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13. 09:24ㆍ수업 현장
팬데믹 앞에 갑자기 시작된 원격수업 시대
읽고 쓰기에 더 유리, 교사-학생 1대1 소통도 쉬워
나의 원격수업기-고등학교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 앞에 갑자기 시작된 원격수업 시대.
서툴게 시작된 수업용 동영상 제작부터
실시간 쌍방향 수업, 학생들과 피드백 주고받기, 동아리 활동 지도까지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온라인 수업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글 최연주 (연제고 교사)
수업에 맞는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온라인 수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온라인이기에 가능한 강점 살려주기.
그것이 온라인 수업에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시작은 그랬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교사들은 단기간에 온라인 교육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 전문가라는 어깨띠는 멨으나 정작 온라인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형태의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은 고달팠다. 어떤 플랫폼을 쓰고, 출석 확인은 어떻게 할지, 수업 영상은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그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주지 못했다. 급하게 마련된 온라인 연수를 듣고, 수시로 회의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각종 프로그램을 시연해보며 교사들은 스스로 전문가가 되어가고 있었다.
단언컨대, 교사들의 사명감과 책임감 없이는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이 땅의 교사들을 대표해 나의 온라인 수업 이야기를 살짝 소개하고자 한다.
플랫폼은 하나로 통일
여행은 달콤하다. 그러나 종착지까지 여러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면 금방 힘들어진다. 온라인 수업을 할 때도 한 학교의 학생들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하나로 통일하는 것이 좋다. 과목마다, 교사마다 다른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아이들은 플랫폼을 찾아다니느라 진이 다 빠지게 된다. 그래서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어떤 플랫폼을 쓸지 학교마다 고민이 많았다.
EBS 온라인클래스, e학습터, 구글 클래스룸, MS 팀즈, 밴드 등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 중에서 학교의 규모와 사정에 맞는 플랫폼을 선정하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때 어떤 플랫폼을 선정했는지가 온라인 수업 형태와 방향성을 결정짓는 첫 단추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 학교는 구글 클래스룸을 선택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사용하는 학습 관리 시스템이라 운영상 안정성이 확보된다는 점, 실시간 출석 확인과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 다양한 온라인 프로그램(설문지, 프레젠테이션, 문서, 구글 드라이브 등)과 연동되어 색다른 수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이유로 손꼽혔다. 그러나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많은 나라에서 구글 교육용 지스위트(G Suite for Education) 1) 의 도입을 신청하는 바람에 온전한 플랫폼을 이용하기까지 한 달이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본교는 교사 회의를 통해 매시간 출석 확인을 하고, 50분간의 수업 시간 내에 강의와 과제가 모두 완료되게끔 수업 설계를 하기로 협의했다.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는 아이들의 피로도를 고려하고, 익숙하지 않은 기기를 활용해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들의 업무 곤란도를 바탕으로 적절한 수업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했다. 과목별 협의회가 여러 번 진행됐고 과목 특성과 교사의 성향에 따라 수업 운영 방법이 결정됐다. 기본적으로 구글 클래스룸 질문하기 기능을 활용해 실시간 출석 확인을 하고 마지막에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를 확인하는 과제가 제공되는 점은 공통적 요소였다. 다만, 수업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랐다. 줌이나 구글 미트로 쌍방향 수업을 하기도 하고, 제작한 강의 영상을 제공하기도 하고 EBS 영상을 제시하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 설계
초반에 줌이나 구글 미트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몇 가지 문제점을 느꼈다. 학생들의 마이크가 켜져 있으면 잡음이나 하울링이 발생해서 수업에 방해가 됐다. 학생들의 마이크를 음소거시키고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또 컴퓨터 접속 장애로 일부 학생들이 자동 로그아웃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쌍방향 수업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수업을 놓친 아이들에게 수업 결손을 해결해줄 적절한 방법이 못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줌이나 구글 미트는 함께 토의할 내용이 있을 때 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수업의 주요 내용은 직접 영상을 제작하여 전달하게 됐다. 수업 영상은 파워포인트에 녹음을 입혀 제작하거나 와콤으로 필기하면서 설명한 것을 캡츄라(Captura)로 녹화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가끔 OBS 스튜디오(OBS studio)를 이용해 학습 내용과 귀퉁이에 조그맣게 내 얼굴을 넣어 수업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 강의 영상 이후에는 학습한 내용을 더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심화 과제를 제공했다. 내용 이해 퀴즈 풀기, 개별 문서 작성, 공동 프레젠테이션 제작 및 댓글 토의, 질문에 대한 두 줄 답변 쓰기, 잼보드 토론하기, 학습한 부분 사진 찍어 탑재하기 등 학습 주제 및 내용에 부합하는 과제를 내기 위해 고심했다. 내가 진행한 온라인 수업의 흐름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오늘 수업 안내(구글 미트 간헐적 병행) |
