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게임 분석하며 글쓰기 늘고 자아성찰도

2020. 2. 28. 18:00수업 현장

교과 연결 게임 리터러시 수업

 

 

고전시가 ‘관동별곡’을 보드게임으로 제작해 플레이하는 학생들 모습.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부모님 눈을 피해가며 오락실에 드나들던 세대들의 게임과 오늘날 게임에 대한 정의는 완전히 다르다.

현재 게임은 청소년이 즐기는 가장 대표적 문화 활동이라고 한다.

영화, TV처럼 하나의 미디어로서 게임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교과목과 게임을 연계한 수업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귀영 (전북 양현고 교사)

 

 


 

 

게임 문화 비평은 게임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활동이다.

게임 중독, 욕설, 현질 등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했다. 사람들이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고,

게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면서 성찰해 보는 시간이었다.

 

 

 


 

 

게임은 오늘날 청소년의 가장 대표적인 문화 활동1)이다. 하지만 영화나 음악 등 다른 문화 활동에 비해 문화 콘텐츠로서 진지한 고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임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가 게임 세계에서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된다는 인식을 만든 것은 아닐까? 게임 수업2)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됐다. 게임은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미디어이기 때문에 교사가 게임에 대해 알려 주는 방식은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 스스로 게임과 게임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 방법이었다. 수업 목표를 자신의 게임 이용 습관과 게임 문화를 성찰하고 게임을 통해 세상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으로 잡고, 1 국어 매체 단원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활동1. 게이머 소개하기

 

게임 수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게이머로서 자신을 분석하고 소개하는 것이었다. 주로 사용하는 닉네임, 게임 경력, 좋아하는 장르, 플레이 유형3) 등을 바탕으로 게임 속 자신의 모습을 소개함으로써 게임 이용 습관을 파악하도록 했다. 학생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청소년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게임을 즐기고 있었고, 게임 이용 시간이나 현금 결제 여부도 천차만별이었다.

 

학생들은 친구가 어떤 게임을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비교하면서 자신의 게임 이용 습관을 성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게임 이용 시간과 현금 결제 금액이 소개될 때마다 학생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고, 이 과정에서 게이머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일 새벽 3시까지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 명절 용돈을 쏟아 부은 게이머가 바로 자기 자신과 친구들이라는 점을 확인한 학생들에게 굳이 바람직한 게임 이용 습관이 무엇인지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게이머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었다.

 

[활동1] '게이머 소개하기' 결과물

 

 

활동2. 게임 분석하기

 

게이머로서 자신을 파악했다면 이제 게임 자체를 분석할 차례다. 학생들이 게임에 대해서 말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게임을 단순히 재미라는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게임을 둘러싼 다양한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게임 분석하기 활동에서는 재미, 몰입성, 상업성 등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하나의 게임을 분석했다.

 

먼저 자신이 즐기고 있는 게임을 선정한 후 어떤 요소가 재미를 주는지, 게임을 하면서 재미있었던 순간과 짜증났던 순간은 언제인지 분석하게 했다.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특히 앞서 살펴봤던 플레이 유형과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게임이라도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르고 화가 나는 순간도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바람직한 게임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했다.

 

다음으로 게임에 빠져들게 만드는 몰입 유도 장치를 분석했다. 학생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 자체의 재미뿐만 아니라 게임 외적인 장치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게임 회사는 랭킹, 출석 보상, 푸시 알림 등을 통해 게임 접속을 유도한다. 이벤트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외적 몰입 유도 장치에 대해 설명한 후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어떤 몰입 유도 장치가 있는지 분석하게 했다.

 

끝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방식을 분석했다. 최근 게임들은 부분 유료화라는 방식을 통해 게임 속 아이템을 유료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확률형 뽑기 아이템의 경우 사행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사행성 도박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 본 학생이 적지 않다는 점이 놀라웠다. 게임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즐기는 게임의 유료화 방식을 확인하고 적절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활동2] '게임 분석하기' 결과물

 

활동3. 게임 리뷰와 게임 문화 비평하기

 

게임 리뷰는 자신이 즐기는 게임에 대한 평가를 평점과 함께 작성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5명이 한 팀이 되어 하나의 게임에 대한 각자의 평가를 바탕으로 이달의 게임을 선정했다. 게임별로 학생들의 평가를 한데 모아서 같은 게임이 사람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평가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게임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게임 리뷰가 게임에 대한 이해와 시야를 넓혀 주는 활동이라면 게임 문화 비평은 게임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활동이다. 게임 중독, 욕설, 현질 등 게임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 중 하나를 골라 자신의 생각을 쓰도록 했다. 비평을 위해서는 게임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게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학생들은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게임이 성찰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면서 게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했다. 사람들이 게임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고, 게임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면서 올바른 게임 문화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성찰해 보는 시간이었다.

 

[활동3-‘게임 리뷰와 게임 문화 비평하기’ 결과물]

게임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와 점수를 하나로 모은 리뷰 결과물.<사진 출처: 필자 제공>
 게임 문화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한 게임 비평 결과물<사진 출처: 필자 제공>

 

 

활동4. 게임 잡지 제작과 공유하기

 

마지막 시간에는 학생들이 작성한 리뷰, 비평을 모아 게임 잡지를 제작했다. 파워포인트로 잡지 디자인 양식을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활동지에 작성한 글을 파워포인트 양식에 맞춰 넣어 완성하도록 했다. 게임 잡지를 보고 어떤 코너가 있는지, 형식상의 특징은 무엇인지 파악한 후에 잡지를 제작하도록 하니 학생들의 이해가 빨랐다.

 

표지와 게임 광고까지 더하니 그럴듯한 잡지가 만들어졌다. 완성된 잡지는 인쇄해서 돌려봤다. 평소 책 읽기를 무엇보다 싫어하던 학생도 게임 잡지는 즐겁게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게임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것에 힘들어했지만 그만큼 게임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게임 잡지 제작 수업은 게임을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미디어로 인식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진지한 비평의 대상으로 게임을 다룰 수 있다면 게임에서 재미뿐만 아니라 삶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게임 잡지 제작 외에도 보드게임을 직접 제작하거나, 기존의 게임을 새로운 규칙으로 바꿔 보는 것도 게임 리터러시를 키우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게임을 하찮게 여기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게임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교육적 접근이 필요하다.

 

게임 잡지 제작을 위해 게임 잡지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는 학생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활동4-‘게임 잡지 제작과 공유하기’ 결과물]

게임 기사, 리뷰, 비평을 모아 하나의 잡지로 제작하여 학생들끼리 공유할 수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게임 기사, 리뷰, 비평을 모아 하나의 잡지로 제작하여 학생들끼리 공유할 수 있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1)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9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의 게임 이용률은

90.8%(남자 96.0%, 여자 85.1%)로 전체 연령 중 가장 높은 이용률을 보였다.

 

2) 이 수업의 모습은 《미디어 수업 이야기》, 전국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회(2019)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3) 리처드 바틀이 제시한 유형을 바탕으로 설정했다.

《Hearts, Clubs, Diamonds, Spades: Players who suit MUDS》, Richard Bartle(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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