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핵심은 ‘참여’와 ‘윤리’

2021. 10. 20. 13:45웹진<미디어리터러시>



<청소년 미디어 페스티벌>은 청소년의 목소리를 반영한 미디어 문화의 확산을 목적으로 개최되는 열린 시민 축제다. 올해는 “미디어를 통해 나를 표현하고, 소통하고, 기획하다”라는 주제로 경연, 대담, 특강 등 총 7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2021 청소년미디어페스티벌 공식 포스터. <사진 출처: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제공>

 


청소년, 미래가 아닌 현재의 주체
‘미성숙한’, ‘미래의 주인공’, ‘학생’ 등은 우리 사회가 청소년을 지칭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특정 대상을 향한 편향된 시각은 대개 차별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학생이라는 말은 청소년의 본분을 학습으로 규정하고 일방적인 교육을 강요한다. 또한 청소년의 존재를 희미한 미래 그 어디쯤으로 미뤄두고, 현재의 시공간에서 그들의 흔적을 지운다.

<청소년 미디어 페스티벌>은 일방적 교육의 대상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주체로서의 청소년에 주목하고자 했다. 미디어는 청소년이 지닌 다양한 욕망과 힘, 이야기를 세상과 이어주는 가교가 될 수 있을까? 그 속에서 교육자와 교육 기관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이와 같은 질문의 답을 찾고자 ‘청소년 미디어 전문가 대담’을 기획했다. 지역과 국가를 넘어 공동의 목표를 발견하기 위해 한국과 홍콩의 청소년 미디어 제작자와 연구자를 초청하여 각국의 청소년 미디어 문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김아미 미디어교육 박사가 사회를 맡았고,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실장과 도나 추(Donna Chu) 홍콩 중문대 교수가 전문가로 참여했다. 정민주 제작자와 토마스 차우(Thomas Chow) 제작자도 한국과 홍콩의 청소년 미디어 당사자로서 함께했다.


낮아진 미디어 문턱
첫 번째 주제로 한국과 홍콩의 청소년 미디어 문화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배상률 실장과 도나 추 교수는 미디어 이용의 ‘저연령화’와 ‘개인화’ 현상을 공통적인 특징으로 꼽았다. 기술 발전에 따른 미디어 환경 변화에는 국경이 없는 것 같았다.
배상률 실장은 저연령화의 근거로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 증가를 들었다. 동시에 ‘나이가 어릴수록 폭력에 대한 허용성이 높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저연령화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했다. 또한 개인화의 근거도 스마트폰에서 찾았다. 미디어 이용 패턴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옮겨가면서, 게이트키퍼가 사라진 알고리즘에 의해 정보 편식이 만연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반면 청소년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소셜 펀딩과 같이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도나 추 교수는 이런 공통된 문화 속에서 발견한 일종의 모순을 언급했다. 청소년이 미디어를 활용하고 제작하는 데는 매우 능숙하지만, 시민 참여와 같은 적극적인 미디어 활동에는 다소 미온적이거나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청소년이 미디어를 더 많이 접하고 더 깊이 이해할수록 사회적인 목소리도 더 커질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안일한 기대를 꼬집는 대목이었다.

정민주 제작자는 미디어 생태계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한국 청소년의 미디어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는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청소년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 제작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밝히며, 단편영화와 웹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한 경험을 공유했다. 특히 제작 과정에서 느꼈던 소통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미디어 제작을 통해 더 좋은 사람이 된 거 같다”라는 말로 긴 여운을 남겼다.

토마스 차우는 자신의 경험을 녹여 홍콩 청소년이 미디어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여러 경로를 설명했다. ‘IFVA(Incubator for Film and Visual media in Asia)’나 ‘Fresh Wave’ 같은 각종 경연대회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미디어 제작 역량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이런 유입 시스템이 홍콩에서는 매우 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듯 .

정민주 한국 청소년 제작자(좌)와 토마스 차우 홍콩 청소년 제작자(우)가 발언하고 있다.<사진 출처: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제공>

 

 
청소년과 미디어 리터러시
“청소년이 이미 손쉽게 미디어를 제작할 수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도나 추 교수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이 난제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청소년 당사자일 것이다.

정민주 제작자는 미디어 이용자와 제작자 각각의 입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정의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미디어 콘텐츠의 이로움과 해로움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미디어 이용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는 만큼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감수성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콘텐츠가 관객에게 미칠 영향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보를 공유하는 주체로서의 책임감과 더불어 이용자의 기분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토마스 차우는 단순히 미디어 사용법을 숙련하는 방식의 미디어교육에는 이미 모두가 정통하므로 균형 잡힌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정보 분별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흥미롭게도 두 참가자 모두 참여(비판)와 윤리를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요소로 가리키고 있었다.

도나 추 교수는 청소년 미디어교육을 세 가지 접근 방식으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역사적’ 접근이다. 청소년이 인쇄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역사적 흐름을 통시적 관점으로 이해한다면 오늘날의 미디어 사용 방식을 더욱더 올바르게 인식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의식적’ 접근이다. 비판적인 시각으로 정보의 신뢰성, 편향성, 의도성 등을 판별하라는 것이다. 세 번째는 ‘윤리적’ 접근이다.

이는 미디어 제작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그는 “기술을 터득한 청소년,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은 청소년은 미디어 제작자로서의 자신의 영향력과 힘을 더 잘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이 세 가지 접근법은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했다.


기성세대의 역할과 과제
배상률 실장은 미디어교육의 법제화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 및 부처의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 교사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제고 등을 주문했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며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와 같은 전문 기관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했다. 도나 추 교수는 오늘과 같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의 대화가 계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날 미디어는 우리 삶의 일부이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의 범위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교육자의 역할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김아미 박사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기성세대가 청년 세대에게 상명하달 식으로 전달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고민해서 만들어 가야 하는 영역”이라는 말로 대담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담은 국내외 청소년의 목소리로 미디어 리터러시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미디어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정민주 제작자의 경험 사례는 미디어교육 기관으로서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의 역할을 재고하게 만든다.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교육과 제작 지원 사례를 쌓고, 제작과 참여 역량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 질서 속에서 제작자로서의 윤리 의식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왕도는 없을 것이다. 지금보다 더 부단히 청소년을 만나고 담론의 주체로 불러와야 한다.

배상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실장(좌)과 도나 추 홍콩 중문대 교수(우)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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