온라인 수업의 장점 ‘시공간 초월’
수업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수업에 맞는 과제를 제시하고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에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온라인 수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온라인이기에 가능한 강점 살려주기. 그것이 온라인 수업에서 필요한 게 아닐까? 평소 모둠 활동을 중시해왔던 나는 온라인에서도 이것을 살려보고자 잼보드나 패들렛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직접 대면해서 토의하는 것보다는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도 대면 회의를 할 수 없는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닌가. 결국 말하기와 듣기가 주가 되는 방식은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을 능가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시간과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 온라인 특성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문자 언어가 주가 되는 쓰기나 읽기 영역의 신장을 위한 교육적 시도는 더 용이하다.
시(詩) 수업이 끝나고 시 창작 과제를 낸 적이 있다. 개별 과제로 제시해도 되지만 일부러 프레젠테이션 각 장에 번호를 매겨 자기 번호가 쓰인 페이지에 시를 쓰게 했다. 자기 작품을 쓰면서 친구들의 작품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완성된 작품 중 잘된 작품을 뽑고 각 반의 우수 작품을 모아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게시했다. 학생들은 모든 반 학생들의 우수 작품을 보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칭찬 댓글을 달았다. 교실 수업에서 이런 과제는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까? 잘된 작품을 뽑아 복도에 게시한 후 오다가다 감상하도록 하거나 포스트잇에 칭찬의 말을 적어 붙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력이 훨씬 더 많이 들고 과제 집중도도 떨어진다. 시공간을 초월한 온라인이었기에 여러 반의 우수작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론 중심의 수업을 한 후에는 학생들이 얼마나 내용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퀴즈 과제를 종종 냈다. 학생들이 퀴즈를 풀어 제출하면 어떤 부분이 틀렸고 왜 틀렸는지 개인 피드백을 덧붙였다. 교실에서 형성평가를 할 때는 아이들에게 개별 피드백을 줄 수 없다. 한꺼번에 정답 풀이를 해주지만 누가 무엇을 틀렸는지 일일이 알지 못한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에서의 퀴즈 과제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게 된다. 누가 무엇을 틀렸는지, 학생 대다수가 어떤 유형의 문제를 틀렸는지 알게 되고 더 보충해서 설명해 줘야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직시하게 된다. 학생들은 교사에게 비공개 댓글로 모르는 것을 질문할 수도 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질문은 편하게 할 수 있는 온라인의 매력. 이것으로 학생들과의 소통은 어렵지 않았고, 덕분에 끊임없는 숙제의 굴레를 지기도 했다.
동아리 활동도 온라인의 특성을 잘 살려 운영할 수 있다. 올해 맡은 ‘청소년 언론반’은 허위 정보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동아리이다. 온라인으로 뉴스 이론을 학습하고 이슈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뉴스의 어원과 정의, 뉴스 생산 과정, 게이트키핑, 옐로 저널리즘의 유래 등에 대해 공부했다. 또, 빅카인즈 2)를 통해 이슈 주제를 검색한 후 관련 기사를 갈무리해보고 댓글과 구글 미트로 토의를 했다. 앞으로 팩트체크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허위 정보를 구분할 것인지에 대해 학습하고 월별 주제를 정해 팩트체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시간 활동한 내용은 구글 사이트 도구로 만든 우리 동아리 홈페이지 3)에 차곡차곡 기록 중이다. 온라인으로 진행했기에 자료들을 바로 검색하고 정리하며 서로의 의견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 수업 ‘만족’ 75.2%
그 밖에도 여러 시간에 걸쳐 전자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와 지금 우리 사회를 비교하는 활동을 해보았다. 또,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공익’ 중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생각을 정리해 보는 활동들을 했다. 독립된 공간에서 학생들이 오롯이 자신의 생각에 집중한 뒤 글로 매끄럽게 표현해내는 경험,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덧붙이는 과정, 활동에 따른 교사의 피드백을 보고 의문 나는 점을 다시 질문하는 순간들을 통해 우리의 온라인 수업도 한 걸음 성장해갔다.
