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활동보다 전문 기관 협력이 더 바람직

2021. 10. 14. 16:36웹진<미디어리터러시>

개별 활동보다 전문 기관 협력이 더 바람직

디지털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와 공영방송의 역할

영국 <BBC>, 일본 <NHK> 등 많은 해외 공영방송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관련 조직과도 활발한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해외 주요 공영방송의 미디어 리터러시 개발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모색해본다.

 

봉미선(EBS 정책연구위원)·신삼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박사)

 

해외 국가들이 민간단체나 외부와 손잡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펼치는 데 비해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독자적으로 고유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 핵심역량에 근거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시민이다. 공영방송은 공적인 소유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른바 돈 되는 프로그램보다 보편적이고 공익적이면서 반드시 필요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송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쓴다. 내년(2022년)이면 출범한 지 100년 되는 영국 <BBC>는 공영방송의 본보기로 꼽힌다. <BBC>는 정보 제공, 교육 기능, 오락 프로그램 제공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 <KBS>는 <BBC>보다 5년 늦은 1927년 첫 라디오 전파를 쏘았다. 우리나라의 공영방송은 이처럼 오랜 역사와 공익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게 현실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참여하는 조직이 많지만 공영방송을 핵심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해외는 다르다. 공영방송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관련 조직과 활발하게 손을 맞잡는다. 국내외 공영방송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동을 살펴보고,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자.

 

■ 해외 사례

영국 <BBC>-가짜뉴스 대응에 중점

최근 영국 문화미디어부는 이용자의 미디어 활용 능력과 핵심 지식을 키우기 위해 ‘온라인 미디어 리터러시 전략(Online Media Literacy Strategy)’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향후 3년간 영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활동을 수행하는 170여개 조직에 대한 지원 계획을 담고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공적 책무(public purpose)’로 부여받은 주요 조직 가운데 하나다.

 

최근 영국 문화미디어부가 발표한 ‘온라인 미디어 리터러시 전략’. <사진 출처: DCMS(2021.7). Online Media Literacy Strategy>

 

 

 

<BBC>는 코로나19와 함께 확산되고 있는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의 대응에 집중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BBC>는 TNI(Trusted News Initiative)를 구성해 실시간으로 허위정보를 처리하도록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TNI에는 <AP>, <BBC>, 캐나다 <CBC>, 유럽방송연합(EBU), 페이스북, <파이낸셜타임스>, 퍼스트드래프트, 구글, 유튜브, 마이크로소프트, <로이터>,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트위터, <워싱턴포스트> 등이 파트너로 참여해 허위정보를 경고하고, 다시 게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BBC>는 ‘오운 잇(Own It)’, ‘바이트사이즈(Bitesize)’, ‘미디어 액션(Media Action)’, ‘비비시러닝(BBC Learning)’ 등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스쿨 리포트(School Report)’, ‘뉴스 스쿨 리포트(News School Report)’, ‘비욘드 페이크뉴스 프로젝트(Beyond Fake News Project)’, ‘마이 월드(My World)’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나서고 있다.

2019년 9월 출시된 ‘오운 잇’은 어린이가 인터넷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BBC>가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이 앱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내용에 대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준다. 노골적인 언어가 포함된 메시지를 사용하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권장하고, 채팅할 때 ‘왕따’ 같은 단어가 등장할 경우 주의를 환기시켜준다.

어린이의 안전한 인터넷 이용을 돕기 위해 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오운 잇’. <사진 출처: https://www.bbc.co.uk/mediacentre/latestnews/2019/own-it>

 

호주 <ABC>: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개최

호주 공영방송 <ABC>는 해마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Media Literacy Week)’을 개최해 호주 국민을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2020년에는 호주미디어 리터러시연합(AMLA)과 협력해 허위정보(가짜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캠페인을 실시했다.

‘2020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10.26~10.31)에는 호주 도서관 및 정보협회 사서와 교사를 위한 온라인 전문 학습 세션, 호주청년재단의 언론 바로보기 세션을 통해 <ABC>의 비하인드 뉴스를 논의하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ABC>는 에이비시에듀케이션(ABC Education)과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자원을 소개했다.

