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교육현장 - 대학

2020. 6. 26. 15:33수업 현장

나의 원격수업기-대학 원격수업과 교수의 역할

 

<사진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텅 빈 교실에 눈물이 왈칵, 교수도 학생이 그립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교육현장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면서 대학가도 비정상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개학이 미뤄지고 온라인 강의가 시작되더니, 한 학기 내내 교수와 학생들이

얼굴 한 번 못 본 채 종강을 맞이할 참이다.

교수들은 벼락치듯 갑자기 시작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느라 곱절로 힘이 들고,

학생들의 피드백을 받지 못하니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민대 홍주현 교수의 원격수업기를 소개한다.

 

글 홍주현(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교수와 학생은 메시지만 주고받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다.

서로 공감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관계이다.

반면 온라인 강의 상황에서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배제된 채

필요한 메시지만 주고받는 관계에 머문 것 같아 아쉽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국민대는 개강을 3월 둘째 주로 연기하고 4주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강의를 녹화해서 업로드하거나 실시간으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에 학교와 교수들은 비상이 걸렸다. 처음 겪는 상황에 적잖이 당황했다. 국민대는 가상대학 시스템을 정비하고, 교수들에게 동영상 제작법을 안내했다. 그리고 동영상 제작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포하며 동영상 제작 교육을 진행했다. 연일 교수학습개발센터와 교무처에서 가상대학 활용법 등 온라인 강의와 관련된 메일이 왔다.

 

 

“강의 녹화 잘하고 계세요?”

 

처음에는 전체 강의를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미 케이 무크(K-MOOC,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에 실시간 강의 녹화 영상을 여러 개 올린 경험이 있어서 내심 온라인 강의 제작에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3학점짜리 150분 강의를 위해서는 75분 이상 녹화하고 과제나 토론 등의 활동을 같이해야 한다. 75분 녹화를 위한 수업 자료를 만들고, 10~20분짜리 동영상을 여러 개 만드는 데 1주일에 3일이 넘는 등 첫 주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학교에서는 동영상 업로드, 또는 (1) 줌(ZOOM)을 이용한 실시간 강의와 함께 과제, 토론, 상담 등 여러 학습 수단을 병행할 것을 요구했다.

 

학교에서 제공한 프로그램 오디오만 녹음하거나 비디오로 녹화하거나, 핸드폰으로 업로드하기, 또는 다른 동영상 프로그램을 활용해 촬영한 영상을 업로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보았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을지 교수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전격적인 온라인 강의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기에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수들에게도 모험이었다. 한동안 교수들 간에 “강의 녹화 잘하고 계세요?”가 인사였다.

 

코로나19의 위험이 지속되면서 국민대는 1학기 전체를 온라인 수업하기로 원칙을 정하고, 20명 이하의 실험·실습 과목에 한정해 수강생 전체의 의사를 물은 후 면대면 수업을 진행하도록 했다.

 

앞서 밝힌 것처럼 강의 녹화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영상 업로드도 익숙하지 않아 처음 몇 주간은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았다. 여러 개의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4주 차부터는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교실에서 강의를 실시간으로 녹화했다. 오랜만에 간 학교 교정에는 학생도 없고, 학교 내 모든 공간을 폐쇄해 건물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교실에서 녹화한 첫날 100여 개의 빈 좌석을 돌아보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학생들이 없는 교실에서 혼자 강의해야 하는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고, 또 학생들을 언제 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에 감정이 북받쳤던 것 같다. 6주 만에 교단에 서니 감회가 새로웠지만 교실에서 진행한 녹화는 2주 만에 중단했다. 화면이 어둡고, 학생들의 반응이 없으니 연구실에서 녹화하는 것과 별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줌을 이용한 온라인 강의 예시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학생들과 온라인 소통하기

 

보통 75분 수업은 약 50분 강의와 15~20분간 조별 토론 및 질의응답으로 진행했는데, 온라인 상황에서는 조별 토론과 질의응답을 즉각적으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아쉬웠다.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시도했지만,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답답했다. 80명 이상의 수업은 줌을 이용해 조별 토론을 하고, 토론 결과를 간단히 정리해서 제출하도록 했다. 25명 미만의 소규모 수업은 조별로 나눈 뒤 역시 줌을 이용해 실시간 수업을 했다.

