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에 너를 담아봐!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

2020. 12. 17. 17:12수업 현장

우연히 발견한 한 컷의 이미지가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모티브가 됐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동영상에 너를 담아봐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

 

유튜버에 도전하는 이가 많다. 반드시 인기와 수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유튜브는 자신만의 채널을 통해 세상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세상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에 도전하는 장애인들의 교육 과정 속으로 들어가 본다.

 

글 조혜영 (미디어강사)


 

 

유튜브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며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남기고 싶은 것, 앞으로 바라는 것을 마음껏 펼치는 자신만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교육생들도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유튜브를 만들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충주평생학습관으로부터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을 의뢰 받았다. 우연히 발견한 한 컷의 이미지를 보고 이번 수업의 방향을 설정하게 됐다. 유튜브라는 접시에 무엇을 담을까? 마치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가득 펼쳐져 있는 뷔페에서 무엇을 먼저 접시에 담을까 고민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콘텐츠를 기획했다. 수업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의 리스트를 먼저 만들었다.

 

1. 유튜브를 어떤 개념으로 끌고 갈 것인가?

2. 교육생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낼 것인가?

3. 강사의 역할은 어디까지이며, 기관의 협조는 어떤 방식으로 요구할 것인가?

4. 간단한 조작으로 제작할 수 있는 쉬운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나요?

우선, ‘유튜브라는 접시에 나를 담는 것, 우리를 담는 것’으로 기본 방향을 잡았다. 언론 보도를 검색해 장애인 유튜버의 사례를 모은 뒤 이들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찾아보았다. 유튜브 시작 동기는 크게 장애인이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서 등으로 나뉘었다.

 

우선 첫 번째 수업에는 장애인 교육생들이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담아내고 싶은지 그들의 얘기를 듣는 시간으로 준비를 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로 대화를 시작했다. 필자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학습자에게 편하게 다가갔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었어요. 그림을 잘 그릴 때도 나오고 싶었고, 예쁜 신발을 신었을 때도 나오고 싶었어요.”, “지금도 좋은 곳에 가면 풍경을 찍어 올리고 싶어 카메라를 들어요. 음악을 깔고, 내레이션을 넣고, 자막을 입히죠. 그때는 텔레비전에 나오고 싶었지만 지금은 기억에 남기고 싶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유튜브라는 미디어의 특징을 소개한 뒤 자연스럽게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언급했다. “그러다보니 유튜브 채널을 열면 항상 다른 사람들의 여행 영상이 올라와요.” 유튜브가 구독자를 플랫폼에 가두는 수단인 알고리즘 작동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전달했다.

 

[그림1] 충주평생학습관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 과정 설계

 

처음에는 이야기를 이끌어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자신이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 영상에 대한 내용으로 화제를 전환하자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유튜브로 뉴스를 보기도 하고, 게임, 스포츠, 뮤직비디오, 웹 드라마 시청 등 다양하게 유튜브를 즐기고 있었다. “좋아하는 아이돌 춤을 보고 따라 하는 것이 즐겁다”, “그걸 보시는 부모님이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학습자도 있었다.

 

모두 열성적으로 유튜브를 소비하고 있었다. 하루 평균 5~10분 정도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었지만, 때론 시간에 상관없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하루 종일 시청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이어서 활동지를 나누어주었다. 활동지에는 지금까지 나눈 대화를 기준으로 ‘내가 좋아하는 동영상 분석’란에 스티커를 붙이도록 했다. 교육생의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각자의 취향에 따른 선호도 역시 다양하게 나왔다.

 

유튜브 주제 정하기

두 번째 수업은 첫 수업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 날도 역시 교육생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첫 수업 때 작성했던 활동지를 다시 나눠준 뒤, 각자 만들고 싶은 유튜브 동영상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순서였다. 평소 즐겨보는 유튜브 주제를 말하는 교육생도 있고, 이들이 다니는 기관에서 함께하는 활동을 동영상에 담고 싶다는 교육생도 있었다.

 

최종 결정된 동영상 주제는 뮤직비디오, 먹방, 스포츠 등이었다. 교육생들은 주제별로 세 팀으로 나뉘어 자신들이 제작할 유튜브 영상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트와이스의 열성 팬이 속한 뮤직비디오 팀은 트와이스의 ‘TT’에 맞춰 뮤직비디오를 찍기로 정했는데, 그 열성 팬은 팀원들에게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먹방 팀은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치킨 먹방을 찍기로 했다. 치킨은 기관에서 지원해주기로 했다. 스포츠 팀은 기관에서 볼링 연습할 때 사용하는 도구를 가져오기로 했다.

