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 13:00ㆍ수업 현장
‘코로나19’ 개학 연기 대비 교육 공백 극복 방안
‘온라인 교실’ 열고 화상채팅하며 학습 지도
코로나19로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긴 겨울방학, 혹은 봄방학이 이어지고 있다.
벌써 두 차례나 새 학기 시작이 미뤄졌지만, 언제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가능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국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다양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이 등장했고,
학생들의 학습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직접 사이트를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사들도 있다. 미뤄지는 개학에 대비한 온라인 교육 아이디어를 소개한다.
글 고규환 (남곡초 남곡분교장 교사)
온라인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 아닌 ‘학습’이다. 단순히 학습 내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기보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습’이 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우리는 이러한 일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국민 모두가 힘들게 버텨내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교사들의 입장도 난감하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미리 계획해놓은 교육과정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고, 끝도 없이 내려오는 공문과 지침들은 도무지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새 학년이 시작됐다. 원래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형 할인점과 문구점에는 설렘이 가득한 학생과 학부모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모두 마스크를 끼고 생필품만 얼른 사가는 사람들 몇몇만 보일 뿐이다. 학교에는 ‘새로운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기대하며 등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볼 수 없다. 함께 할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첫인사를 드립니다’라고 정성껏 준비한 편지는 인쇄조차 하지 못했다.
개학이 계속 연기되고 있다. 언제 우리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부득이하게 긴급돌봄서비스를 받는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집에서 갇혀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의 등장
그렇다면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이러한 상황이 처음이기 때문에 부모들도 아이들도 하루하루를 버텨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마냥 TV를 보고,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찜찜한데 그렇다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다. 뭐라도 조금 시켜보긴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해져 있는 교육과정에 따라 아이에게 학습을 시키기도 쉽지 않고 마땅한 교재도 없다. 뭔가는 해야 하는데 이렇게 시간만 보내는 아이들과 부모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도 생긴다. 그나마 부모가 집에 있는 경우는 양반이다. 부모 모두 직장에 다닌다면 아이들은 말 그대로 방치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는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정부 주도의 서비스가 등장했다. 한때 사이버 가정학습으로 운영됐던 ‘e학습터’와 ‘ebs 온라인 클래스’이다. 사실 이번에 처음 등장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학생과 학부모는 처음 접했을 것이다. 해당 서비스는 학교에 내려진 공문의 힘을 빌려 담임교사를 거쳐 학부모와 학생에게 전달됐다. 이와 함께 민간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교육 관련 업체들은 가지고 있던 유료 콘텐츠를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제공했다.
특히 교육 관련 스타트업들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무료 강의 시스템을 구축해 제공하거나, 화상회의 시스템을 소개하는 업체도 있다. 정부와 업체들의 노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교사들이 직접 사이트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가장 안 좋은 대구·경북 지역 교사들이 만든 ‘학교가자’가 대표적이다.
이런 서비스들은 학교와 학급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엠스쿨’이나 ‘e알리미’, ‘학교종이’ 등 학교가 사용하는 알리미 서비스와 클래스팅이나 밴드, 하이클래스나 카카오톡 등의 학급 SNS를 통해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전달했다. 이는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들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90년대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그저 비상연락망을 통해 학생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학습지를 등사하여 각 가정으로 우편 배송을 했을 것이다.
이제 공부할 방법이나 자료가 없어 공부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댈 수 없게 됐다. 그러면 과연 학생들은 기대했던 만큼 공부를 하고 있는가. 좀 더 정확히 말해서 교사의 지도 과정 없이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해당 서비스를 제시하고 사용법을 설명하는 것으로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큰 욕심일 것이다. 유튜브나 SNS, 게임으로 가득한 온라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다중이용시설인 동전노래방이나 PC방에 가지 않도록 학교 현장에 보내는 공문들이 무색하게 PC방, 노래방에 가는 아이들에 관한 기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이 주어진 지침에 따라 학습한다 해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 수업일수가 줄어들지 않고, 단순히 개학이 연기된 상황에서 이렇게 교육과정을 전달하는 것은 자칫 현재 법으로 금지된 ‘선행학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진행된 학습 결과는 개학 후 운영될 교육과정 평가에 반영할 수도 없다.
