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9. 09:01ㆍ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여러분은 한달에 몇 권의 책을 읽으시나요? 예전에는 지하철을 타면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지만 요즘은 그 모습이 좀처럼 보이지 않더라구요.
물론 인터넷 신문과 전자책이 대중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으로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이책과 같은 인쇄매체에서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면서 읽기의 깊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독서와 멀어지는 우리들에게 ‘그래도 종이책이다’라고 말해주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종이책 읽기를 권함>(2011, 도서출판더숲, 김무곤 지음)이라는 책인데요.
책의 저자인 김무곤 교수는 마음에 드는 책을 보면 통장 잔고를 쏟아 부으며, 기차에서 책을 읽는 게 좋아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해 기차를 타기도 할 정도로 책을 사랑해 ‘간서치(看書癡)’(지나치게 책에 열중하거나 책만 읽어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랍니다.
저자는 왜 우리에게 종이책 읽기를 권하고 있는 걸까요?
한 권의 책 읽기, 의지를 키우는 행위
누군가 여러분에게 “취미가 뭐예요?”하고 묻는다면 딱히 특별한 취미가 없을 경우 너무 쉽게 “독서”라고 대답하지 않나요?
하지만 독서는 ‘취미’가 아닌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책 속에는 깊고 깊은 정보와 철학이 숨어 있는데 취미 삼아 책을 읽는다면 그런 것들을 모두 놓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무엇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항상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인 김 교수는 종이책 읽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읽는 이의 의지를 키워주는 것’을 꼽았습니다. 우리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것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훨씬 힘든 행위가 바로 책 읽기라서 자신의 한계와 의지를 체험해 보고 극복하는 활동이 바로 독서라는 말이죠.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을 길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에게는 30분만 책을 읽게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잠이 오고, 자꾸 다른 생각이 드는 고통스런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는 이런 고통을 이겨 자신의 의지와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하품과 잠과 고통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의지대로 책을 읽을 때, 책 읽는 사람은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책은 연애와 마찬가지로 남이 가르쳐줄 수 없다. 부모가 자녀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읽어야 할 책'을 골라주는 일은 ‘다니엘 페나크’의 말처럼 "너 저 사람을 사랑해라"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세상 모든 사람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듯이, 모든 사람에게 다 좋은 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부대껴본 사람일수록 사람을 보는 눈이 깊어지고 넓어지듯이 책 읽기 또한 스스로 경험을 쌓고 안목을 키워갈 수밖에 없다” (P. 30)
“책을 읽을 때는 사람이 주인이다. 읽으려는 의도와 읽는 속도, 그만두는 행위를 사람이 스스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상매체는 사람보다 더 힘이 세고, 사람보다 더 빨라서 사람을 종종 압도한다. 물론 편하기는 하다. 영상의 속도에 감정을 맞춰두면 스스로 생각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기뻐하고, 슬퍼하고, 화내는 일을 남의 의도에 내맡기기 쉽다. 책 읽는 일이 사람과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참으로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P. 60)
저자는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다른 매체와 비교할 때 그 어떤 매체들도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종이책 읽기만의 장점을 우리들에게 차분한 말투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 읽기를 권하는 그의 말은 묘한 설득력을 갖고 있죠. 인사동 고서점과 일본 고서점 이야기로 풀어쓰는 책 읽는 이유는 모두 진실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종이책의 매력은 인간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매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 읽는 고통 뒤에 따라오는 쾌감, 스르륵 책을 넘길 때의 손맛과 종이의 소리, 종이냄새 등 이처럼 다양하게 우리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매체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 역시도 모든 글쓰기를 컴퓨터로 하고,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지만, 종이책에 대한 애착은 대단합니다. 책이라는 매체와 현대 사회의 드라마나 영화를 비교하면서 영상매체에서는 줄 수 없는 책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요.
영화는 대개 2시간, 드라마도 1시간 내외로 내용을 다루기에 이야기 전개가 너무 빠르고, 생각하는 시간을 주지 않지만 책은 내용이 많으면 두께를 늘리면 되고, 이해가 되지 않으면 다시 처음으로 넘어와 천천히 볼 수 있도록 기다려 준다며 이 시대의 어떤 매체에서도 줄 수 없는 책이 주는 사유와 기다림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그는 종이책을 꼭 읽어야만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신의 경험과 책과 인간이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려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책 읽기를 통해 얻는 지성(知性)
“책은 인간에게 주어진 공간과 시간의 벽을 넘어 수많은 인간 유형을 만나게 해준다. 우리는 책 속에서 허락도 약속도 없이 여러 유형의 인간들과 마음대로 만나고,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책 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게 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이해하는 출발선에 우리를 세워준다.” (P. 66)
책을 읽는 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입니다. 책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들을 통해서 자신을 알게 되죠.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특별한 혜택이라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공임을 깨닫는 방법이 바로 책에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귀찮고 힘든 일일 수도 있지만, 이 고통을 넘어서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과 지성을 선물 받는다고 말하고 있죠.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앞 페이지의 내용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지탱해야만 뒤에 나오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을 때 사람은 정신의 팽팽한 탄력을 늦출 수가 없습니다. 정신의 팽팽한 탄력을 밀고 가는 힘, 이 지탱력이야말로 사람이 오직 책 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것의 다른 이름이 바로 지성(知性)이 아닐까요?”
이렇게 책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는 지은이 김무곤 교수가 전하는 책사랑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이 왜 간서치라고 하는지 그리고 책바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함께 느껴보자고 말하고 있죠. 사실 그의 책 읽기는 목적을 두지 않는 읽기였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를 많이 한 사람은 목적을 두고 책을 읽는 사람보다 세상을 보는 눈이 더 깊어지고 풍부해진다고 합니다. 인문과학, 사회과학,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일부분으로 책이 항상 곁에 있었던 그였기에 다양한 분야를 통섭할 수 있었던 거죠.
독서의 계절 가을입니다. 한가지 분야의 책만 즐겨보거나 책 읽기가 귀찮고 힘드신 분들이라면 책의 향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책바보가 전해주는 따뜻한 책 이야기. <종이책 읽기를 권함>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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