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세상이 더 살기 힘들어요

2020. 3. 18. 15:57특집

노인층 미디어 이용 행태와 디지털 격차

 

 

스마트한 세상이 더 살기 힘들어요

 

 

미국 퓨리서치 센터가 얼마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5%

조사 대상 27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보급률뿐 아니라 활용도 또한 높아 기차표 예매부터 외국어 학습,

보험금 청구 등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일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가져온 편리한 삶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는 것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혁신이 가져온 편리함의 바깥에 물러서 있는 사람들,

노인층의 디지털 격차 문제와 문제 해결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제고 필요성을 살펴보았다.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텔레비전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노인들이 알기 쉽게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제작,

텔레비전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프로그램 제작을 독려할 만한 정책을

만들어서 방송사와 제작사에 제안해주어야 한다.

 

 


 

예전에 TV에서 노인이 되면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담은 다큐를 본 적이 있다. 흐릿한 형태, 구분되지 않은 색상 등 뿌연 세상이 펼쳐졌다. 젊은이들이 보는 세상과는 달랐다. 생활하기가 힘들고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금세 잊어버렸다. 나이가 들어 필자에게도 노안이 온 뒤에야 그 영상이 다시 떠올랐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진 않는다.

 

 

디지털 격차=사회적 불평등

 

지난해 <소셜뉴스> 수업을 진행할 때의 에피소드이다. 팀별로 기획안을 발표하는 시간에 한 학생이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다루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학생이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어느 날 기차를 타고 가는데 기차 칸과 칸 사이 임시 좌석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1호차부터 8호차까지 쭉 걸어가 보니 임시 좌석에 앉아 있거나 혹은 통로에 서있는 사람들 대다수가 할머니와 할아버지였다. 입석과 좌석의 비용 차이가 큰 것도 아닌데 왜 입석표를 구매했을까? 궁금해서 여쭤봤다. 스마트폰으로 기차표를 예매하기가 어려워 직접 기차역에 가서 기차표를 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터넷) 예매를 하기 때문에 남아 있는 좌석표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식이나 손자에게 부탁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그동안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필자는 학생의 이야기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다. 그런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인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는 거창한 민주적 시민성이나 정보 복지를 거론할 사안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 그 자체와 직결된 문제였다. 노인에게는 눈이 잘 안보여 뿌연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 스마트해진 이 세상에 적응하는 일이 돼 버렸다.

 

실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를 찾아보면, 20대에서 40대까지는 거의 대부분이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했다. 50대도 10명 중 9(92.8%)이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했다. 그러나 60대 이상에서는 10명 중 5(55.5%)만이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었다. 70대 이상으로 가면 그 수치는 현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기차표 예매, 배달 주문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서비스는 물론, 지역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신용카드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모바일 앱을 통해야만 가능한 일들이 늘어만 가고 있다. 전화로 해결하거나 직접 방문해서 해결하려면 훨씬 많은 시간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나마 전화로 해결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전화로 안 되는 서비스도 많다.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결과를 좀 더 살펴보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이용률 역시 60대 이상에서 크게 떨어짐을 발견할 수 있다. 20(96.9%), 30(96.7%), 40(93.6%)에서는 10명 중 9명 이상이, 50(86.9%)에서는 10명 중 8~9명이 메신저를 이용했다. 그러나 60대는 10명 중 5명가량(48.9%)만이 메신저를 이용했다. 또 사회 참여의 창구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SNS 이용률은 더 심각했다. 20(81.2%)30(69.1%)에서는 10명 중 7~8명이 SNS를 이용했고, 40(55.3%)50(45.0%)에서는 10명 중 4~6명이 사용하고 있는 반면, 60대 이상의 SNS 이용률은 15.3%로 뚝 떨어졌다. SNS를 이용하는 비율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크게 낮아지고, 그중에서도 60대 이상에서는 10명 중 1~2명만이 SNS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연령에 따른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디지털 격차는 유색 인종, 빈곤층, 장애인, 농촌 지역 거주자들이 커뮤니케이션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격차를 의미한다(Baran & Davis, 2015). 디지털 격차 관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경제적으로 힘들고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거나 활용하는 용도가 달라서 부유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과 지식 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나아가 사회 참여의 격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격차가 경제적 차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격차가 점점 커져서 사회적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노년기 특성 이해 필요

 

이런 디지털 격차에서 세대의 격차가 많이 논의되지 않은 이유는 과거에는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지금처럼 복잡하지 않아서 중장년과 노년기 사람들이 젊은이보다 이용하기 힘든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연구들은 주로 교육수준이나 경제적 지위 등 사회경제적 변인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최근 새로 도입되고 있는 다양한 미디어 테크놀로지는 복잡한 기능들이 보강되면서 더욱 스마트해졌지만, 사전에 알아야 하는 기술이 많아졌다. 이것이 디지털 격차에서 세대별 차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최근 전국 대상 지역별·연령별 할당 표집을 통해 수행한 연구를 보면,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세대 간 격차가 발견됐고 50대 이용자들은 10~20대 및 30~40대에 비해 미디어 리터러시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김경희·김광재·이숙정, 2019). 50대와 40대 이하의 미디어 리터러시 격차가 발견됐다는 사실은 65세 이상 노인들과 다른 세대 간의 리터러시 격차는 더 클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할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노년기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년기에 접어들면 노안뿐 아니라 청각능력도 감퇴된다. 또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시각정보와 청각정보의 양도 줄어든다(김애순, 2002). 게다가 장기간 무엇인가에 주의를 집중해서 내용을 파악하거나 일을 수행하는 능력도 떨어진다(김태현, 2007). 노인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 출연진들의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거나 드라마의 스토리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어 하는 것도 이러한 생리적 변화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보 처리가 빠르게 이루어져야 하는 채팅방에서 대화를 따라가는 일, 스마트폰과 같은 작은 화면에서 끊임없이 정보 처리를 하면서 뉴스를 이용하는 것도 노인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노인이 되면 많은 자극 가운데에서 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는 선택적 주의력도 줄어들기 때문에 사진, 광고, 기사 등이 복잡하게 편집되어 있는 스마트폰 포털 앱에서 특정 기사에 주의를 기울이는 일도 어려워진다.