호주 공영방송 가 주최한 ‘2020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사진 출처: https://www.abc.net.au/education/media-literacy/media-literacy-week/ https://mumbrella.com.au/abc-education-and-australian-media-literacy-alliance-unite-to-combat-fake-news-650287>

 

<ABC>는 ‘에이비시에듀케이션’ 웹페이지에 ‘미디어 리터러시’ 세션을 별도로 두어 저널리즘을 이해하고 허위정보 판별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세션은 디지털 미디어를 이해하고 바로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일본 <NHK>-초등학생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일본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민간과 공영방송이 협력해 진행한다. 28개 기업으로 구성된 일본인터넷미디어협회(JIMA)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는 곳이다. 공영방송 <NHK>는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이 <NHK>의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리소스를 제공한다. <NHK>의 ‘엔에이치케이 포 스쿨(NHK for School)’ 웹페이지는 교육 채널 ETV의 방송 프로그램과 교과별 콘텐츠를 서비스 중이다.

<NHK>가 운영하는 ‘엔에이치케이 포 스쿨’ 웹페이지. <사진 출처: https://www.nhk.or.jp/school/>

 

2021년 6월, <NHK>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초등학생 대상 ‘엔에이치케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실’ 출범을 발표했다. ‘리터러시 교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릴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전국 초등학교를 온라인으로 연결해 정보를 찾거나 분석하는 방법부터 다양한 매체의 특성을 이해하는 방법까지 학교 수업을 지원한다. 올해 80개 학교에서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 20개를 진행할 계획이다.

 

■ 국내 사례

<KBS>-꾸준한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2021년 <KBS>는 TV 수신료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시청자 주권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5년(2022~2026년)간 ‘시청자 참여와 공모의 활성화를 통해 시청자가 만드는 공영방송 콘텐츠 제작 시스템 구축’, ‘고도화된 팩트체크 시스템을 마련해 신뢰 정보에 기반한 공영방송 저널리즘 확립’, ‘시청자 제보 시스템을 강화해 이용자 중심·참여·소통형 저널리즘 구현’, ‘공공 개방형 아카이브를 구축해 <KBS> 콘텐츠의 개방과 공유, 신규 가치 창출 기반 확대’의 계획을 발표했다. <KBS>의 ‘공공 개방형 아카이브’ 운영으로 <KBS> 리소스를 활용해 보다 수월하게 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BS>는 시민들이 콘텐츠의 내용과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 2003년 시작한 ‘미디어 포커스’를 필두로 ‘미디어 비평’, ‘미디어 인사이드’, ‘저널리즘 토크쇼 J’ 등은 대표적인 저널리즘 비평 프로그램이다. 2021년 현재, ‘질문하는 기자들 Q’를 신설해 미디어와 수용자 그리고 관련자들 모두와 함께 미디어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옴부즈맨 프로그램 ‘TV 비평 시청자 데스크’를 매주 1회 방송하여, 시청자에게는 미디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방송 제작자에게는 기획, 제작, 방송 과정을 성찰적으로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KBS>는 2020년 5월, 2001~2007년 방송된 ‘어린이 뉴스 탐험’(1TV) 이후 13년 만에 ‘어린이 뉴스’를 편성했다. 어린이들이 공영방송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에 관심을 갖도록 이끌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KBS> 어린이 리터러시 프로그램. <사진 출처 : KBS 홈페이지 https://mylovekbs.kbs.co.kr/index.html?source=mylovekbs&sname=mylovekbs&stype=blog&contents_id=70000000355236>

 

 

<KBS>는 2019년과 2020년 ‘대한민국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주간(Korea MIL WEEK)’을 여러 관련 단체와 공동 주최하여 시민들이 미디어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하는 장을 마련했다. 한편 <KBS>는 미디어교육 강사 인력풀을 활용해 직접 미디어교육 학습의 장도 제공하고 있다. 2020년에는 수도권 시청자미디어센터와 협력하에 경기, 인천 등에서, 또한 창원총국, 부산총국, 전주총국과 협력으로 경남 및 전북 지역에서 미디어교육을 실시했다.