 

교육생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유튜브 동영상’과 ‘제작하고 싶은 동영상’에 각각 스티커를 붙여 완성한 동영상 제작 기획서 만들기 활동지.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은 영상을 만들려는 의지, 유튜브 주제(시나리오), 촬영 도구, 편집 기술이 중요하다. 충주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수업은 교육생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쳤고, 원하는 주제를 자유롭게 정했다. 문제는 촬영 도구였다.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으로 촬영과 편집을 다 하기로 정했는데, 교육생 중 단 세 명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다. 기관에서 나온 봉사 선생님과 보조 강사로 참여해주셨던 한국언론진흥재단 강사님과 의논해보았지만 대안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세 명의 교육생을 각 팀에 한 명씩 참여시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다음 수업 때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의 대문 격인 채널 아트와 채널 아이콘을 제작할 계획이었지만 차질이 생겼다. 교육생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 여기저기 뒤지고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일이 무의미하게 됐다.

 

손으로 직접 그린 채널 아이콘, 채널 아트

뮤직비디오 팀의 채널 아이콘과 채널 아트.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채널 아이콘과 채널 아트를 꾸밀 재료(라인 테이프, 스티커, 사인펜)를 준비해서 충주로 향했다. 먼저 유튜브를 보여주며 채널 아이콘과 채널 아트 찾아보기 활동을 했다. 그리고 교육생들은 자신들의 동영상 주제를 생각하며 채널 아이콘과 채널 아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 팀은 사랑스러운 트와이스를 떠올리며 채널 아이콘을 만들었다고 했다. 채널 아이콘과 채널 아트에 ‘유튜브를 구독해 주세요’라는 문구까지 넣어 유튜브 대문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스포츠 팀의 채널 아이콘(위)과 채널 아트(아래).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스포츠 팀의 채널 아이콘은 볼링을 하는 팀원들의 모습을 자세히 담았다. 볼링 점수표를 배경으로 모두의 머리 위에는 하트를 붙여놓았다. 하트를 붙인 이유를 물었더니 “모두 잘했으면 좋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채널 아트에는 다음 동영상 제작 때 찍고 싶은 ‘배구’를 그렸다.

 

먹방 팀의 채널 아이콘(위)과 채널 아트(아래). <사진 출처: 필자 제공>

 

먹방 팀의 작품은 흥미진진했다. 치킨을 나타내는 황금색으로 테두리를 장식하고, 다양한 색깔의 치킨이 등장했다. 치킨을 다양한 색으로 칠한 이유를 물었지만 아쉽게도 답을 듣지는 못했다. 채널 아트에는 다음에 먹고 싶은 음식인 피자를 그렸다.

 

교육생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촬영 준비를 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채널 아이콘과 채널 아트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렌즈에 담긴 자신들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충주평생학습관 강의실에 있는 도구를 활용해 작품을 찍었다.

 

▪손 그림 활동의 장점

1. 스마트폰이 없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2. 학습자가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낸다.

3.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여유가 생긴다.

 

교육생과 강사가 함께 촬영하고 만든 스포츠 팀의 ‘볼볼볼’ 스토리보드.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스토리보드의 탄생

세 번째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영상 스토리보드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유튜브는 촬영보다는 ‘기획, 스토리보드’다.” 유튜브 제작 수업 때마다 항상 이렇게 말하며 스트리보드 작성법을 강의해왔는데 이번에는 촬영 전에 실전 연습을 해보기로 했었다. 그렇다고 스토리보드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스토리보드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까’ 고민하다가 실전 연습 장면을 찍어 바로 스토리보드로 활용해 보기로 결정했다. 한편으로는 연습 촬영과 스토리보드 제작이 과연 실시간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즉석에서 촬영 화면에 자막을 달면 교육생들의 생생한 반응을 볼 수도 있고 효과도 극대화될 것 같았지만, 기관의 협조 등 제반 여건도 미지수였다.

