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 10. 17:09ㆍ포럼
‘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 취재기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은 지난 11월, 대학 언론인을 대상으로
‘대학언론 저널리즘·미디어리터러시 워크숍’을 개최했다. 1)
본 취재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과 공동 개최한
‘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11.28.~11.29.) 현장을 대학언론 워크숍을 수료한 참가자들이
취재하여 작성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허위정보, 팩트체크, 미디어 리터러시”
세션은 언론 기관과 언론인이 말하는 이슈 그리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관점과 현장을 공유했다.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를 무조건 수용해 온 시청자 또는
독자의 입장에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1일차: 미디어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만나다
글 장두원(연세대 국어국문과/교육학과 졸업예정)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가 후원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청자미디어재단,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등 7개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가 11월 28~29일 양일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의 국내외 동향과 주요 이슈를 짚어보고 교육 현장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개최됐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를 주제로 미디어교육 전문가 및 교사, 강사, 대학교수들이 함께 열띤 토론과 생각을 펼쳐나갔다.
모두를 위한, 모두에 의한
1일차 행사는 기조 강연, ‘세션1: 모두를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 ‘세션2: 모두에 의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 그리고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 및 우수사례 발표’의 순서로 진행됐다. 행사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유 부총리는 “이번 국제 행사 심포지엄은 흩어져 있던 (미디어 교육 관련) 공공기관들이 작년 행사에 이어 칸막이를 허물고 적극적으로 함께 동참한 의미 있는 논의의 장으로, 관과 관, 관과 민이 협력한 점이 뜻깊다”며 이번 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은혜 장관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18년 5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미디어교육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내용의 ‘미디어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며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계속 보여 왔다.
기조강연은 줄리안 세프톤-그린 호주 디킨대 교수의 “개인적 차원에서 사회적 차원으로: 일상적, ‘대인관계’ 차원의 디지털 리터러시에서 벗어나 심도 있는 사회적 이해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이라는 주제였다. 개인적 차원에서 다뤄져 온 디지털 리터러시와 일상적 전략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사회적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고, 디지털 시대의 생활은 개인의 정체성, 사생활, 권리 그리고 시민과 시민사회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정립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매튜 존스 캐나다 미디어스마트(MediaSmarts) 교육국장의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디지털 리터러시까지 - 캐나다의 모델을 중심으로”, 작타르 싱 인도 펀자브대 교수의 “역동적인 정보 관여와 역량 강화를 위한 ‘e-아티스트’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모델”, 조재희 서강대 교수의 “미디어 격차와 노인 미디어 교육”, 벤자민 툴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미디어청 고문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하는 다양한 행위자들 간 시너지와 협력 창출: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크 주를 중심으로 한 사례” 등의 주제 발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미디어교육 SWOT 분석
두 번째 세션은 안정임 서울여대 교수의 “한국 미디어교육의 역사와 특징, 현황 및 정책적 시사점”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안정임 교수는 한국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의 지형을 성찰하고,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국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이 나아가야할 점에 대해 SWOT 분석으로 심도 깊은 분석을 했다. 시민사회단체, 국가 정책기관, 미디어 사업자,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 전문가, 강사들이 어떻게 대안을 모색하고 나아가야 할 지에 대해 경영 전략 수립에 사용되는 분석 도구를 활용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어진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의 “미디어교육과 시민(사회): 참여와 확대”, 이도경 KBS 시청자센터장의 “미디어교육과 공영방송 KBS의 역할”을 골자로 한 주제 발표는 미디어교육을 위해 왜 방송의 적극적인 협조와 역할이 필요한지, 또한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왜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꾸준히 논의하며 정책적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당위성을 시사해주었다.
1일차 행사의 마지막으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 우수사례 발표’ 시간이 있었다. 학교와 사회 현장에서 진행되는 미디어교육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미디어교육을 활성화 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됐다. 지난 9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부문(교육프로그램, 운영사례, 교육수기)별 우수사례 공모를 실시한 결과, 총 92점이 출품작으로 접수됐다. 최종 심사를 거쳐 ‘ON 미디어? 穩(온) 프로슈머!’ 교육을 실시한 양유리 대구북부초등학교 교사, ‘청소년 생방송 라디오 나침반’을 운영한 분당청소년수련관, ‘영상으로 기록하는 삶’ 박임자 씨가 부문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특히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영상 편집을 할 줄 몰랐던 박임자 씨는 평생교육시설과 지자체에서 하는 미디어 관련 교육을 꾸준히 이수하며 실력을 쌓았고, 자신의 인생과 삶,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인생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제작하며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감동을 안겨주었다.
