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2. 27. 16:07ㆍ수업 현장
학생들의 눈으로 본 ‘제1회 청소년 체커톤’
지난 10월 5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은 tbs교통방송과 공동으로 서울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제1회 청소년 체커톤’이라는 이색적인 이름의 행사를 주최했다. 해커톤, 메이커톤, 아이디어톤 등 특정 장소에 모여 팀 활동을 통해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도출하는 대회를 OO톤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체커톤 역시 팀 단위로 팩트체크 하는 대회를 뜻한다. ‘제1회 청소년 체커톤’의 흥미로웠던 현장을 소개한다.
글 김경래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과장)
‘다음에도 대회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86%(94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체커톤이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78%(85명)의 학생이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팩트체크는 일상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부터 학문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주장을 따져보는 것까지 그 수준이 다양합니다. 전문가의 장기 연구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요. 그러나 온종일 접하는 무수한 정보 콘텐츠들은 끊임없이 판단을 요구하기에 팩트체크가 언론만의 과제는 아닌 상황이 됐지요. 이에 청소년 체커톤은 학생들이 엇갈리는 주장과 정보들에 대해 성급히 결론 내리기보다는 직접 팩트체크의 과정을 체험하며 정보의 소비 활용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습니다.
‘대회 만족도’ 80%
이는 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하는 미디어교육 교사학습공동체 ‘미디어교육 체커톤 운영위원회’ 팀에서 제안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된 것이지요. 사실 재단은 공공기관으로 학교 현장과 학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업무를 진행할 때 절차를 중히 여기다 보니 교사들의 생생한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데 제약이 따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미디어교육 체커톤 운영위원회’ 팀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런 대회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그간 체커톤은 여러 경로를 통해 소개되어 이목을 끌었습니다. 기획과 운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주감초 이성철 교사가 파일럿 행사로 진행한 교내 체커톤에 관해 《미디어리터러시》 2019년 여름호에서 알렸고요.1) 함께 체커톤을 준비한 백양중 최연주 교사는 《신문과방송》 2019년 11월호에서 이번 대회에 대해 자세히 썼습니다.2) 미디어오늘에도 대회 전반을 다룬 긴 분량의 기사가 실렸습니다.3) 그러다 보니 많은 교사와 관계부처에서도 행사 취지에 공감하고 호응해주셨지요.
그럼 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어땠을까요? 더 나은 대회를 위해서 몇 가지 질문으로 설문을 해보았습니다. 참가한 116명의 학생 중 109명이 답해주었는데요. 우선 ‘다음에도 대회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86%(94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대회가 만족스러웠나’는 질문에도 80%(88명)의 학생이 긍정적인 답변을 선택했고요. ‘체커톤이 허위정보를 판별하는 데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는 78%(85명)의 학생이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습니다. 중립 의견을 제외한 결과이니 대회의 취지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학생들은 팩트체크 할 때 어디서 가장 큰 도움을 받았을까요? 당일 대회에서는 노트북, 도서 및 신문(사서교사 안내), 관련 분야 전문가, 튜터(보조교사)를 제공해 팩트체크에 필요한 다양한 절차를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복수 답변을 포함해 총 40%(44명)가 “노트북 등의 기기 활용”을 꼽았습니다. 다음으로 21%(23명)가 “튜터로부터 도움”을 얻었다고 했고요. 그다음으로 10%(11명)는 “상호 토론과 협력”이라고 답했습니다. “전문가 자문”과 “도서 및 신문”을 꼽은 학생은 각각 9%(10명)와 5%(5명)였습니다.
미디어 환경을 감안할 때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첫 번째로 꼽은 것은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다음으로 많았던 답변인 튜터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교사, 미디어교육 강사,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튜터로 활동했는데요. 각 팀에 1명씩 총 29명의 튜터가 학생들의 팩트체크 활동을 도왔습니다. 튜터에 대한 호감을 표하는 주관식 답변이 많은 걸 보면 관계 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개선 과제들
이번 체커톤 과제(게임 질병화 논란, 후쿠시마 방사능 안정성 문제, 지구온난화 이슈)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60%(55명)의 학생이 “해볼 만하다”고 응답한 반면, 9%(10명)의 학생이 “어렵다”고 답해줬습니다. 당일 전문가로 참여한 이헌선 전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과제를 개발할 때 교과과정 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가령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와 관련해 세슘은 중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주기도 했지요. 또 강양구 뉴스톱 팩트체커는 “정답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그것을 직접 경험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평했습니다.
