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하고 선물도 받는 ‘5분 퀴즈 영상’

2020. 3. 27. 10:42수업 현장

 ‘코로나19’ 개학 연기 대비 교육 공백 극복 방안 

 

공부도 하고 선물도 받는 ‘5분 퀴즈 영상’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달래야 하는 가족들,

그리고 아이들의 학습을 위해 고민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초중고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홈스쿨링프로그램을 만들어 공유한 선생님이 있어 화제다.

 

김지훈 (창진초 교사)

 

 


 

 

이미 많은 콘텐츠와 플랫폼이 개발됐지만 아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좀 더

헤아려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콘텐츠의 기준은

첫째,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둘째, 아이들에게 절대 부담을 주지 말자!

 

 


 

 

학교에서 가장 바쁜 때를 꼽으라면 단연 3월이다. 1년 치 업무의 모든 계획서가 나오고, 새 학년 교육과정과 평가 계획서가 나오고,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고. 이 모든 것이 전부 3월에 이루어진다. 여느 때라면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준비하느라 분주할 때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들고 아이들과 소셜 미디어나 메신저로 소통하고 있다. 올해 봄방학이 유난히 긴 탓이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까?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의 일상이 바뀌고 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개학이 연기되고 학원 출석도 자제하라는 정부 방침에 하릴없이 집에만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층간 소음 민원이 폭증했다는 뉴스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이기도 하다.1) 이런 아이들을 위해 교사와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각 시도교육청과 단위학교는 물론이고 몇몇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까지 더해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을 위한 온라인 학습 콘텐츠와 플랫폼이 제공되고 있다. 이미 많은 콘텐츠와 플랫폼이 개발됐지만 나는 아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좀 더 헤아려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아이들은 방학이다.

 

그렇지 않아도 방학인데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에게 꾹 참고 앉아서 교실에서처럼 공부하라고 하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초등학생에게 방학은? 학교를 안 가는 날! 그래서 공부를 안 해도 되는 날! 자유로운 날이 아닐까?!

 

콘텐츠의 기준은 첫째,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둘째, 아이들에게 절대 부담을 주지 말자! 이것이 콘텐츠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먼저 아이들이 가장 쉽게 소비하는 콘텐츠는 영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집중력이 그리 길지 않은 것을 감안하여 5, 길어야 15분 정도의 영상이 적당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영상으로 할 수 있으면서 교육적인 것, 퀴즈가 떠올랐다. 영상을 보고 퀴즈를 맞히는 것이다. 이름 하여 창진홈스쿨!2)

 

처음에는 새 학기 교과와 관련된 영상을 생각했지만, 아이들에게 혹시나 예습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보일까봐 생각을 바꿔 범교과 학습 주제에서 보건, 안전, 학교폭력예방, 진로, 사이버 중독 예방 교육을 꼽았다. 그리고 3월에는 삼일절이 있어 계기 교육 차원에서 역사 교육을 추가하고, 요즘 코로나19 허위정보가 많아 미디어교육 차원에서 코로나19 팩트 퀴즈를 만들었다.

 

창진초등학교에서 활용하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 ‘창진홈스쿨’ 홈 화면.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어떤 플랫폼을 만들까?

 

이제 이 콘텐츠를 어떤 플랫폼으로 제공할까? 플랫폼의 기준도 마찬가지다.

 

첫째도, 둘째도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자! 현재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대부분의 플랫폼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연결형이다. 해당 플랫폼에 접속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다. 즉 한 플랫폼에 들어가면 여러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하이퍼링크가 있고, 교사나 학생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구글 클래스룸이나 디지털 교과서 사이트나 온라인 도서관 사이트처럼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소개형이다. 체육이나 미술, 만들기 등 활동을 소개만 하고 실제 활동은 집에서 직접 하는 것이다. 두 유형 모두 어떤 활동을 하려면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거나, 집에서 재료를 준비해야 한다. 이 점이 아이들에게는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구글 사이트는 구글의 모든 도구를 현재 창에서 실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구글 사이트에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 유튜브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클릭한 그곳에서 바로 스트리밍이 된다. 구글 설문지도 설문 사이트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구글 사이트에서 바로 설문에 참여할 수 있다. 아이들은 그냥 이 사이트에만 접속하면 영상도 보고 퀴즈도 풀 수 있다. 로그인도 복잡한 하이퍼링크도 필요 없다.

 

창진홈스쿨은 플랫폼 이동 없이 모든 활동이 가능하다 . <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

 

여기에 학생들의 성취감과 참여도를 높여주기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다. 퀴즈를 다 풀면 작은 상품을 주는 것이다. 이 모든 걸 한 장의 사진으로 정리해서 학교와 학급 소셜미디어를 통해 안내했다.

 

‘창진홈스쿨’ 안내 포스터.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함께 하면 어떨까?

 

만들고 나니 꽤 쓸 만했다. 그리고 조금만 수정하면 중학교, 고등학교 버전, 학급, 학년 버전 등 선생님의 입맛에 맞게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교사 집단 특성 중 하나가 재능 낭비이고 둘째가 오지랖이다.

 

이 두 개가 만나면 베풂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 베풂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그래서 몇 커뮤니티에 공용 버전3)과 수정이 가능하도록 설정한 자료들을 공유했는데 반응이 나름 괜찮았다. 덕분에 여기에 글도 쓰게 됐고 말이다.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달래야 하는 가족들과 아이들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든 선생님들께 이 프로그램으로나마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공용 버전 ‘퀴즈홈스쿨’ 메인 홈화면. <사진 출처: 필자 제공>

 

공용 버전 안내 포스터. <사진 출처: 필자 제공>

 


 

1) “층간소음 분쟁 80% 폭증, 코로나 공포에 ‘집콕’때문?”. 2020.02.27. KBS뉴스 백인성 기자,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89603

 

2) https://sites.google.com/view/changjinhomeschool

3) https://sites.google.com/view/quizhomesch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