온라인 수업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본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실시한 온라인 수업 만족도 조사는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냈다. 온라인 수업에 대해 ‘만족한다’ 75.2%, ‘만족하지 않는다’ 24.8%로 만족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만족하는 이유 중 첫 번째로 손꼽힌 것은 ‘코로나19의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였다. 이것은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온라인 수업의 목적에 부합되는 결과였다. 그 다음으로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수업 영상의 경우 여러 번 반복해서 듣거나 멈춰서 필기하는 등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 ‘선택 수업을 할 때 교실을 이동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학급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 ‘궁금한 것을 비공개 댓글을 통해 선생님께 직접 여쭤볼 수 있다’ 순으로 만족하는 이유가 집계됐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자기주도적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아이들은 대체로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온라인 수업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로는 ‘집중력이 떨어진다’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교사들이 여러 가지 프로그램과 수업 장치를 이용해서 학생들의 집중도를 높이려 하지만 집중력은 학생 개인의 의지도 필요한 부분이라 온라인 수업에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하루종일 화면을 들여다보니 눈이 피로하다’, ‘과제가 많아서 힘들다’, ‘컴퓨터 오류로 접속이 잘 안 될 때가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 안 되는 사람은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선생님께 바로 여쭤보기가 어렵다’, ‘예체능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도 이론적인 수업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가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다.
작은 날갯짓이 큰 폭풍 되어
이제 겨우 한 달이 넘은 온라인 수업임에도 비교적 성공적인 평가 결과를 받아 뿌듯했지만 한 편으로는 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느꼈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앞으로 또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변화된 미래 환경 속에서 학교에 요구하는 내용은 지금의 상상을 초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가 필요하다면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의 큰 폭풍을 만들 듯, 우리의 관심과 노력은 더 훌륭한 미래 학교의 모습을 만들 수도 있다. 성공적인 온라인 수업 환경을 만들기 위한 몇 가지 제언으로 작은 날갯짓을 보태며 글을 맺고자 한다.
첫째, 학교마다 천차만별인 와이파이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 지속적 환경 개선을 통해 어느 교실에서도 온라인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대면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와이파이 환경 조성은 필수적이다.
둘째, 민감한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지금은 교과서 파일이나 EBS 강의 자료를 교사가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라 지금의 상황이 종료되고 나면 이를 활용해 만들었던 영상 자료들은 모두 삭제해야 한다. 온라인 수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어도 교육 목적으로 공적 기관에서 제작한 강의 영상 등은 교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 교육을 위한 저작권 이용의 범위도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투자하여 우리나라의 우수한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 기업의 플랫폼은 접근과 사용이 쉬운 만큼 이것에 적응된 우리 학생들이 장차 어떤 플랫폼을 많이 사용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미래 사용자를 위한 외국 기업의 적극적이고 영리한 투자를 그냥 지켜보고만 있지 말고 미래 교육을 위해 우리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1) 지스위트(G Suite)는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클라우드 컴퓨팅 생산성 및 협업 소프트웨어 도구, 소프트웨어 모음이다.
교육용 지스위트는 지스위트의 한 종류로 교사가 학습자료, 과제, 퀴즈, 질문 등을 통하여 학생들과 수업할 수 있는 소통 도구이다.
학교 기관의 대표자가 구글에 사용 신청을 한 후 인증을 받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2) 빅카인즈(BIGKinds)는 종합일간지, 경제지, 지역일간지, 방송사 등을 포함한 최대 규모의 기사DB에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접목해 만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새로운 뉴스 분석 서비스이다.
3) 연제고 정규 창체 동아리 ‘청소년 언론반’ 홈페이지
https://sites.google.com/yeonje.hs.kr/yeonjejournalism (http://gg.gg/yeonje-jour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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