조사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팩트체크 과제를 선정해보고 싶다는 의견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체커톤에서 참가자들이 무엇을 하는지 안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고요. 많은 관심과 호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될 부분이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체커톤은 재단이 미디어교육의 대상인 학생과 직접 만나는 소중한 기회였는데요. 참여와 학생 중심 활동을 지향하는 행사인 만큼 모두 귀담아듣고자 합니다. 참가 학생 두 분의 소감을 들려드리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진짜와 거짓 기사 구별법’ 배워
조서현(백현중 1학년)
체커톤 대회를 처음 접했을 때, 팩트체크와 마라톤의 결합된 이름이 색다르면서 생소했다. 우리 팀은 카르페디엠(CARPE DIEM)이라는 팀명으로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의미를 부여했는데 팀원들에게 희망적인 출발이 된 것 같았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한 정보검색과 토론이 흥미로웠다. 대회장에서 만난 튜터 선생님과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고,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과정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인터넷과 전문가들을 통해 더 확실한 기준점을 세울 수 있었고 다양하게 구비된 자료들로 객관적인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팀 친구들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며 정보를 분석하고, 토론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찾아가는 활동은 사실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또한 카드뉴스나 포스터를 만들어 결과를 정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첫 번째 대회여서 진행 과정이 다소 미숙해 아쉬움이 남고 주제는 당일 제시되는 편이 더 공정할 것 같다고 생각된다.
이번 체커톤을 통해 넘쳐나는 기사들 중 어떤 것이 사실인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됐다. 최우수상이란 좋은 결과도 기쁘지만 뉴스를 대할 때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로 팩트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습관을 갖게 된 점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신문기사, 공공기관 자료 찾으며 정보 판별
심준보(청림중 1학년)
제1회 청소년 체커톤은 독서토론을 진행해주시는 선생님의 권유로 준비하게 됐습니다. 첫 대회라서 그런지 관련 정보가 많이 없어 준비가 다소 미숙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참가해서는 먼저 jtbc 김필규 아나운서의 강의를 통해 팩트체크에 대해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체커톤이 무엇인지도 몰라 앞이 막막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배웠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팀은 후쿠시마 방사능 관련 주제로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발표판에 담을 팩트체크 주제를 4명이 1개씩 나누어 조사했습니다. 신문기사를 찾아보거나 공공기관 및 단체에서 발표한 조사 자료 혹은 논문을 찾아보며 해당 분야에 대한 정보를 보충하고 참고했습니다. 좀 더 풍성한 조사를 위해서 전문가 인터뷰를 하러 갔고 도움을 주셔서 어렵지 않게 자료 조사와 글 작성까지 끝마쳤습니다. 그 후 조별로 만든 작품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발표자인 제가 보다 자세히 알려드리는 역할을 수행하려 했으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다른 조의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떤 타이밍에 안내를 시작해야 할지, 도중에 가버리면 어떻게 대처할지 등을 생각하지 못해 처음에는 계속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방식을 이해하고 저만의 방법으로 보충설명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은 저를 비롯해 같이 참가한 조원 친구들 모두에게 뜻깊은 경험과 추억이 됐습니다.
이날을 상기하면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았고 아쉬웠던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팩트체크 후 글을 작성할 때에 기사와 논문의 출처를 확실하게 밝혀야 했으나 그 부분에서는 급했던 나머지 제대로 쓰지 못한 부분이 아쉽습니다. 또한 발표 시간에 주변의 눈치를 보며 초반에 쭈뼛쭈뼛했던 게 조금은 부끄럽고 아쉽습니다. 초반에 많은 분들이 지나갔지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대회에 참가해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서 좋았고 더불어 상을 받아서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또한 서로의 역할을 분배하고 수행한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첫 대회였던 만큼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2)http://www.kpf.or.kr/synap/skin/doc.html?fn=ALLF_201911050919474230.pdf&rs=/synap/result/newspaper/
3)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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