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만 보는 아이가 너무 걱정이에요

2020. 6. 3. 15:17수업 현장

'양육자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부모가 알아야 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정이 서대문구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됐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디지털 미디어 조절 능력을 키워주세요

가정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의 ‘2018 부모 교육 요구도 조사’에 따르면 
가정 내 양육자와 자녀 모두
‘디지털 기기 사용’에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2019년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공동으로 ‘양육자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 내용을 소개한다. 

박점희 (미디어교육 강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5명 중

 1명은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유아동은 다른 집단에 비해 증가율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는 공동으로 ‘양육자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했다.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의 자치구별 각 센터에서 실시된 교육의 양육자는 영유아 부모, 초등 학부모, 청소년기 부모, 다 문화 이주여성 등으로 다양했다. 그러나 이들이 공통적으로 궁금해하는 것은 ‘내 아이가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그만 보게 할 수 있을까’였다.

 

아이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본다며 답답해하는 양육자와 ‘어떻게 하면 스스로 조절하며 미디어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주제로 나눈 이야기를 소개한다. 

 

디지털 원주민과 미디어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들어보셨어요?”
생소한 단어에 부모님들은 고개를 돌리며 주변의 반응을 살핀다.
“이 수업이 어떤 시간인지 알고 오셨는지요?”
“스마트폰 교육요.”
우리 아이가 스마트폰 그만할 수 있게 하는 수업요.”

어머님들의 반응은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 접촉했던 담당자의 요구 사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녀의 스마트폰 지도법’! 그래서 미디어 신인류인 디지털 원주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디지털 미디어는 컴퓨터와 같이 디지털 코드를 기반으로 동작하는 전자 매체를 말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V가 있는 거실에서 온 가족이 둘러앉아  다 함께 식사를 하며 같은 채널을 즐겼다면, 지금은 개인의 시간에 맞춰 혼밥을 하며 손바닥에 쥔 모바일로 각자의 것을 즐기는 시대가 됐다. 여가시간을 내기 어려운 현대인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식탁에서조차 서로의 얼굴이 아닌 디지털 미디어(스마트폰)에 시간을 빼앗겨서 안타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미디어의 두 얼굴은 디지털 원주민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스마트폰에 사진으로 담기고, 유모차에 앉은 채 울음으로 쟁취한 부모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렇게 성장한 청소년들은 스마트폰 알람에 눈을 뜨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을 들으며 샤워를 하고, 날씨 어플에서 날씨 정보와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한 후 하루를 시작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친숙해진 이들은 부모 세대보다 정보 처리 및 활용 능력이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털 사이트 카페나 SNS 등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며 즐긴 커뮤니티 때문에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그들만의 공간에서 낯선 사람과 친구를 맺고, 익명으로 위안받기 위해 털어놓은 비밀이 지켜지지 않아서 마녀사냥이나 신상털기와 같은 문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온라인 다툼이 현실이 되는 현피(Player Killing)나 사이버불링 등 역기능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는 것에서 게임 방송을 보기까지, 24시간을 미디어와 함께 하여 스마트폰 과의존이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한 몸에 받기도 한다. 

 

 

미디어 허용은 몇 살부터?