 

<EBS>-성공적 청소년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EBS>는 교육 전문 방송의 특성을 살려 청소년 기자단이 제작한 뉴스를 정규 뉴스 시간에 방송하고 있다. ‘EBS뉴스-스쿨 리포트’는 방송이 미디어 리터러시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무슨 효과를 발휘하는지, 어떤 지향점을 갖고 접근해야 할지 확인시켜주는 사례다. ‘스쿨 리포트’는 ‘BBC 영리포터’에서 착안한 프로그램으로 ‘EBS뉴스’ 정규 방송 시간에 하나의 코너로 자리 잡은 청소년 기획·제작 리포트 프로그램이다. ‘스쿨 리포트’에 참여한 학생은 뉴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자연스럽게 함양할 수 있다. 참여자는 실제로 촬영·편집 등 기술적인 역량 외에도 방송에 나갈 기사를 팩트체크 하며 가짜뉴스나 오보에 대한 위험성을 이해하고, 정보를 수집하고 선별하는 능력 등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또한 취재원 보호나 미디어 저작권 등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스쿨 리포트’는 청소년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고, 미디어 생산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임 모델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EBS뉴스-스쿨 리포트’와 스토리 기자단. <사진 출처: EBS 홈페이지 https://news.ebs.co.kr/ebsnews/menu1/newsAllList?eduNewsYn=N&newsFldDetlCd=CORNER_01 https://home.ebs.co.kr/ebsstoryapply/etc/11/htmlMenu>

 

<EBS>는 ‘EBS 스토리 기자단’도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부 스토리 기자단’은 프로그램 현장취재와 기획기사 작성 및 프로그램 심층 리뷰, 인터뷰, 관련 캠페인을 직접 진행하게 된다. ‘일반부 스토리 기자단’은 프로그램 심층 리뷰 및 기획기사 등을 작성해 방송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생산 능력을 함양할 수 있다.

<EBS>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히 편성해왔다. ‘EBS 초대석’, ‘EBS 미래교육 플러스’, ‘생방송 EBS 교육 대토론’, ‘지식채널e’, ‘클래스e’, ‘EBS 공감시대’ 등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힘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소재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MBC>-소외 계층 미디어교육

<MBC>는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해서 수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로 각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와 연계하여 소외 지역 초등학생 및 소외 계층 대상의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20년은 <대구MBC>, <울산MBC>, <MBC경남>가 각 시청자미디어센터와 연계하여 시청자의 주체적인 미디어 수용과 활용을 돕는 제작 교육 등을 실시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방송 및 방송 문화와 관련된 저술 및 번역 활동을 지원해 방송문화총서를 발간하고 있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저널리즘》, 《뉴스 바로보기》, 《방송뉴스 기사 쓰기》,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등이 최근 발간됐다.

<MBC>는 1993~2018년 옴부즈맨 프로그램 ‘TV속의 TV’를 편성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시청자의 날카로운 비판을 수용했었다. 현재는 ‘리얼 비평 탐나는 TV’를 통해 자사 프로그램을 비평하고 있다. 또한 ‘당신이 뉴스입니다’, ‘제보는 MBC’라는 코너를 신설해 시청자의 뉴스 참여를 돕고 현장성을 강화하고 있다.

2019년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진행자가 시청자와 함께 가짜뉴스를 파헤쳐 진실을 확인하는 등 범람하는 가짜뉴스와 거짓 정보의 시대에 시청자가 미디어를 바로 보고 비판적 사고의 힘을 기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바 있다.

 

공영방송의 책무

해외 국가들이 민간단체나 외부와 손잡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펼치는 데 비해 우리나라 공영방송은 독자적으로 고유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 핵심역량에 근거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학계와 함께 고민하고, 이에 근거하여 관련 조직 또는 단체와 협력하여 짜임새 있게 진행한다면 더욱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부응하고, 시민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 가운데 하나가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의 미디어교육은 방송과 수용자, 시청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접점이다. 과거와 다르게 공영방송이 미디어교육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공영방송은 매스미디어의 힘을 발휘하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관한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다. 또한 공영방송이 미디어교육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미디어교육 주체로 역할을 확장할 수 있도록 관련 조직과 끈끈하게 연대할 수도 있다. 공영방송의 공익적 활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공영방송의 역할이야말로 대표적인 공익적 활동이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시민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공영방송의 역할을 주문하고 그 이행 여부를 감시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도 마찬가지다. 해외 공영방송사의 활동을 참고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공영방송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요구할 때다.

 


참고문헌

방송문화진흥회 (2021). 2020년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

조항제 (2009). 《한국방송의 이론과 역사》. 서울: 논형.

한국방송공사 이사회 (2021). 2020 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

한국교육방송공사 이사회 (2021). 2020 사업연도 경영평가보고서.

DCMS (2021). Online Media Literacy Strategy.

UNESCO (2008). Media Development Indicators: A Framework for Assessing Media Development.

UNESCO (2020). 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Education in 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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