세계의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관련 종사자와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각국 미디어 교육의 현황을 살펴보고 미디어교육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하여, 현재 한국의 미디어교육 현황과 차별화된 전략과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볼 수 있어서 뜻 깊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독일의 벤자민 툴 고문님, 캐나다의 메튜 존슨 국장님과 메일을 통해 콘퍼런스에서 질문하지 못했던 내용들과 궁금한 사항들을 해결하며,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의 전망과 방향성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2일차: 시민과 기자, 팩트체크의 협력 저널리즘
김상진(울산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텔레비전을 틀면 온통 진실 공방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온라인에서도 언론이 보도한 사건들을 두고 ‘사실’과 ‘거짓’이라는 갑론을박이 날로 거세다. 이에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사람들과 매체를 처벌하고 규제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지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오남용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비당파성과 투명성 원칙
‘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 2일차 일정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허위정보, 팩트체크, 미디어 리터러시” 세션은 이러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문명 고도화로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더 많아졌지만, 그것들의 진위를 가리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콘퍼런스는 언론 기관과 언론인이 말하는 미디어 이슈 그리고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관점과 현장을 공유했다. 언론이 전달하는 정보를 무조건 수용해 온 시청자 또는 독자의 입장에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
"허위정보, 팩트체크, 미디어 리터러시" 섹션은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의 팩트체크 현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SNU팩트체크센터는 27개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사건에 대해 상시적인 교차검증을 특징으로 하는 국내 유일의 팩트체크 플랫폼이다. 정은령 센터장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듀크대 리포터스 랩(Reporter’s Lab)이 조사한 팩트체크 기관의 수가 지난 2014년 44개에서, 2019년 10월 210개로 증가했다. 그만큼 팩트체크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은령 센터장은 또한 2016년 제정된 팩트체크 국제규범 ‘코드 오브 프린시플즈(Code of Principles)’를 소개하며, 정치적 견해가 아닌 증거가 결론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비당파성과 취재 과정과 자료를 완전히 공개함으로써 합리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을 만드는 투명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 밖에도 정치 공약을 지속적으로 추적, 확인하는 미국의 폴리티팩트(Politifact), 대선 후보 검증을 위한 워싱턴포스트의 팩트체커(Fact-checker), 프랑스 대선을 대비해 33개 언론사가 공동으로 허위정보를 검증하는 크로스체크(CrossCheck), 노르웨이 4개 주요 언론사의 공동투자로 설립된 팍티스크(Faktisk) 등 세계 각국의 팩트체크 기관과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은령 센터장은 저널리즘이 기존의 객관주의를 넘어서 비당파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통해 일반 미디어 이용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과정으로서 규범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영 JTBC 기자는 JTBC와 개인적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의 팩트체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먼저 JTBC가 판단하는 가짜 뉴스의 기준을 소개했다. ‘허위로 조작된 정보’, ‘정치적 이익의 목적’, ‘경제적 이익의 목적’,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거나, 전파됐거나,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것’ 등 네 가지 기준이다.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가짜 뉴스가 제도권으로 들어가면 되돌리기 어렵고 그 피해가 막심하게 된다는 것을 필연성으로 들었다.
JTBC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각각 163회, 169회, 163회 팩트체크를 실시했다. 가짜 뉴스로 밝혀온 주요 사례로는 탄핵 정국에 대한 폄하 또는 비하 사실 확인, 외부 전문가 의뢰를 통해 진행된 태블릿 조작설 공동 팩트체크, 5.18 북한군 개입설에 따른 역사 조작 사실 여부, 대선 토론과 공약 검증 등을 들었다.
오대영 기자는 팩트체크 과정에서 자료와 당사자 확인을 필수로 하고 있으며, 당사자 발언의 근거 자료와 통계까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팀은 5명의 팀원이 하나의 주제를 각자 검증하고 이후 크로스체크를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운영방식을 택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했다.
함께 하는 팩트체크 경험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증가가 오히려 가짜 뉴스를 찾아 나서게 되는 현상으로 결합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정 교수는 가짜 뉴스의 궁극적 목표는 사회 혼란이며, 정보의 신뢰가 하락하고 사실과 거짓에 대한 구분을 체념하게 되는 탈진실의 시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가짜 뉴스를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것도, 더 많은 사실을 공급해 가짜를 고발하는 것도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그 이유를 가짜 뉴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언론의 투명성과 협력 저널리즘을 소개했다. 투명성을 소개하면서는 보도 내용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언론의 성찰적 태도와 자세를 강조했다. 그리고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보도의 부족한 부분을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채워나가는 협력 저널리즘을 제안했다. 협력 저널리즘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좋은 뉴스와 안 좋은 뉴스를 걸러내는 것을 넘어, 스스로가 정보 생산의 주체가 되어 직업 저널리스트와 시민적 기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미디어 리터러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순서 ‘나도 팩트체커! 함께 하는 팩트체크’ 사례 공유 워크숍은 청소년 팩트체크 대회 ‘체커톤’ 교육 과정과 체험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최연주 백양중 교사와 이성철 주감초 교사는 올해 처음 개최된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120여 명의 아이들이 참여해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이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크게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팀별로 팩트체크 주제를 정하고 자유롭게 발표를 준비하는 동안,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여러 기회를 반복적으로 제공해 아이들의 비판적 수용 능력을 기르고, 체키라웃(Check it out) 가이드를 제시함으로써 신뢰성, 논리성, 균형성을 재점검하도록 한 것이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 소개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체커톤 콘텐츠 체험 시간도 가졌다. 주어진 주제와 자료를 가지고 팀별 토론과 조사, 발표를 통해 팩트체크를 경험했다. 워크숍에 참가한 곽희경 씨는 기사를 읽을 때 기사 내용 대부분을 사실로 받아들이는데 이를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하고, 개인보다는 여러 사람들과 토의를 통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더 가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 이재언 씨는 정보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출처를 찾고 사실을 증명하는 것에 소모되는 시간과 노력이 상당하고 그 방법 또한 한정적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1) https://dadoc.or.kr/2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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