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3. 15:59ㆍ웹진<미디어리터러시>
원격 수업으로의 대전환이 시작된 2020년. 교사들은 수많은 고민에 맞닥뜨렸다. 그중에서도 ‘학생의 학습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확인하는 것’, ‘질문과 생각하는 시간이 있는 수업’, ‘학생의 개인별 학습 요구 차이를 고려한 수업’ 등에 대한 아쉬움과 갈망이 무엇보다도 컸다.1)
또한 학생 입장에서도 교과서 중심의 수업을 하다 보니 실천과 참여는 멀어지고, 디지털 피로감만 쌓여가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원격 학습 상황에서도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학생들이 직접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는’ 국어 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집 안에 있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국어 수업을 통해 어떻게 세상과 소통 할 수 있는지 수업 사례를 소개한다.
카드뉴스 활용한 ‘주장하는 글’ 쓰기
6학년 1학기 국어(가) 4단원 ‘주장과 근거를 판단해요’의 수업 목표는 타당한 근거를 들어 알맞은 표현으로 한 편의 논설문을 완성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원격 수업 상황에서 학생들 개개인에 맞춘 수업 지도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교과서를 활용한 현장 수업에서는 교사가 직접 글쓰기를 봐주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하면서 모든 학생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모니터 뒤에 숨어 있는 학생들을 수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끌어오는 방법은 ‘종이를 벗어나는 것’ 그리고 ‘친구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는 교과서가 아닌 몇 가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해 학생들을 불러 모으기로 했다. 사용된 온라인 도구는 구글 설문지와 카드뉴스 제작 프로그램 ‘타일(Tyle.io)’, 그리고 공유 플랫폼 ‘패들랫(Padlet)’이다.
주장하는 글쓰기를 카드뉴스에 담아보자는 새로운 발상은 어떻게 하면 학습자의 참여와 소통을 중심에 놓고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첫째, 주장하는 글의 기본 구조(서론, 본론의 근거, 결론)를 카드뉴스의 각 장(슬라이드)에 가시적으로 대입하여 학습자의 이해를 돕는다.
둘째, 원격 학습 상황에서는 교사나 동료 학습자의 피드백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학습자 스스로 완성된 줄글 텍스트를 생성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따라서 카드뉴스를 만들면서 텍스트 생성 부담을 덜고, 대신 시각 이미지와 글상자 배치 등을 활용해 학습자의 의미 구성 시 보완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카드뉴스는 이미 SNS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 많이 접해본 익숙한 형태이다. 따라서 학습자가 자기 삶의 경험 속에서 인식한 문제 상황에 대한 주장과 근거를 카드뉴스의 형태에 담아 온라인상에서 공유한다면 더욱 실제감이 있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학교 밖 문식(文識, literacy) 자원을 원격 수업의 자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다른 학습자와의 공유를 통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참여를 유도하고 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복 착용의 문제점이나 화장품 사용 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카드뉴스로 서로 공유함으로써 면대면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학습자 간 담론을 형성할 수 있고 문식 활동을 통한 실천(교복 디자이너, 교장 선생님께 문제 상황 전달 등)도 수행할 수 있다.
정현선(2014)에 의하면, 복합 양식 텍스트의 의미 작용은 생산적 지식, 즉 텍스트 생산 활동을 통해 경험적으로 학습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경험에 더한 문식 활동은 문식성 후원자로서 학교 밖의 요소들을 끌어와서 긍정적인 태도로 문식 활동에 임하게 해준다. 따라서 학생과 교사 간 대면 상호작용이 어려운 원격 학습 상황에서도 온라인에서 공유 가능한 복합 양식 텍스트와 플랫폼을 활용하고 학생 개인 경험을 더해 표현과 이해에 대한 지도를 진행할 수 있다.