 

‘커리어플래닝’이라는 취업 설계 과목에서는 여러 번의 자소서 첨삭과 기획안 발표, 모의 면접, 논술 시험을 봐야 한다. 과목의 특성상 무엇보다 교수와 학생 간 소통,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기 때문에 학생들과의 면대면 상호작용 없이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심 끝에 자소서 피드백 전달 역시 줌을 이용하기로 했다. 먼저 1 대 1 상담 스케줄을 공지하고 약속된 시간에 줌에 접속하도록 했다. 첨삭한 자소서를 화면으로 공유하고 상담을 하다 보니 오프라인 상담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면대면 수업에서는 기획안을 작성하기 전에 학생들과 여러 번 토론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기획안을 수정했는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오프라인만큼 질의응답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아쉬운 대로 1 대 1 질의응답 역시 줌을 이용했다. 모의 면접은 학생들이 실제 면접과 비슷한 압박 상황을 느끼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진행은 어려울 것 같다. 모의 면접 역시 줌을 이용해 화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고민은 성적 평가였다. 대부분 과목이 상대평가를 하는데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 상대평가는 교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민대는 논의 끝에 이번 학기는 절대평가로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 중간고사를 과제로 대체하고, 기말도 면대면 시험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오롯이 학생 개개인의 성과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평가가 학생들에게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상대평가를 할 경우 90점을 넘지 못해도 A를 받을 수 있지만, 절대평가를 한다면 A를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교수는 90점을 넘지 않으면 A를 받지 못한다고 미리 공지하기도 했다. 이 경우 A를 받기 위해 학생들은 모든 수행 과제의 합산 점수가 90점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중간고사를 오픈북 형식으로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문제 공개 시간을 미리 공지한 후 정해진 시간 내에 답안을 작성해 제출토록 하는 방식이다. 평가 점수는 가상대학에 하루 동안 게시해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었다.

 

(2) 줌 컴퓨터 화면 예시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온라인 강의 12주째, 여전히 어색해

 

이번 주 강의를 녹화하고, 줌으로 온라인 실시간 강의까지 마치면 서둘러 다음 주 강의 준비를 해야 한다. 매주 학생들에게 내준 과제물도 체크해야 하고, 실시간 온라인 상담도 하고, 질의응답도 해야 한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 벌써 12주 차에 접어들었다. 3주 후면 방학인데,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강의해야 하는 상황이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하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학생들에게 인터넷 등장에 따른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는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아 면대면보다 더 활발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메시지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수용자가 정보의 흐름에 관여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용자가 커뮤니케이션 상황을 주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용자의 힘이 증가했다고도 말했다.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으며,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아 소통이 더 잘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가 등장한 이후에는 이용자가 정보를 생산하고 확산하는 주체가 되면서 정보의 흐름이 이용자 중심으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강제로 온라인으로만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보니 수업 시간에 강조했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장점, 즉 익명성, 상호작용성, 수용자의 정보 흐름 통제 등이 단점으로 다가왔다. 전면적인 온라인 강의와 온라인 소통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단점을 보완할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들과 비대면으로만 강의를 진행하면서 면대면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됐다. 업무를 처리할 때에는 메시지만 주고받으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교수와 학생은 메시지만 주고받는 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다. 서로 공감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를 형성하는 관계이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시선과 즉각적인 반응은 강의를 하는 데 큰 힘이 됐고, 열정을 갖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했다. 학생들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한 학기를 마칠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신뢰 관계가 형성됐다.

 

반면 온라인 강의 상황에서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배제된 채 필요한 메시지만 주고받는 관계에 머문 것 같아 아쉽다. 물론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학생과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강의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이 강의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 학생은 스스로 시간을 통제하면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느꼈을 것이다.

 

 

학생들의 반응이 걱정돼

 

대학 교육과정에서 교수는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식은 전문 학원에서 더 잘 습득할 수 있고, 유튜브 채널에는 최신 지식을 전달하는 수많은 동영상이 있다. 이들 영상과 비교하면 교수들이 만든 동영상은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다. 모든 과목을 온라인으로 시행하고, 학생들과 면대면 접촉이 제한된 상황에서 교수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교수는 학생들을 자극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나’가 되도록 격려하고 이끄는 사람이다. 한 학기 강의를 들은 후 학생들이 ‘뭔가 달라졌다’, ‘많은 걸 배웠다’, ‘목표가 생겼다’ 등 스스로 변화했다고 느끼면 그 강의는 좋은 강의이고 교수는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학기 15주간 온라인 강의를 들은 후 학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걱정이 앞선다.

 

 

 

 

 

1) 줌(ZOOM)은 온라인 화상회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코로나19 사태로 사용자가 급증했다. 사용자 급증과 함께 개인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해 집단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다. 줌은 개인정보 보호 강화와, 플랫폼의 보안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시스템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줌과 같은 화상회의 시스템은 해커들의 지속적인 공격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는 우려가 여전히 존재한다.

 

2) 출처: https://hc.services/video-meeting-room/online-conferencing-solution-educational-collabor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