식당에서 유모차에 앉은 채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빠져드는 아이들을 심심찮게 본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영유아들도 자연스럽게 영상과 게임이라는 미디어 환경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조용히 시킬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지만,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없던 때에는 노출되지 않았을까? 예전에도 부모들은 식사를 준비하거나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에게 TV나 비디오를 틀어주었다. 미디어는 어린아이들의 시선을 일찍부터 사로잡았고, 읽고 듣는 세대가 아니라 보는 세대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미국 소아과의사협회는 모든 전자기기가 24개월 이하 유아의 성장과 두뇌 발달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18개월 무렵까지의 영아는 부모와 하는 영상 통화를 제외하고는 텔레비전, DVD, 스마트폰 등 일체의 영상 매체에 노출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또한 말 배우기가 빨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언어 발달에 저해된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소개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우리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와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지 말라는 말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미디어 이용 시간을 15분 이내로 최소화하는 등의 조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5명 중 1명은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유아동은 다른 집단에 비해 증가율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부모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36.9%)인 경우 일반 부모(26.3%)보다 자녀들은 스마트폰 사용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모가  맞벌이(26.1%)인 경우 외벌이인 부모(20.8%)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아동의 경우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조기에 형성하도록 유아동을대상으로 한 체험형 예방 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영유아의 스마트폰 사용은 점점 늘어가지만 관련된 교육이나 매뉴얼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빼앗는 통제를 하기도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한 부모의 일방적인 이용 방법 제시가 아니라 아이와 약속을 통해 1회 이용 시간과 일별 이용 가능 시간, 또는 이용 가능한 프로그램 등 이용 규칙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아이가 부모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라면 부모 역시 사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만약 부모도 아이도 규칙을 지키는 것이 어렵다면 ‘사용 시간 조절 어플’의 도움을 받아보자. 

 

한 통신사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어플(자녀용, 부모용).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스마트폰만 보는 아이가 걱정이에요

아이들의 스마트폰 이용에 관한 매뉴얼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 아이들의 미디어 환경을 먼저 생각해 보자. 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하루 종일 게임만 한다”, “아이가 스마트폰 속에 빠져서 산다”와 같이 디지털 미디어의 역기능만 언급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손바닥만 한 미디어 속에서 음악도 듣고, 정보 탐색도 하며, 친구와 대화도 나누고, 유튜브로 거꾸로교실 영상도 보고, 간접 경험도 한다. 그리고 포털 사이트가 보여주는 급상승 검색어를 통해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단순하게 스마트폰 하나로 엮을 수도 있지만, 예전으로 생각해 보자면 라디오로 음악을 듣고, 컴퓨터로 정보를 탐색하고, 전화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텔레비전의 다양한 채널로 간접 경험을 하고,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스마트폰만 하는 것도, 게임만 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아이가 사용하고 있는 미디어의 접속 환경에 따라 시간이 달라지기에,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사용한다는 것은 부모 입장일 수 있다. 


그렇다고 이용 시간을 제어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거나 빼앗는다면 아이들은 숨어서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이용에 관한 규칙을 정하되, 아이들 스스로가 정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는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아이와 협의해야 한다.이미 학습과 생활의 필수 환경이 된 미디어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하며,미디어의 다양한 기능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는 능력과 당장의 욕구와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좋지 않은 미디어가 너무 많아요

캐나다 미디어리터러시협회 창립자인 베리 덩컨과 동료들은 미디어의 기본 속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①모든 미디어는 구성물이다.
  ②미디어는 실재를 구성한다.
  ③수용자는 미디어의 의미를 해석한다.
  ④미디어는 상업적 속성을 가진다.
  ⑤미디어는 이데올로기 및 가치가 내재된 메시지들을 포함한다.
  ⑥미디어는 사회적, 정치적 속성을 가진다.
  ⑦형태와 내용은 미디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⑧각각의 미디어는 독특한 심미적 형식을 가진다. 


미디어는 대부분 사실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사실 가운데 진실이 있는지, 얼마나 담겨 있는지, 있는 그대로 전하는지 등에 따라 미디어를 보는 사람의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미디어를 비판적인 사고 없이 그대로 믿는 것은 곤란하다. 단, 비판적 사고를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음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해보자.

 

 

 

 

모든 미디어를 이러한 방식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더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할 4차 산업시대이기 때문에, 낚이지 않고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워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미디어 생비자(소비자+생산자)로서 더 합리적이고 올바른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도록 말이다.

 

 

 

 

참고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정보화진흥원(2019.2.).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 조사》  
한국언론진흥재단(2018.12) 《학부모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실천 지도 매뉴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