1단계: 카드뉴스 살펴보기
카드뉴스에 활용되는 주장의 유형은 어떤 문제 상황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정보와 함께 제시하여 설득하는 것이다. 카드뉴스라는 복합 양식 텍스트 자체가 변화된 디지털 쓰기 환경에서 탄생한 복합적이고 혼종의(hybrid) 텍스트 장르이므로 논증 텍스트에 대한 장르 구분이나 경계가 흐릿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학습자의 문식 환경에 맞닿아 있는 텍스트 유형으로, 현실의 문제에 대한 실천과 참여로 학생들의 쓰기 동기를 유발하기 때문에 논증 도식을 활용하여 카드뉴스를 제작했을 때, 충분히 논증 담화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카드뉴스 텍스트 생성을 위한 학생 활동 단계는 미술 교과의 ‘감상을 통한 비판적 사고력 모색 연구’(박혜정, 류재만, 2019)와 ‘시각적 의사소통 능력 신장 방안 연구’(차유진, 2017) 등의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국어과에서 가르치고자 하는 논증 텍스트의 구조에 카드뉴스의 복합 양식성을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카드뉴스 살펴보기의 첫 단계에서는 감상을 통해 카드뉴스라는 복합 양식 텍스트의 특성에 대해 살펴본다. 이후 카드뉴스의 요소가 되는 부분을 추출하여 논증 텍스트의 구조에 활용하도록 해체하고 조립하는 단계를 제시했다. 특히 카드뉴스 해체하고 조립하기에서 ‘주장/근거 생성 전략을 적용하여 카드 만들기’는 양경희(2017)의 주장 생성 교육 내용과 논증 도식 관련 연구(민병곤 2004, 서영진 2011)에 근거하여 교사의 명시적 안내(overt instruction) (NewLondon Group, 1996)가 이루어졌다.
[그림1] 카드뉴스 살펴보기를 위한 교사의 안내와 학생 댓글 활동
2단계: 카드뉴스 해체하고 조립하기
이 단계에서 학생들은 논설문의 요소(서론, 본론, 결론, 이어주는 말)와 논증 구조에 대해 명시적으로 학습하고 이를 카드뉴스 형식으로 변환하는 활동을 한다. 카드뉴스의 주제를 선정하고 카드뉴스에 담길 핵심 낱말과 문장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구글 설문지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학습자의 학습 과정을 추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습자의 상황에 근거한 문식 활동 자원을 활용하게 한다. 카드뉴스를 생성할 때 카드뉴스 제작 프로그램에서 단계별로 제시된 요소들의 조정(배경, 글상자, 글자색, 폰트 등)이나, 기존의 카드뉴스 예시들을 재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어떤 복합 양식적 요소가 자신의 논증을 감각적으로 보완할지 학습하게 된다. 이러한 학습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감각적 지식은 타자와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방식으로 구성되며(조현영, 손민호, 2017), 동료 학습자가 수행한 카드뉴스 결과물을 공유하는 경험 속에서 암묵적인 지식들이 객체화되며 학습이 이루어진다.
[그림2] 카드뉴스 해체하고 조립하기2)
3단계: 학생 제작 카드뉴스 결과물
학생들이 제작한 카드뉴스의 배경 사진을 카드뉴스의 내용과 연관 지을 때 [그림3]과 같이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타났다. 먼저 배경 사진이 각 장의 내용과 일치하며 변화하거나,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통일된 배경을 사용하거나, 전체 주제를 나타내면서 각 장마다 변화하는 유형이 있었다. 배경 사진이 카드뉴스의 내용과 연관이 없는 경우는 학생들이 어울리는 그림을 찾지 못했거나, 자신이 선택한 시각 이미지의 의미가 다른 사람과 공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카드뉴스 제작 프로그램의 ‘글상자’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도 네 가지 유형이 나타났다. 먼저 근거를 제시할 때, ‘낱말’의 형태로 제시하는 경우와 ‘문장’의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다. 이는 또다시 글상자와 분할하여 배치했는지 통합하여 배치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학생들은 이처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유형을 선택하여 카드뉴스를 만들어냈다.
4단계: 생산자-수용자 교차 경험
생산자-수용자 교차 경험은 공유 플랫폼에 카드뉴스를 공유하고 다른 학습자의 카드뉴스 아래 댓글에 줄글로 바꿔 써보는 활동을 통해 수용자 입장에서 어떻게 의미가 구성되는지 이해하고, 보완해가는 경험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단계적인 오류 및 상태 확인이 가능하며, 학생들은 자신이 제작한 카드뉴스의 다양한 형식(동영상, 링크, 그림)을 구현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댓글 활동에 나타나는 생산자-수용자 교차 경험의 구체적인 양상으로는 논거 추가하기, 기존 문장 상세화 하기, 담화 표지 덧붙여서 논증 구조 명확히 하기, 문장에 사용된 단어의 수정(외국어-우리말, 상황에 더 적합한 단어로 교체) 및 보완 등이 있다.
또한 줄글로 변환하는 댓글이 아닌 학습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댓글도 나타났다. 특히 교복 착용, 화장품 사용의 찬반 주장에 대한 카드뉴스에서 지지와 공감, 반박과 보완하기의 댓글들이 많이 등장했다. 이는 학생들의 실생활 맥락과 맞닿은 주제이기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보인다.