 

예전에 수업했던 모 고등학교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활동 주제는 ‘사건 추적 프로그램’이었는데, 임의의 한 사건을 정해 그 사건이 일어난 이유, 사건의 진행, 유사한 사건의 존재 여부, 사건 해결의 대안 및 법적 해결책까지 엄청난 자료를 필요로 하는 활동이었다. 그때도 실시간으로 자료를 찾고 분류하며 정리해야 했는데 학교의 도움을 받아가며 프린트를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고민 끝에 집에 있는 프린터를 들고 학교에 갔다. 그리고 즉석에서 프린트를 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프린터를 직접 가져가 즉석에서 촬영 영상을 프린트해 보여주며 자막과 음향을 적는다면 시간도 절약하고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집에 있는 프린터와 삼각대 등 모든 준비물을 차에 싣고 강의실로 향했다. 역시 예상은 적중했다.

 

각 팀은 하고 싶은 대로 연습을 했고 그 연습 장면을 촬영했다. 촬영본을 보면서 자막을 달고 음향 효과를 넣었다. 예를 들어 이번에는 볼링 영상을 찍기로 한 스포츠 팀의 ‘볼볼볼’의 경우 당사자들이 나온 장면을 보여주며, “어떤 말을 하면서 이 장면을 찍고 싶어요?”, “어떤 소리가 들릴까요?” 같은 질문과 응답을 주고받으며 스토리보드를 완성했다. 결과물을 보면 각 장면마다 교육생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교육생이 출연한 영상으로 만드는 스토리보드

1. 찍고 싶은 영상의 대략적인 스토리를 정한다.

2. 사전 연습을 하며 계획된 스토리에 맞는지 의논하고 수정한다.

3. 장면을 컷으로 나눠 촬영한다.

4. 사진을 출력하여 장면에 알맞은 자막과 음향 등을 써넣어 스토리보드를 완성한다.

5. 실전 연습 후 바로 스토리보드를 만들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에 대한 파악이 쉽다.

 

강사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본 촬영을 하기 전에 촬영할 사람, 이름표 들고 있을 사람, 슬레이트 치는 사람 등 각 팀원이 할 역할을 정했다. 그리고 스토리보드를 보여주며 촬영 흐름도 잡았다. 모든 교육생들의 열의가 대단했다. 기관에서는 각 팀별로 이름표도 만들어 오셨다.

 

먹방 팀의 치킨이 기관 사정상 치킨 이름이 들어간 과자로 둔갑한 점은 아쉬웠지만 촬영은 연습한 대로 진행됐다. 뮤직비디오 팀은 특성상 음악이 필요해서 다음 팀의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별도의 공간에서 촬영을 했다. 하지만 장소를 옮긴 탓인지 연습할 때보다 실력 발휘를 못해서 아쉬웠다. 연습 때는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며 박수도 쳐주고 흥겨운 분위기였는데 단독 공간에서 하자니 흥이 안 나고 심심했다고 한다.

 

이번 장애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수업은 촬영과 편집을 나눠서 진행하는 것으로 기획된 까닭에 필자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장애인 교육생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마지막 날 수업에는 보조강사로 참여했다. 여전히 교육생들은 열의가 넘쳤으며 모든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좋은 교육생을 만난 행복한 수업이었다.

 

맨 처음 수업을 계획하기 전 작성했던 고려 사항을 바탕으로 이번 수업을 스스로 평가해보았다.

 

1. 유튜브를 어떤 개념으로 끌고 갈 것인가?

유튜브는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며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 남기고 싶은 것, 앞으로 바라는 것을 마음껏 펼치는 자신만의 공간이 될 수 있다. 교육생들도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유튜브를 만들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 교육생의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낼 것인가?

코로나19는 교육 현장의 모습을 바꿔 놓았다. 하지만 이번 교육은 장애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이끌어내어 소통하고 담아내는 활동이 중요했다.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교육생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해서 질문할 때도 신중을 기했다. 그것이 많은 말을 들을 수 있었고 소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3. 강사의 역할은 어디까지이며, 기관의 협조는 어떤 방식으로 요구할 것인가?

가능한 강사의 역할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촬영도 교육생들이 직접 하도록 지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때문에 원하지 않았던 팀으로 가게 된 교육생과, 편집을 할 수 없었던 환경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4. 간단한 조작으로 제작할 수 있는 쉬운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이번 수업에 적용하지 못했다. 너무 아쉬움으로 남는 질문이다. 앞으로의 숙제이다.

 

 

* 끝으로 보조강사로 애써주신 한국언론진흥재단 이민주 강사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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