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2. 2. 13:59ㆍ수업 현장
“청년 기자의 변화 노력에서 희망을 보았어요”
언론인권센터 ‘청년 미디어 인권 교육’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7월 <청년 미디어 인권 교육>이라는 새로운 교육을 선보였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소규모로 진행된 강의였지만 미디어 종사자의 인권 인식을 비롯해
디지털 시대에 부각하고 있는 다양한 인권 이슈를 본격적으로 다룬 의미 있는 교육이었다.
글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디지털 환경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며
시민들에게 미디어 인권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언론인에 대한 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언론인권센터는 ‘미디어 인권’을 중심으로 교육을 재정비하게 됐습니다.
언론인권센터는 2006년부터 <언론인권 10강>이라는 타이틀로 미디어 및 인권에 대한 시민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언론인권 10강>은 언론 보도 피해 소송과 정보 공개 청구 운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쳤던 언론인권센터가 시민들과 만나는 폭넓은 교육의 장이었습니다. 교육 대상이 일반 시민이었지만 실제 이 교육 참가자는 주로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생이었습니다. 당시의 신문과 방송이 중심이던 일방향 미디어가 인터넷 등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으로 다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언론 보도 피해 사례 위주
<언론인권 10강>에서는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길러주는 것 외에도 미디어의 구조와 산업, 그리고 미디어의 공적인 역할 등의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특히 언론인권센터의 주요 사업인 언론 보도 피해 소송 사례에 대한 강의는 실제 보도 피해자의 입장에서 본 언론의 문제와 피해 소송의 쟁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예비 언론인들에게 상당한 호응을 받았습니다. 주요 내용은 당시 사회 문제가 됐던 피의자 얼굴 공개, 피해자 중심 보도의 문제 등으로 명예훼손 법리와 사례를 통해 분석했습니다. 특히 언론인권센터의 공익 소송 가운데 (나주 초등생 성폭행범인) 고종석 사건은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와 피해자를 중심으로 보도하던 관행에 대해 언론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며,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게 됐습니다. 당시 강의를 들었던 청년들은 언론의 책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됐습니다. 강의를 수강한 예비 언론인들은 언론사에 입사 후 자신의 보도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센터의 회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언론인권10강>은 ‘민주주의와 미디어’라는 화두로 2016년까지 진행됐는데 오프라인 강좌의 매력이 점점 시들해지면서 침체기를 맞게 됐습니다. 또 보수 정권 10년 동안 미디어가 침체기를 겪었고, 그사이 미디어의 공정성 문제를 지적하던 시민들도 지쳐갔던 것 같습니다. 강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홍보 방식을 넓혀가지 못한 것도 침체의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좌의 내용에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의 공정성 및 보도 과정에서의 위법성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디어 종사자의 인권 감수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요구되는 시기였습니다.
당시는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언론의 경쟁적 시스템에서 나타난 미디어의 지나친 상업성이 문제로 지적됐고, 한편으로는 포털 중심의 언론 소비 환경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미디어 환경에서 잘못된 보도로 인한 피해는 예전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미디어 보도에 의한 직접 피해자의 문제 외에도 디지털 환경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범람하며 시민들에게 미디어 인권 교육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15년 유엔 인권이사회는 미디어 종사자에 대한 인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언론인에 대한 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설파했습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언론인권센터는 ‘미디어 인권’을 중심으로 교육을 재정비하게 됐습니다.
2020년의 화두는 ‘인권’
2020년 새롭게 시작한 <청년 미디어 인권 교육>은 강의 신청을 받자마자 곧바로 접수가 마감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인원이 함께 하지 못하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의에 대한 호응이 뜨거워서 앞으로는 더 많은 청년들이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상·하반기로 교육 횟수를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미디어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해 청년들의 갈망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강의를 들을 수 있는 대상을 청년층(19~35세)으로 제한한 뒤, 강사 역시도 수강생의 성격에 맞게 신진 학자, 3년 차 기자 등 지금의 디지털 시대 청년 세대를 잘 이해하는 분들로 구성했습니다. 내용도 미디어 인권을 화두로 정보 인권, 혐오와 차별, 디지털 환경에서의 성인지 감수성 등 현재 이슈가 되는 주제를 많이 발굴했습니다.
강의는 총 8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첫 시간인 ‘우리 시대의 인권’에서는 인권이 어떤 역사적 배경에서 성장했는지,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인권의 확장을 위한 국가의 역할과 의무, 그리고 청년들이 겪고 있는 기회의 균등과 공정성의 문제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미디어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그 뒤를 이어 방송사 사회부 기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의 인권 보도’, ‘세대별 유튜브 이용에 대한 이해’, ‘미디어 속 혐오와 차별’, ‘디지털 격차와 정보 소외 계층’, ‘온·오프라인 인권의 온도’, ‘미디어와 인권’ 등을 주제로 차례로 강의가 진행됐습니다.
제가 맡았던 ‘미디어와 인권’ 강의는 전체 강의를 종합 정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언론인을 포함한 미디어 종사자에게 인권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례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인권 보도는 뉴스가 되는 사건 현상만을 보여줄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사건의 원인을 취재하고 분석해야 하며, 그리고 그 보도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이와 함께 미디어를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정보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은 누구도 예외 없이 뉴스 가치가 있는 진짜 뉴스와 가십성 정보, 생활정보 등을 구별하는 분별력이 필요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 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언론인은 자신의 보도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더 여성, 노인, 어린이, 이주민, 성소수자, 경제적 취약 계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무의식적으로 보내는 차별적 시선, 시혜적 시선에 대해 성찰해야 한다고 모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 세대의 희망 품기
마지막 시간에는 온라인으로 진행된 아쉬움 속에서도 강의를 들었던 청년들의 소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미디어와 우리 사회에 대해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는 한 수강생의 소감이었습니다. 이 수강생은 청년 기자와 청년 학자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멀리서 보면 미디어의 상업적인 행태나 허위과장 정보의 범람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데 앞장서는 미디어의 모습만 있지만, 가까이 보면 이와 같은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구조적 변화를 위해, 사회문화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보인다는 소감은 저에게도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고 나갈 청년 세대 디지털 시민들이 다양하게 소통하고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기회와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단체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성 언론인과 미디어 기업은 청년 세대의 따가운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청년들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기꺼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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