카드뉴스 수업 활용의 제한점 및 효과
카드뉴스 수업을 활용할 때의 제한점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학생이 기기 조작 능력 부족으로 카드뉴스 제작과 공유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참여도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원격 학습 상황에서는 교사가 각 프로그램의 접속 방법과 단계별 활동 내용을 자세하게 영상으로 전달해 주어야 한다. 또한 주장의 근거가 된 자료의 출처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은 학생은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나 과장된 내용을 카드뉴스에 담기도 했다. 이럴 때는 카드뉴스가 배포, 공유될 수 있고 실천력을 지니는 문식 활동임을 인지시켜 정보 출처의 표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도록 지속적으로 지도해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의 핵심어 인식을 지도할 때 주의할 필요가 있다. 카드뉴스의 제목 텍스트와 본문 텍스트 구역을 분할하여 주장과 근거의 핵심 단어나 문장이 들어가도록 하는 부분에서 어떤 것을 핵심어로 정해야 할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교사는 학생이 제출한 사전 활동지(구글 설문지 등)를 바탕으로 핵심어의 중요도를 나열하도록 하여 학생이 하고자 하는 주장과 근거가 명확히 전달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카드뉴스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형태로 이미 온라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정보를 얻는 실제적인 복합 양식 텍스트 형태라는 점에서 카드뉴스 제작 활동은 학습자의 참여와 몰입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주장하기의 목적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할 때, 카드뉴스가 각 장으로 나뉘는 구조적 특징은 주장하는 글을 서론, 근거1, 근거2…, 결론을 분할하여 구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학생들이 각 장의 카드를 제작하면서 각 논거의 핵심 낱말에 대해 초점을 두고 시각 이미지를 활용하여 의미 표현의 과정을 보완하게 됨으로써 완성된 줄글 텍스트 생성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
카드뉴스는 링크를 통해 쉽게 공유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문제의식과 주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따라서 댓글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져가면서 반박, 공감(지지), 보완 등의 협력적 내용 생성이 일어난다. 또한 카드뉴스를 줄글 텍스트로 바꿔보는 ‘생산자-수용자 교차 경험’을 통해 복합 양식 텍스트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미 구성이 일어나는지 체험할 수 있으며, 교사는 학습자의 의미 구성 수준을 가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카드뉴스 제작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교과서를 넘어 텍스트를 직접 만들고 실제 현실에 참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공유할 수 있었고, 교사는 학생들의 진행 단계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고 즐기는 수업이었다.
1)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좋은교사운동 교사 설문조사, <한겨레> 뉴스 기사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943871.html
2) 양경희 (2017). “설득적 글쓰기를 위한 주장 생성 교육 내용 연구”. 국어교육연구 63.
참고문헌
Kervin, L., & Comber, B. (2019). Early years teachers' work and play with multiliteracies. In Multiliteracies and Early Years Innovation (pp. 21-41). Routledge.
The New London Group. (1996). A pedagogy of multiliteracies: Designing social futures. Harvard educational review, 66(1), 60-93.
민병곤 (2004). 논증적 텍스트의 생산 과정에서 논증 도식의 운용 양상에 대한 분석 및 교육적 시사. 국어교육학연구, 18, 184-222.
박혜정, 류재만 (2019). 카드뉴스 감상을 통한 비판적 사고력 신장 방안 모색. 미술교육논총, 33, pp. 149-176.
서영진 (2011). 논증적 상호 교섭 전략으로서 논증 도식 유형에 대한 연구-국어 교과서의. 국어교육학연구, 41, 473-504.
양경희 (2017). 설득적 글쓰기를 위한 주장 생성 교육 내용 연구. 국어교육연구, 63.
조현영, 손민호. (2017). 경험은 어떻게 맥락적으로 학습되는가. 교육인류학연구, 20(1), pp. 25-58.
정현선 (2014). 복합양식 문식성 교육의 의의와 방법. 우리말교육현장연구 제8집 2호 (통권 제15호)
차유진 (2017). 카드뉴스 제작을 통한 시각적 의사소통 능력 신장 방안. 미출간석사학위논문, 서울교육대학교교육전문대학원,서울.
본 원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통해 확인해주세요. ↓↓
https://www.kpf.or.kr/front/intropage/intropageShow.do?page_id=48035c62865b4989a98bb3f860d076ce
'웹진<미디어리터러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쓴 글의 무게와 책임감 느껴요 (0) | 2021.11.16 |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플랫폼 자율 규제’ 투 트랙 (0) | 2021.11.10 |
지금 한국 미디어는 ‘젠더 갈등 증폭기’ (0) | 2021.10.29 |
3년간 55억원 투자,지역·기관별 중복 업무 조정 예정 (0) | 2021.10.28 |
부모의 미디어 사용 돌아보며 자녀와 소통하기 (0) | 2021.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