2) 편집자 주: 독일 나치 정권의 요제프 괴벨스 선전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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