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주부, 신문스크랩으로 정리의 달인된 사연

2011.11.07 09:2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아휴, 무슨 신문을 이리도 지저분하게 보냐?” 

얼마 전 올라오신 시어머님께서 한 사흘 참으시다가 결국 하신 말씀입니다. 신문을 이리저리 펼쳐놓고 몸으로 올라타서 읽는 모습, 중요 지점을 발견하면 가위로 오려대고 스크랩북에 풀칠해가며 붙이고 하는 모습이 정신 사나워 보이신게죠.

아침 6시 반이면 남편이 출근하고 그때 아이들은(초5, 초2) 잠자리에서 일어나 안녕히 다녀오시라는 인사를 하며 밖에 놓여있는 신문을 집어 듭니다. 다른 집과는 달리 저희는 신문을 2부 본답니다. 하나는 어른을 위한 것으로, 다른 하나는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신문이 배달되는 것으로 구독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TV는 방에 곱게 모셔두고 신문으로 세상을 맞이합니다. 남편을 배웅하고 바로, 아이들과 함께 각자 좋아하는 면을 펼치고 읽기 시작합니다. 어떤 때는 아이들끼리 먼저 차지하겠다고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자연스럽게 순서가 정해지네요.

 


저는 어려서부터 친구가 그리 많질 않았습니다. 엄마가 된 어른인 지금도 친목 모임이 부담스러워요. 그래도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지라 가끔 있는 자리지만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상투적인 주변 이야기가 아닌 마음이 열리는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려했습니다. 매일 신문을 정성껏 보니 사람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희미해지고 바라던 바대로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는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저는 무정리의 달인입니다. 주부인데도 무슨 분류를 할라치면 머릿속이 텅 비어버립니다. 아이들에게 정리 습관을 갖게 하고 싶은 마음은 둘째로 놓고, 제가 먼저 고쳐야 할 고질병입니다. 먼저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안 보이는 것 두 개로 나눠 봤는데요. 눈에 안 보이는 것 나누기 연습을 신문 스크랩으로 시작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여가생활, 스포츠 등은 제 눈에 잘 안 보이는 것들이거든요.

마침 신문사에서 잘 나누어서 배달해주시니 저는 관심 사항을 정성껏 오려서 도화지에 차곡 차곡 붙입니다. 시간이 흐르니 그것도 한 권의 책의 모습으로 변신되었고, 볼 적마다 뿌듯합니다. ‘아! 정리가 되니 작품이 되기도 하는구나.’하면서요.

아무래도 부모이다 보니, 교육 코너에 가장 관심이 가는데요, 교육면을 읽다 보면 오히려 제 생각이 뚫릴 때가 많아요. 어려운 용어 풀이가 술술 넘어갈 만큼 자세하고 쉬워요. 아이들에게 신문을 읽어주면서 제 문리(文理)가 터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신문을 읽은 후엔 기사로 일기 쓰기, 재미난 기사 요약 정리하기 등의 활동을 합니다. 4컷 만화는 촌철살인 인생이 담겨있어 이 또한 저의 소중한 교육자료 입니다.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신문을 통해 미리 가늠하게 하고 싶었어요. 세상이 넓다 넓다 하지만 눈과 발로 직접 겪지 않고 실감을 하기가 쉽지 않는데, 신문 속 세상은 형형색색이라 하룻밤 사이에도 세상이 시끌벅적 돌아가는 곳이구나 느낄 수 있어요. 거실에 걸어놓은 2m x 1m 60cm의 세계 지도를 보며 이슈가 되는 나라명이나 지명을 찾아보는 게임도 합니다. 이집트에 이어 알제리, 튀니지에서도 민주화 바람이 일게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지도를 찾아봤는데, 알제리의 수도가 ‘알제’라는 것을 저도 이제야 알게 되었답니다.

제 큰 아이는 이번 2011학년도 경기도 교육청 지역공동 영재학급에 선발되었습니다. 영재원 신청할 때 학생의 장래희망에 대해 구체적으로 써야 했는데요, 평상시 관심 분야인 과학 분야를 정리하다 보니 특별히 더 관심 가는 분야를 알게 되었고 이것을 엮어 미래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계획할 수 있었습니다. 꿈 꾸기를 원하시는 분들, 혹은 자녀가 꿈을 갖기를 원하는 분들은 신문을 꾸준히 보면 뭔가 잡히실 겁니다.

신문은 제 가슴과 정신을 두드리는 조용한 작은 북입니다. 이 북은 엄마인 저를 깨워 아이들과 남편, 형제자매에게도 조금씩 떨림을 전달해 가족끼리 내용 있는 대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신문은 가정주부인 제가 편안히 배울 수 있는 학교입니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동상 대학/일반부 수상작 권해원 님의 ‘엄마 학교’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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