 

이러한 노인들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도, 서비스 패턴도 모두 달라져야한다. 예를 들어 기차표 예매 방식도 좀 더 쉬워져야 할 뿐 아니라, 화면도 더 커지고, 결제방식도 좀 더 쉬워야 한다.

 

 

 

‘50대 이상미디어 리터러시 수준 낮아

 

둘째,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많이 힘든데다,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기 때문에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는 많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 필자가 수행한 10~50대를 대상으로 한 연구(김경희·김광재·이숙정, 2019)를 토대로 간략하게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유추해보려고 한다. 이 연구에서는 학계, 학교 현장, 정책·행정, 시민사회 등에서 미디어교육 관련 전문성을 축적해 온 전문가를 대상으로 델파이 조사를 실시한 뒤, 미디어 리터러시의 구성 요소로 접근과 통제’, ‘비판적 이해’, ‘사회적 소통’, ‘책임과 권리라는 네 가지 개념을 선정했다. 이를 토대로 지역, 연령, 성별을 할당하여 전국에서 10~50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분석 결과, 미디어에 대한 접근과 통제능력의 세부 구성요소인 인터넷 이용 능력, 컴퓨터 이용 능력, 모바일 이용 능력, 차단 및 조절 능력 등 네 가지 영역 모두에서 세대 간 차이가 발견됐다. 50대는 10~20대와 30~40대에 비해 네 영역 모두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모바일 이용 능력에서 세대 간 차이가 가장 컸다. 앞서 소개한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 연령별로 모바일 이용률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고 50대의 모바일 이용률도 90%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스마트폰의 보급만으로는 이용 격차를 줄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격차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판적 이해능력에 대한 분석에서도 50대는 30~40대와 10~20대에 비해 정보의 사실성, 정보 출처 확인 및 신뢰성 판단, 정보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근거 확인, 상업적·정치적 의도 파악 등 정보에 대한 비판적 이해 수준이 낮았다. 이와 함께 미디어 재현 방식에 대한 이해나 메시지의 영향력에 대한 이해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처럼 유튜브 등을 통해 자신의 관심이나 이념에 맞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이용하기 쉬운 미디어 환경에서 비판적 이해 능력이 떨어지게 되면, 사회 현상을 잘못 인식하게 되어 다른 세대와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에서 첨예한 문제가 되고 있는 정치적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 교육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다음으로 분석한 사회적 소통능력에서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50대가 10~20대에 비해 자기표현을 위한 미디어 활용 정도가 낮았고, 10~30대에 비해 블로그나 온라인 카페를 활용하여 사회적 관계를 확장해나가는 정도도 낮았다. 50대 이용자들은 10~20대에 비해 온라인 공간에서의 토론이나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 참여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구성요소인 미디어 이용에서의 책임과 권리에서 이용자의 권리 보호 행동에서는 세대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책임 있는 이용영역에서는 10~20대에 비해 50대 이용자의 리터러시 수준이 낮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통해 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접근과 통제는 물론, ‘비판적 이해사회적 소통’, ‘책임과 권리등 모든 영역에서 낮은 리터러시 수준에 머물러있을 가능성이 있다. 좀 더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노인 학습자의 맥락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

 

 

 

사람다운 삶을 위한 기본 능력

 

세 번째로, 노인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정책 수립과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 몇몇 노인복지관에서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매우 미미한 상태이다. 무엇보다 노인 미디어교육을 위한 국가적 차원에서의 큰 그림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제대로 된 노인 미디어교육을 위해서는 앞서 제시했듯이 먼저 실태 조사를 통해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목표와 교육과정을 설정한 뒤 어디에서 어떻게 교육을 실시할 것인지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실행 계획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자면, 노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인 텔레비전을 활용하는 것은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노인들이 알기 쉽게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텔레비전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프로그램 제작을 독려할 만한 정책을 만들어서 방송사와 제작사에 제안하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또 방송사나 제작사도 시청자 복지를 위해 자발적으로 노인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노인복지관, 미디어센터, 시민대학, 평생교육원 등 교육기관에서 노인 대상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 개발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노인 대상 미디어교육 교재들을 제작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좀 더 다양한 교재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노인 학습자들을 이해하고 이들을 위해 교육을 할 수 있는 전문화된 강사도 양성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한 세상을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미디어 리터러시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능력이다. 노인 미디어교육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 사회가 서둘러서 준비해야 하는 당면 과제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김경희·김광재·이숙정(2019). “모바일 환경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구성 요소와 세대 간 미디어 리터러시 격차”.

《한국방송학보》, 33(4), 5-36

 

김애순(2002). 《성인 발달과 생애 설계》. 서울: 시그마프레스

 

김태현(2007). 《노년학》. 파주: 교문사

 

한국언론진흥재단(2018). 《2018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서울: 한국언론진흥재단

 

Baran&Davis(2105). “Mass Communication Theory : Foundation, Ferment and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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