개학 전에는 모든 학생에게 해당 서비스를 강제할 방법이 전혀 없으므로 학급 모든 학생의 참여는 어렵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학생이 있는데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에 해당 내용을 포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이런 활동들은 실제 학급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미리 예습해보는 것에 불과하며, 평가에도 반영하지 못하고 진정한 배움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도 없으므로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도 힘들기만 한 ‘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는 온라인 교실
만약 잘 정리돼 있는 교과 내용의 영상과 기타 콘텐츠로 학생들이 수준 높은 학습을 할 수 있다는 이상적 상황이 실현된다면, 그때는 ‘교사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교사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기에 온라인 학습이 학교를 대체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되면 교과 내용을 전달하기 전에 먼저 ‘학급 세우기’를 한다. 1년 동안 함께 지낼 서로를 소개하고, 지킬 규칙을 스스로 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래포’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교사는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습 수준을 진단한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한 달을 보낸 뒤에야 비로소 적응하게 되는데, 지금의 온라인 학습 서비스들은 학습 콘텐츠만 일방적으로 제시할 뿐이다. 그저 얼굴도 모르는 선생님이 얼굴도 모르는 학생에게 이러한 공부 자료가 있으니 해보라고 권하는 과정은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에게 뛰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 부분을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화상 회의’였다. 각각 다른 장소에 있어도 서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을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아이들과 ‘만남’을 가지는 데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서비스를 활용할지 살펴보며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조건은 아이들이 쉽게 설치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도 쉽고 학생도 쉬워야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해서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찾다가 스마트폰에 딱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기만 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구글 ‘행아웃’ 서비스를 선택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학생 개인의 것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각 가정에는 스마트폰이 하나씩은 있으므로 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활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사 입장에서 보아도 초·중등 교사가 활용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교사 역시 스마트폰만 있어도 활용할 수 있지만, 컴퓨터를 활용하면 더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교사는 컴퓨터로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실 상황으로 볼 때 중등 교사는 대부분 웹캠이 탑재된 노트북을 활용하기에 별다른 준비 없이 바로 사용 가능하며, 초등 교사는 교실에 있는 실물 화상기와 헤드셋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듯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설치가 쉬워야 한다는 조건은 해결됐다.
이제 이 프로그램의 활용 방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았다. 실제로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가능성을 더욱 고려해야 했다. 고민 끝에 내가 스스로 영상을 제작해 아이들에게 이 행아웃 서비스를 설명하기로 했다. 화면을 녹화하는 무료 프로그램을 사용해 설명 과정을 촬영한 뒤, 이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아이들에게 주소를 제공했다. 유튜브 영상을 본 ‘요즘 아이들’인 학생들은 ‘하나도 어렵지 않던데요?’라며 나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려주었다. 결국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단순한 설명과 활용 가능한 기기였다.
즐거운 온라인 교실 성공!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었다. 두 달이 넘은 기간 동안 볼 수 없었던 친구들을 보고 반가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서는 아이들이 대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내준 글을 읽기는 하는 건지, 어떻게 지내는 건지 응답도 없던 녀석들이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화면으로 만나니 교실에 있는 학생과 교사처럼 능동적으로 소통했다.
SNS에서 충분히 질문할 수 있었지만 게시물이나 댓글을 달지 않았던 내용도 얼굴을 보니 말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은 얼마나 줄어드는지, SNS로 내준 숙제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이 활동을 하면서 교사로서 느끼는 보람은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점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봐서 좋았고,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형, 누나가 하는 화상 모임이 부러웠는지 기웃대는 동생들의 모습들도 귀여웠다. 멀찌감치 뒤에서 안 보는 척하며 슬쩍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우선 우리 반 학생들에게 기본 활용 방법을 알려준 뒤, 온라인 ‘학습’이 가능한 쉬운 과제를 내주었다. 처음으로는 ‘겨울방학 지낸 이야기’를 나눴다. 평상시 학급에서 이뤄지는 활동처럼 한 아이가 이야기하면 나머지 아이들은 들어주었다. 목소리가 작은 아이가 이야기할 때는 일반 교실 수업보다 또렷하고 분명하게 들리니 오히려 더 좋았다.
다음 활동으로는 유튜브에서 그림 그리기 영상을 보고 따라 한 뒤 서로에게 보여주고 이야기 나누기, 게임형 학습 애플리케이션 함께 하기, 내가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 자료 만들기, 집안일하고 인증하기 등을 계획하고 있다. 모두 교과와 연관 있는 활동이지만, 성취 수준을 달성하고자 계획하는 교과 내용 그대로가 아닌, 현재 이 상황에서 아이들과 즐겁게, 긍정적인 래포를 형성할 수 있는 활동들로 준비했다.
온라인 학습에서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 아닌 ‘학습’이다. 단순히 학습 내용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으로 그치기보다 어떻게 해야 학생들에게 진정한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부족하고 나 또한 그렇다. 2012년 ‘스마트 교육’이 등장하면서 신기한 애플리케이션을 써보는 것에 만족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로 수많은 시도 끝에 그동안 내가 했었던 것은 ‘스마트’였지 ‘교육’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무엇이 중요한가를 더 생각하게 됐다.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본질적인 것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방향이 확립되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 교사와 학부모, 학생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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